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 2
강당에 다시 두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도 아무런 지원자는 없던 모양이었다.
지금 마음이 선 청년에게 있어서, 그들은 루져나 다름없다.
그런 루져들 앞에 청년은 서서, 자랑스럽게 외쳤다.
"...제가!!"
루져들의 시선이 청년에게로 향했다.
"1년을 바치겠습니다!!"
그의 외침이 울려 퍼진 직후 잠깐의 정적이 흘렀으나,
곧 합격자들은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저, 저도 지원하겠습니다!!"
"저도!!"
"저도 하겠습니다!"
앞서 말한 청년에게 뒤처졌다는 위기감이 들어서일까,
갑자기 합격자들 사이에서 지원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임원은, 자신의 조카가 갑자기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걱정 마라 조카야. 아픈건 없고 좀 피곤할 뿐이다"
노인과 관으로 이어진 기계에 누운 청년에게, 임원이 다가와서 말했다.
"네, 걱정 없어요."
피슛-
김이 빠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기계의 유리막이 내려와 닫혔다.
청년은 가장 앞서서 1년을 바치기로 했기에 지원자 중에서 가장 먼저
이 "수명 이전 기계"에 오른 것이었다.
청년의 가슴은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1년 잃어봤자, 3년 되찾으면 되지.
난 가장 먼저 바친 용기있는 지원자이다. 이제 임원이 되어 떵떵거리고 사는 거야...'
웅웅 거리는 기계의 구동음이 들려왔다.
졸려왔다.
너무나도 졸음이 밀려왔다.
하지만 청년은 너무나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다.
삐-
수명 이전 기계에 달려있던 붉은색의 LED 카운터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기계를 조작하던 직원이 다가가보니, 카운터에는 273이라고 써져있었다.
"이 친구 1년 했을건데 왜 여기서 멈춘거지...고장인가?"
직원은 기계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기계안의 청년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
청년의 얼굴은 새파랗게 변해있었다.
...죽은 것이었다.
허겁지겁 메뉴얼을 찾아보니, 사용상 주의 항목이 눈에 들어온다.
[남은 수명을 잘 계산해서 사용하시오.]
...메뉴얼을 덮은 직원은 침을 꿀꺽 삼켰다.
20XX년 XX기업 공채 결과
합격자 없음
최종 합격까지 했던 이들은 마치 입을 맞춘 듯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최종 합격 자격을 포기함.
이 과정에서 지병을 앓던 청년(27세) 사망.
지병의 악화로 인해 면접 도중 사망한 것임으로, XX기업에는 일절의 책임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