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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백령 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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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1-0 | 조회 529 | 작성일 2024-03-08 22: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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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백령 표류기


"너희가 내 생일 선물이야."

4월 11일, 이 말이 내가 '입도(入島)'한 첫 날 직속 선임병한테 들은 첫마디였다.

 

0

 

공군이라 하면 보통 비행단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고 2년 내내 지겨울 정도로 전투기 폭음소리와 함께할 것이라 생각할 것이고, 나또한 입대 직전까지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공군은 의외로 여기저기에 있었으며 격오지에도 존재했다.

의외로 1급 격오지(육지 한정)는 연가 총 52일이라 마이너한 인기가 있었지만 단 한 곳만은 예외였다.

그곳이 바로 현재 우리나라가 실효지배 중인 영토 중 서쪽 최북단이자, 서해5도의 요새섬── 백령도다.

공군 병사들(간부들은 진급 가산 때문에 의외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은 이곳만은 안 가기 위해 기본군사훈련단(이하 기훈단)부터 특기학교*까지 서로 경쟁하고 또 경쟁한다.

육군과 달리 공군은 훈련소와 특기학교 성적을 합산해 높은 점수 순서로 자대 배치 우선권을 준다.

즉, 인기없는 백령도는 '꼴찌'들이 가는 곳인 인식이 강한 곳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다른 것은 몰라도 백령도만큼은 피하기 위해 나름 열심히 훈련에 임했고── 약 350명 중 40위를 하며 나름 상위권에 등수에 있었다.

하지만 이 등수에 자만한 탓일까, 집 근처 비행단은 안 쓰고 엉뚱한 곳을 지망한 결과, 4지망(뺑뺑이)에 백령도가 걸렸다.

동기도 마찬가지로 낮은 등수는 아니었지만 나름 잔머리 쓰다가 망한 케이스였고, 나와 동기는 서로 씁쓸한 표정을 지은채 진주에서 인천으로 올라갔다.

후문으로 들은 바, 내가 소속돼 있던 소대장님은 나를 이어 맞후임까지 6연속으로 소대원들을 백령도로 보내게 되어 행정학교**에서 '백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특기학교: 육군에서 말하는 후반기 교육하는 곳

**행정학교: 공군 총무, 회계, 헌병을 교육, 육성하는 기관

 

* * *

 

여타 부대와 달리 내가 있던 부대는 자대 전입이 다소 특이했다.

특기학교를 떠나는 당일이 전입날인 타부대와 달리 우리 부대는 인천에 하룻밤을 묵고, 그 다음날 아침배를 타고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우리 부대는 신병이 오는 날, 전입이라 하지 않고 입도라고 했다.

(그 이유는 당시에는 인천에서 백령도로 가는 배가 오전 7시에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익숙치 않은 인천파견대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연안 부두에서 페리를 타고 5시간을 달리니 어느새 백령도에 도착해 있었다.

부두에는 역시 해병대 아저씨들과 관광객을 맞이하려는 백령도의 관광업 종사자로 가득했고, 공군은 나와 동기뿐이었다.

해병대 아저씨들과 민간인들 사이에서 방황하던 것도 잠시, 두 짬찌를 저 멀리서 시원찮은 표정으로 부르는 하사── 보급반 김 하사가 있었다.

김 하사는 같이 온 운전병(당시 상말)과 총무병(말년 병장)한테 점심 짬밥이 뭐냐고 물어보더니 메뉴가 못마땅했는지 짜증 섞인 표정과 함께 오늘 점심 짬밥이 맛없으니 부두 근처에서 순대국밥이나 먹고 가자고 했고── 나는 태어나서 가장 불편한 순대국밥을 먹었다.

(행복순대 맛있음. 백령도 갈 일 있으면 잡솨봐)

 

동기와 나는 대대본부에 온 후 형식적인 짐 검사를 받은 후 CP(상황실)에서 나오려했는데── 거기서 신병이 궁금했던 헌병반 선임병들을 거기서 처음으로 만났고, 처음으로 들은 소리가 이 말이었다.

"너희가 내 생일 선물이야."

토이스토리에서 우디를 닮은 상병 한 명이 웃으며 나와 동기를 맞이해 줬고, 그 옆에 다른 상병 하나는 어이없다는듯 웃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선임들이 나와 동기의 아빠 기수 선임(3명)중 두 명이었고, 특히 이 아빠 기수 선임들과 추억이 가장 많고, 전역한지 6년이 지난 지금도 연락하며 신세를 많이 지고 있다.

