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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너머에
playcast | L:39/A:518
488/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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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231 | 작성일 2020-05-26 01:3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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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너머에

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겪었던 일입니다.

저는 애니메이션 일을 하는 데, 일이 일이다보니 철야를 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두 달중 사나흘정도만 집에 다녀오고 나머지 동안은 회사에서 먹고자고 했으니 말입니다.

그 날도 철야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새벽 4시 쯤이었던가, 일을 하다가 세수도 할 겸해서 화장실에 갔습니다.

당시 회사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었냐면 저희 사무실이 215호고 맞은편이 207호, ㄷ자 모양으로 홋수가 돌아가는 식이었습니다.

화장실은 공공화장실로, 복도의 중앙에 위치해 있었고, 저희 사무실은 현관문[?]만 있는 반면에 맞은편 207호는 복도쪽으로 큰 물결무늬 통유리창이 현관문 옆에 2개 나 있었습니다.

여하튼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전등 한쪽만 켜져있는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 맨 끝의 저희 사무실에 다 왔을 즈음이었습니다.

맞으편 207호 창문에 어슴푸레하게 사람 크기의 그림자가 너울거리는 것입니다. 당시만 해도 저는 밤눈에 [사무실 안쪽에 뭐라도 세워놓았나보지]하고 그냥 슥 보고 지나쳐 들어왔었습니다.

이윽고 전 잠시 눈을 좀 붙이고 다음 날 새벽 6시 반 쯤 일어나 화장실에 세수를 하러 갔습니다. 여름이어서 해가 일찍 떴기에, 이미 날은 환하게 밝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무심코 207호의 유리창을 보았는데, 어제 뭔가의 그림자를 본 창 부근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아침 햇살만 비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너무 오싹해서 발도 못 떼고 뚫어져라 그곳만 쳐다보다가 불에 데인 듯 저희 사무실로 후다닥 뛰쳐들어갔습니다. 그리곤 207호에 귀신이 나온다더니 정말이었구나 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정도로, 몇 분 후엔 그냥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것뿐이었으면 그냥 헛것을 봤나보다 싶은 마음으로 지나칠 수 있었겠는데...

제에겐 평소에도 기이한 체험을 많이 하고, 꿈풀이도 잘 맞는 친구가 있습니다. [참고로 그 친구의 어머니께서 무당을 하고 계시는 데, 그 이유인즉 그 친구의 기가 너무 세서 대신 그 어머님이 막음 신내림을 받으신 것이랍니다]

며칠 후에 그 친구를 만나 우스겟 소리로 제가 겪은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너무 일을 열심히 했더니 피곤해서 창에 비친 귀신 그림자도 보는 지경이라고...

하지만 뒷이어지는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전 오싹해서 한동안 밤에 혼자 화장실을 못 갔었습니다.

[야, 귀신이 그림자 있는 거 봤냐? 혼들은 영 그 자첸데, 어떻게 사물에 비춰보이겠냐? 너 귀신하고 눈 마주쳐서 지나쳐온거야, 임마. 큰일날 뻔 했다.]

제가 창 안쪽에 비친 그림자라고 생각 했던 것이, 사실은 창 바깥, 그러니까 저와 같은 공간인 복도쪽에 서 있는 귀신이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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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7/A:303]
쥬프
ㄷㄷㄷ
2020-05-27 23:51:39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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