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훈련소 라면 고문 썰.txt
글쓴이는 09 군번 공군병이야.
이어지는 고된 훈련과 부실한 짬밥, 모두 지방과 나트륨에 허덕이고 있었지.
석식 이후에 생활관에서 개인정비 하고 있을 무렵, 방송이 나왔어.
"컵라면 배식을 한다. 컵라면 취식을 희망하는 훈련병들은 ~~앞으로 나온다. 전달 끝"
훈련병들은 일제히 "전달 양호!"를 외치는데, 이때만큼 우렁차게 전달 양호를 외치는 걸 본 적이 없다.
(* 전달 양호가 무엇인지는 친절한 스피드웨건이 댓글로 알려줄듯)
90%는 라면에 들떠서 우랴! 돌격을 했고, 생활관에 남아서 쉬려던 놈들도 잔류인원 청소를 시킨다는 정보(루머)에 ㅅㅂ을 외치며 기어나왔지.
식당에 들어선 우리를 기다리던 건, 뭐 육개장이나 그런...흔히 사회에서 볼 수 있었던 컵라면이 아닌 "쌀국수". 군필자들은 다 알 거야. 더 이상의 설명이 必要韓地 ?
뜨거운 물은 부족하고, 면은 더럽게 안 익어서 과자처럼 바삭바삭한 식감을 뽐내고 있는 와중에도 훈련병들은 정신없이 퍼먹었어.
물론 나도 미친듯이 개 퍼먹음.
모두 간만에 라면을 먹는다는 기쁨에, 희희낙락하며 동기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지.
그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웠던지, 분대장(조교)이 위압적인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어.
" 입 닫고 라면 먹는다. "
무섭기로 유명한 조교라 다들 쏙 조용해졌는데, 그때 어떤 놈이 조용해진 공기 파악 못 하고 라면에 취해서 옆 동기한테 씨부림.
" 입을 닫으면 라면을 쳐먹을 수가 없습니다 "
지딴에는 존나 웃기다고 생각했던지 껄껄거렸지만, 모두 싸늘하게 그 훈련병을 바라보고 있었음. 아 물론 그 조교를 포함해서.
그제서야 씨부린 놈은 뭔가 잘못됐다 난 여길 빠져나가야겠어 고 느꼈지만, 이미 사태는 심각했지. 원전 폭발하기 직전처럼...
약 5초 후 조교가 조용히 말했어.
" 지금 말한 놈 라면 들고 앞으로 나온다."
새파래진 채로 라면을 들고 온 그놈. 조교가 음산하게 말했지.
" 라면 먹어라."
그놈은 서서 라면을 먹어도 되는 건지, 조교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해서 쭈뼛거렸지만, "쳐먹으라고 ㅅHㄲl야!"라는 한 마디에 벌벌떨며 라면을 먹기 시작했지.
그걸 보는 우리는 생각했어. 대체 뭘 하려고 저러나. 설마 라면 몇 십개씩 쳐먹이려고 저러나?
그놈이 쭈뼛쭈볏 면발을 들이킬 때, 조교가 그놈에게 다가가서 입을 잡고 벌렸어. 그놈은 비명을 질렀고.
"입 닫으면 라면을 못 쳐먹는다고? ㅅH ㄲㅑ 넌 그럼 입 열고 쳐먹어."
정말 무서운 광경이었어. 억지로 입을 벌리게 하니 라면을 제대로 삼킬 수가 있나. 육개장처럼 얇고 부드러운 면발도 아니고, 악명높은 쌀국수를;
그놈이 막 울부짖으니까 조교가 다른 조교들 데려와서, 그놈 붙들고 입을 벌려서 억지로 라면을 떠먹였지.
아무도 젓가락을 들지 않았고, 억지로 입을 벌린 채로 꾸역꾸역 라면을 삼키면서 내는 괴성과 울부짖음만이 식당에 떠돌고 있었어.
내가 이때까지 살면서 본 광경중에 제일 무서운 광경이었음.
그때 분위기는, 과장을 좀 하자면 마치 아우슈비츠에서 학대받는 수용자를 보는 동료들 느낌이었어. 좀 강하게 트라우마로 남았는지 가끔도 비슷한 꿈을 꾸곤 해.
요즘 훈련소에서 저런 짓을 했다간 끝장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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