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아트 온라인 외전7 '달의 요람2' 1
'달의 요람2' 1.
순백의 백합과 날개를 펼친 매.
놀란갈스 북제국의 문장으로 물들인 칠흑 같은 벽이 새빨갛게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북센트리아 제성 옥좌의 사이의 바닥을 덮은 두꺼운 융단도 여기저기에서 불길이 올랐고, 검극과 함성이 멀리서 끊임없이 울린다.
검을 겨누고 있는 로니에와 티제의 약 20메일 전방에 놀라울 정도로 등받이가 높은 황금과 검은 가죽의 옥좌가 솟아 있고, 그곳에 남자가 혼자 유유히 앉아 있다. 다리를 잡고 턱을 괸 모습은 큰 방에 불꽃이 돌고 있는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맨 먼저 내 앞에 서있어야 할 사람은 정합기사라고 생각했는데"
앞를 곤두세운 회색의 턱수염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남자가 말했다.
"설마 기사는 커녕 위사조차 아닌 계집애 단 두 명이라니……. 너희들은 수검학원의 학생인가?"
거만한 그 물음에 대답해야 된다는 의무는 없다.
그러나 로니에는 아무렇게나 머리를 낮추고, 압력을 뿌리치듯 밝혔다.
"――북센트리아 수검학원 초등연사 로니에 아라벨!"
옆의 티제도 반쯤 올라간 목소리로 외친다.
"마찬가지로 초등연사 티제 슈트리넨!"
"호오. 진짜 검을 막 잡은 햇병아리에게 지다니, 그쪽의 멍청이도 우둔하구만"
남자가 흘끗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린다.
융단 위에 대자로 쓰러진 것은 칠흑에 은백색의 장식을 붙인 금속 갑옷으로 무장한 거구의 사나이다. 흉갑의 상감은 북센트리아 제국 근위군의 문장. 죽지는 않았지만 티제와 로니에의 연속 검기를 동시에 맞았기에 다시 일어서지는 않을 것이다.
황제 경호대 대장을 자처한 거인과 로니에 일행은 이 큰 방에서 20분을 넘는 격투를 벌였다. 1명만 있었더라면 이기지 못 했을 테고, 신성술을 쓰지 않는 전통적인 검의 승부라면 둘이서도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넓은 홀의 여기저기에서 불타는 불꽃은 로니에가 남발한 열소술 때문에 생긴 붙이다.
강적이었지만, 대장의 싸우는 방법은 당당했다.
그래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싸운 충실한 신하에 대한 남성의 지나친 말투에 로니에는 강한 분노를 느꼈다.
깊은 상처는 받지는 않았지만, 대장의 호검을 계속해서 받아서 생긴 팔의 둔한 통증과 무수히 베인 상처와 타박상도 끊임없이 욱신거렸다. 그러나 통증이나 두려움을 한 순간 잊고 로니에가 외쳤다.
"이 전쟁은 이제 끝입니다! 당장 투항하고 근위군에 대한 칙령을 철회해주세요!"
왼쪽에 서있던 티제도 늠름한 한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정합기사와 인계 수비군이 이곳으로 올겁니다! 이제 도망 갈 곳은 없어요!"
사실 이 권고를 해야하는 것은 북센트리아 제성 공략전을 지휘하는 정합기사 듀솔버트 신서시스 세븐이어야 했다. 실제로 옥좌의 사이에 이어진 복도 입구까지는 로니에와 티제에 속하던 부대를 그가 이끌었다.
그러나 듀솔버트는 성의 서문을 파고들던 대열이 열세라고 듣고서는 로니에에게 "먼저 가라!"라고 명령했으며, 엄호를 하던 부대의 위사들도 복도를 막고 있던 근위군을 막으면서 "먼저 가!"라고 해서, 최종적으로 둘이서 옥좌의 사이에 돌입하게 되었다.
이렇게 작전을 서두른 것에는 이유가 있다.
후에 《4제국의 대란》으로 불리는 이 전쟁은 인계의 4제국을 다스리는 4명의 황제가 한 달 전에 설립된 직후의 인계 통일 회의에 대해서, 공리교회를 사유화하는 반역자라고 연명의 칙령을 내렸고, 직속 근위군을 센트럴 커시드럴로 침공시키면서 빚어진 것이다.
근위군의 기사와 병사들은 결코 이계 전쟁 때 쳐들어온 빨간기사들처럼 절대적인 적이 아니라 같은 센트리아의 거리에 사는 인계의 백성이다. 때문에 그들의 희생은 최소한으로 멈추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것이 인계 통일 회의 대표 검사로 취임한 키리토의 뜻이었다.
만일 모든 정합기사와 신성술사가 센트럴 커시드럴에서 농성 방어로 전념하고 센트리아 거리에 주둔한 인계 수비군에 후방으로부터 공격하면 근위군을 전멸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키리토는 그 작전을 취하지 않고 거의 모든 정합기사를 커시드랄에서 벗어나게 하고 수비군과 합류해서 4제국의 제성에 돌입하도록 명령했다. 이 전쟁을 최소한의 희생으로 종결시키려면 4명의 황제를 잡아서 칙령을 철회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같은 부대의 위사들은 자신들이 미끼가 되고 근위군의 대부대를 끌어들여서 로니에와 티제가 옥좌의 사이로 돌입이라는 대역을 맡은 것이다.
지금쯤 키리토와 부대표 검사인 아스나는 소수의 하위 기사와 위병, 신성술사와 함께 커시드럴 방위를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인계 최강의 검사라고 해도 4제국 근위군이 몰려드는 동서남북의 문을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1분 1초라도 빨리 칙령을 파기시키고 북센트리아의 전쟁을 끝낸다.