 

이게 기나긴 백령도 생활의 시작이었다.

 

1

 

입도 한 달 후, 나는 일병이 됐고 이병 기간이 짧은 공군이지만 한 달 간 다른 사람들이 겪지 못한 특이한 걸 많이 경험했다.

예를 들면 노딱(부대 적응 기간 이등병의 견장에 다는 표식)기간에 반장이 ORI(전투 지휘 검열)에 투입시켜서 헌병반 사람들은 물론 검열관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고, 맞선임이 인수인계를 제대로 안 해서 선임들한테 대차게 까일 뻔하다가… 맞선임의 찐빠인 걸로 진위여부가 밝혀져서 꼬일뻔하다 풀린 적도 있었다.

이래저래 하다보니 맞후임과 맞맞후임도 들어왔고, 나는 그쯤되니 막내 생활이 언제 끝나나 궁금해서 근무 중 아빠 선임, 당시 상병이었던 조 상병에게 물어 봤다.

조 상병은 "그러게, 언제쯤일까."이라며 엑셀로 계산을 하더니 당황하며 이렇게 말했다.

"음… 어림잡아 계산해 보니 병장 3호봉에 탈출이네……"

그렇다. 난 내 행동 때문에 군생활이 조진게 아니라 근기수 선임이 너무 많아서 군생활이 조진 거였다.

내 근기수 선임은 위로 5기수로만 잡아도 11명이었고, 심지어 밑으로 근기수 3명이 기동타격병으로 빠지니 막내 생활에 끝이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조씨 형 말대로 나는 병장2호봉까지 막내일을 했었고, 전역 후 만난 사람들 말로는 짬을 먹을 때마다 점점 미쳐가는 게 보였다고 한다.

사실 남들은 일병이 '일해라 병사야(혹은 일만하는 병신)'라고 부르는 만큼 일병 생활이 힘들었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일병 때가 즐거웠다.

솔직히 툭하면 불려나가는 사역이나 짬에 밀려나는 설움은 있었지만 적어도 헌병반 고참들은 악폐습을 없애려고 노력하던 사람들이자, 놀 땐 놀고 일할 땐 일하는 능력 있던 사람들이라 배울 점도 많았기에── 가장 힘든 시절을 즐겁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2

12월이 되자 상병이 됐다. 상병이 됐지만…… 막내 생활은 여전했다.

백령도는 북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양성 기후가 뚜렷한 곳이라 원래는 소설지다. 하지만 그해 12월은 이상할만큼 눈이 자주, 많이 내렸다.

아빠 기수 선임들 3명과는 모두 긴밀하게 지냈지만 특히 조 병장과는 특별히 가깝게 지냈다.

그런 조 병장과 눈 내리던 어느날 밤, 산악 초소에서 그의 마지막 근무를 같이 서게 됐었다.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지만 조 병장의 맞후임이었던 최 병장은 유독 콤비가 좋았던 나와 조 병장을 일부러 나와 함께 근무조를 짠 것 같다.)

조 병장은 2월 전역이었지만 일, 상병 시절, 부대 내 모종의 사유로 연가를 아이에 못 쓰다시피해서 1월과 2월을 통으로 휴가로 보내게 됐기에 12월말이 마지막 근무였다.

사실 말이 근무였지 우로 어깨 걸어총을 하고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던, 잡담 타임이었다.

군생활하면서 개 같았던 이야기, 재밌었던 이야기, 그리고 딱히 군기를 잡지 않았어도 후임들이 잘 따라 줘서 고맙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다 보니 시곗바늘은 어느새 하번 시간인 새벽3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아래에서 하번 차량이 올라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하번 차량을 기다리는 5분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조 병장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건강하고 밖에서 꼭 보자."

 

3

7월. 병장이 됐다.

타부서 후임까지 하면 부대에서도 꽤 고참이 됐지만 헌병반으로만 따지면 아직도 막내 라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가뜩이나 무표정인데 점점 더 희미해지는 얼굴의 감정 표현에 운영계장, 이 대위를 비롯한 많은 간부들과 타부서 후임들이 나와 내 맞후임, 맞맞후임을 볼 때마다 안쓰러워 했다. 오죽 안쓰러웠는지 간부들도 작업이 있으면 3명은 부르지 말라고 했다.

