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있던 일
저희 엄마이야기인데요.
엄마가 굉장히 영감(?感)이 강한 편이세요. 직업은 간호사시구요.
전에 일했던 병원에서 처음으로 야근을 하게 된 날이었는데
복도 끝에서 검은 옷을 입은 여자아이들 네다섯 명 정도가
서로 손을 잡고 놀고 있는 모습을 봤대요.
‘아, 또 봐버렸네. 확실하게도 보이네’ 하면서
싫은 기분을 느끼고 있는데, 옆에 있던 다른 간호사분이
“오오누키씨 혹시 (귀신이)보이는 사람이에요?” 하고 묻더래요.
조금 놀라면서 “어떻게 아셨어요?” 하고 되물었더니
“저기 검은 여자아이 본 거죠? 저 애들이 나오면
이 병동에서 누군가가 돌아가세요.”라고 하더래요.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하고 엄마가 물으니까
“아, 사실은 나도 꽤 그런 것들이 보이는 체질이라서요.”라고 하더래요.
엄마는 자신 이외에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이 처음이라서 무척 반가웠나 봐요.
꽤 대화도 나누었대요. 오카다씨라는 분이었는데.
그래서 엄마하고 오카다씨 둘이서 병동 내부 순찰을 하기로 했대요.
둘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을 눌렀는데, 3층 버튼에 불이 안 들어오더래요.
“응? 왜 이러지? 고장인가?”하면서 계속 누르고 있는데
갑자기 지하 2층 버튼에 불이 들어오더니 내려가기 시작하더라는 거에요.
그렇게 내려가다가, 지하 2층에는 영안실이 있다는 게 생각이 났대요.
엄마는 귀신은 볼 수 있지만 굉장히 겁이 많은 사람이라서
영안실까지 가기 전에 멈춰 서서 좀 불길하다는 내색을 했대나 봐요.
그래도 오카다씨는 여기까지 왔으니 영안실부터 가자고 해서
“전 무서우니까 1충 간호사실에 보고부터 하고 올게요.”하고
계단으로 올라갔대요.
그렇게 올라가는데 갑자기 밑에 영안실 쪽에서
“꺄악!”하고 비명소리가 들렸대요.
엄마는 무슨 일이 났구나 싶어서 서둘러 영안실로 내려가서 문을 열었는데
오카다씨가 없더라는 거에요.
“오카다씨! 어디 계세요?”하고 불러봐도 대답도 없고요.
그러더니 갑자기, 수많은 사람들이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귀에 가까워지더라는 거에요.
엄마는 너무 겁이 나서 그대로 뛰쳐나와
1층에 간호사실까지 뛰어올라갔대요.
“큰일났어요! 오카다씨가 영안실에 갔는데 없어져버려서……”
엄마가 다급하게 말하니까 간호사실에 있던 다른 간호사분이
“진정하세요. 무슨 일이에요?”
“그러니까, 오카다씨랑 같이 일하다가 순찰을 돌았는데요.
영안실을 둘러보러 갔던 오카다씨가 없어졌다구요!”
엄마의 말을 듣고 간호사분 하는 말이
“오카다라는 간호사분은 안 계시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