그런 결의와 함께 외친 2명의 말이었지만 옥좌의 남자――놀란갈스 북제국 황제 크루가 놀란갈스 6세는 차가운 반듯한 얼굴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너희 같은 이름도 들은 적 없는 하급 작사의 계집애가 짐 앞에서 포복하지는 못할망정 그렇게 검을 들다니. 이 한 가지 일만 해도 통일 회의가 우리 인계의 질서와 안녕을 파괴하는 멍청한 녀석들이라는 게 명백하다고?"
의젓한 태도로 그렇게 말한 황제는 옥좌 옆에 놓인 작은 원탁에서 수정 그릇을 들어 짙은 보라색 액체를 입에 마셨다.
황제가 마신 와인은 황제가의 직할령과 대귀족의 개인 영지에서 솔루스와 테라리아의 은총이 가장 풍부한 토지에서 만들어지고 병 한개의 값이 하급 작사의 한 달 급료 이상――이라는 소식을 로니에는 과거 아버지에게 들어본 적이 있다. 그 포도밭을 모두 보리밭으로 바꾸면 북센트리아 전시에서 소비되는 보리를 모두 감수할 정도이다.
그런 사치를 용서했던 치세가 왜곡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상급 작사가 인계를 위해서 무엇을 했습니까?"
검의 칼끝을 황제의 얼굴로 향하고, 로니에가 외쳤다.
"이계 대전에서 인계를……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싸운 것은 일반 국민이었던 위사와 하급 작사 뿐이야!"
"그래! 대귀족은 모두 성과 영지에 틀어박혀서 떠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주제에!"
외친 티제는 검이 아닌 왼손 집게 손가락을 황제에게 들이대다. 분명히, 귀족 재결권에 의한 징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이다. 여기서 처음으로 황제의 높은 콧마루에 약간이지만 불쾌한 주름이 잡히다.
"……당연한 일이라고?"
그릇 속의 와인을 빙빙 돌리면서, 황제는 말했다.
"하급 작사나 위사들의 의무는 목숨을 걸고 정도를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짐의 의무는 제국의 백성을 올바르게 이끄는 것.…… 그래, 그동안은 북제국의 영토만이 우리의 손이 닿는 곳이었지만 최고사제 예하가 긴 잠에 오르는 동안에, 공리교회가 출처도 모르는 일당들에게 독점되서 나오다니, 그 잘못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계 통일……그것을 이루는 것은 출처도 모르는 일개의 기사가 아니라 이 크루카 놀란갈스이다!"
드높게 선언한 황제는 와인을 단숨에 들이키고 잔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비싼 수정 그릇이 부서지는 가운데 황제는 천천히 옥좌에서 일어나서 측면에 세워진 장검을 집었다.
로니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만큼 화려한 장식을 한 진홍색 검집에서, 거울처럼 반짝이는 검날을 쑥 뺐다.
순간 3층이나 되던 높은 곳에 있던 옥좌에서 칼바람 같은 것이 몰아치고, 로니에는 조금 오른쪽으로 밀렸다. 그러나 거기서 밀려나지 않고, 바짝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전쟁에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왕족과 대귀족이 검을 쓸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재작년 주석 상급수 검사 워로 리반테인처럼 날마다 엄격하게 단련을 쌓고 있는 상급 귀족은 드물지만. 그러나 키리토의 설명에 따르면 상급 귀족은 그들에게만 주어진 특권인 중앙도시 근교에서 사냥을 일삼아 권한 수준을 상승시켰다고 한다. 또 귀족의 아이는 거의 예외 없이 수검학원에 입학해서 최소한의 검술을 습득할 기회도 있다.
그것이 황제가 되면 어려서부터 전담 교사로부터 검의 영재 교육을 받았을 테고, 대형 짐승을 사냥하는 기회도 많았을 것이다. 지금 황제가 집어든 보검도, 우선도로는 로니에 일행들의 인계군 제식검보다 분명히 높을 것이다.
후방의 회랑에서는 위사대가 근위군의 검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좌우의 벽까지 늘어뜨린 제국의 문장으로 물들인 벽걸이가 차례로 타버렸다.
불꽃색으로 빛나는 황제의 장검이 눈부실 정도의 빨간색으로 빛난다.
하급이라고는 하지만 로니에도 작사의 후계자이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각인된 제국과 황제에 대한 공포와 공순은 비록 검을 겨누고 있다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의 로니에는 맹목적인 복종보다는 소중한 것이 있음을 알고 있다.
키리토와 유지오는 아직 두 사람과 같은 수검학원의 학생이었을 때 인계의 지배자인 반신 최고사제 어드미니스트레이터와 싸운 것이다.
열심히 센트럴 커시드럴을 지키고 있는 키리토를 위해서도――그리고 인계가 맞아야 할 새로운 시대를 위해서도, 물러설 수는 없다.
"어찌해도 칙령을 철회하지 않겠다면……여기서 당신을 베겠습니다!"
제식검을 오른쪽 어깨 위로 움직인 로니에가 외쳤다.
옆에서 티제도 기본의 중간으로 아인크라드류 검술 자세로 이행한다.
미소를 지운 황제 크루가가 하늘을 찌르는 듯 보검을 내걸고 하이 노르기아식의 당당한 자세를 취한다.
옥좌 뒤에 매달린 가장 거대한 벽걸이에 불이 붙었다 그 순간, 로니에는 마음껏 바닥을 찼다.
갑자기 그 바닥이 실체를 잃고 컴컴한 구멍이 입을 열었다.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로니에는 그 구멍 속으로 낙하하고, 그리고――.
이번에는 과연 내가 끝까지 번역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