배우가 해준 이야기
이번 여름에 같이 영화 찍은 남배우가 있었엉.
얼마 전에 우리 학교가 축제를 했었는데
그 남배우가 놀러 왔다고, 술 쏘겠다고 부르는고얌.
그래서 옳다구나 하고 갔엉.
여전히 잘 생겼더라궁.
그 남배우가 칙힌이랑 술이랑 순대랑 사가지고 와서
근처 벤치에서 펼쳐놓고 먹고 있었엉.
근데 내가 워낙에 귀신 이야기를 좋아해서
어느새 귀신 얘기로 화제가 옮겨갔엉..
그 분이 엄청 신실한 기독교 신자라 이런 얘기 재미없어할 줄 알았는데
자기가 정말 무서운 가위를 눌렸다면서 얘기를 하더라고..
그 배우가 아직 군대에 있을 때였어.
잠을 자는데 자기가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부대 가는 시골길을 막 달리고 있더래.
물론 당시엔 그게 꿈인지 모르고.
자기는 조수석에 타면서 막 지나가는 풍경들 보고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더래.
그래서 막 즐기고 있는데
마치 영화처럼 갑자기 자기랑 빨간 스포츠카의 모습이 멀리서 풀샷으로 보이더래.
그냥 그러려니 했지 뭐.
그러다가 갑자기 자기 얼굴로 클로즈업이 주욱~ 가더래.
그리고 다시 자기 시선으로 돌아왔는데.
이상하게 옆 운전석이 신경쓰이는 거야.
뭔가 섬뜩하지만 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슬금 봤더니
머리가 되게 긴 여자가 핸들에 손을 얹고(잡은 게 아니고 인형이 손을 얹듯)
앞을 보다가 자기가 쳐다보고 있으니 자기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래.
그리고 있는 악을 다 써가며
꺄악!!!!!!!!!!!!!!!!!!!!!
하고 소리를 막 지르더래.
고막 터질 것 같이 날카로운 소리로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데
진짜 눈물이 질질 흐르는 것 같았대.
근데 그 여자가 그렇게 무섭게 악을 쓰는데 이상하게 이목구비는 생각 안 나고.
하여튼 그 순간 갑자기 이게 꿈이라는 작각이 들면서
막 깨려고 애를 썼대.
그래서 겨우 깼어.
자기가 집 거실에 누워 있더래.
진짜 가슴이 진정 안돼서 반쯤 일어나가지고 숨을 고르고 있는데
뭔가 또 이상한 시선이 느껴지더래.
그래서 부엌쪽을 봤는데
어둠 속에서 뭔가 거뭇한 게 보이는 거야.
뭐지 하고 자세히 살펴봤더니
아까 그 여자와 같은 게 벽 뒤에서 고개만 까딱 내밀어서
자기를 보고 있다가 스윽 벽으로 다시 숨더라는 거야.
그 때 깨달았지.
아직 꿈 속이구나. 내가 지금 군댄데 집에 와 있을리가 없지.
지금은 다시 벽에 숨었지만 그 여자가 또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까 너무 초조했대.
어떻게든 깨야겠는데 방법을 모르겠어서
강한 충격을 받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꿈 속에서
정면으로 넘어졌대.
그러니까.. 얼굴과 머리가 바닥에 그냥 부딪치도록.
그리고 비로소 진짜 잠에서 깼대.
물론 깨고 나니 부대.
배우가 이 얘길 해주면서 그 여자가 악을 쓰는 걸 재연하는데
윽.. 배우라서 그런가 그 표정이 너무 소름끼치고 무서웠음.
그때 이미 새벽 두 시가 다 돼가고 있었는데
무서워 죽는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