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도양왕은 힘겹게 눈을 뜹니다
장평대전으로 상실한 국력은 훌륭하게 회복되었고, 조나라하면 떠오르는 강력한 기마병도 건재하며, 수틀리면 신하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초왕이나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자식을 죽이는 연왕 등 도양왕보다 비인간적인 군주도 많습니다. 하지만 도양왕은 권신을 견제하고 힐링을 조금 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편견과 증오에 시달립니다. 공들여 복구한 국력은 이목의 전략 때문에 꾸준히 증발하고, 공들여 키운 태자마저 이목에게 세뇌당해 자신을 버렸으며, 이목이 조정을 자신의 파벌로 채우는 바람에 까딱하면 암살당하기까지 할 판국입니다.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도 도양왕은 전국 시대 최악의 권신 이목의 세력에 맞서며,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이 이목으로부터 해방되는 날만을 그리며, 이목을 물리치고 난세를 헤쳐나가기에는 너무나 어리고 미숙한 아들 조천을 떠올리며, 조나라가 위기를 넘기고 다시 위대해질 날만을 그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도양왕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몸을 추스리고 일어나, 압도적으로 유리한 판인 것을 알면서도 업 공략전에서의 승보만을 애타게 기다립니다. 이목을 택한 자신의 안목이 아주 틀리지는 않았기를, 아버지가 물려 주신 유산을 더욱 키워 아들에게 물려주기를, 나아가 무고한 백성들이 진나라의 군화에 짓밟히는 일만은 없기를 바라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