무료하고 재미없는 기나긴 병장 시절의 유일한 낙이라고 하면 해병대 예하의 흑룡사에 가서 불공을 드리던 것이다.

흑룡사로의 종교 참석은 외박이나 외출이 있는 다른 부대와는 달리 외출을 하려면 휴가를 써야 하는 이상한 전통이 있던 우리 부대에서 몇 안 되게 외출할 수 있는 사유였는데, 딱히 불순한 마음없이 불공을 드리러 간 것뿐이었지만 잠시나마 부대를 벗어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홀가분했다.

아니면 그 당시 가정사로 마음이 심란했는데 불공을 드림으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던 것이 마음이 홀가분했던 했던 이유지 않을까 싶다.

백령도에서 만난 법사님은 모두 두 분인데 두 분 다 인자하시고 좋은 분들이었다.

전역 후에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셨지만 수양으로 바쁜 분들께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10월이 되자 드디어 막내 라인에서 벗어났고, 11월이 되자 병장이 꺾였다.

7개월이라는 긴 병장 생활에 무념무상이었다.

12월에는 재미없다는 표정으로 BX에 가던 도중 주임원사가 "심심하면 도내 외출이나 할래?"라고 하길래 도내 외출을 했는데 이게 마지막 백령도 나들이었다.

1월과 2월은 모두 휴가로 때웠기에 그렇다할 추억이 없었다.

그리고 2월 10일──.

백령 공군인의 끝과 시작인 인천 파견대에서 기나긴 730일의 여정을 마치고 나는 마침내 백령도와 이별했다.

 

백령도.

지역은 별로였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참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전역한지 몇 년이 지났어도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서로 챙겨 주는 좋은 사람들.

어쩌면 난 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백령도에 간게 아니었을까.

 

 

부록 - 옛날에 쓴 백령도 괴담집

 

1. 연화리 해안 초소 귀신

 

연화리 해안는 제가 근무했던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아서 해안 초소임에도 불구하고 '공군'인 저도 멀리서나마 작전 지역에서 pvs-04k로 감시하고 그랬음.

일병 때는 작전 지역 사주 경계도 ㅈ같은데 해병대 관할지인 연화리 해안까지 왜 감시해야하냐고 선임한테 물어봤는데 아무도 모름.

 

참고로 연화리는 백령도 자체가 심청전 본 무대인데 심청이가 연꽃에서 부활한 곳이라 해서 연꽃 연자에 꽃 화자 해서 연화리라 함ㅇㅇ

 

그러다 짬이 차고, 상병 말 때(2018년 6월) 종교 참석으로 해병대 예하 흑룡사에 법당을 갔음.

여느 때처럼 예불 드리고 군종 법사님(스님)하고 얘기하고 있는데 해병 중령이 등판하더니 올해도 여러 군데 염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기 시작.

뭔 소린가 하고 띠용하고 있으니 그 중령이 해병 근무지에 일어나는 해괴한 일들을 설명하기 시작하는데 그 중 하나가 연화리 해안 해안 초소 사건.

꽤 오래 전 일이고 어느 부대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인데, 연화리 초소는 원래 초소가 있다 치면 홀수 날은 짝수 번 초소,에 근무, 짝수 날에는 홀수 번 초소에 근무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느날 새로 부임한 여단장이 야간 불시 순시를 도는데 그 중에 당연히 그 쪽도 포함됐지.

다른 초소들은 해안 쪽만 보다가 여단장을 못봤는데, 2번 초소에서만 유일하게 여단장을 보고 대인수하를 걸었고 여단장은 기특해서, "자네 이름이 뭔가?"라고 물었는데 파도 소리, 바람 소리 때문에 잘 안 들려서 대충 알았다고 하고 다음날 회의 시간에 6X대대 대대장한테 어제 근무자 중에 2초소 근무자가 누구냐고 물어본거.

그러자 6X대대 머머튽은 의아해 하면서, "어제는 2초소를 운영하는 날이 아니었습니다?"라고 하더니, 멈칫하다가,

"여단장님, 혹시 착각한 거 아니십니까? 2초소, 병사 1명이 자1살해서 폐쇄했습니다만...?"

이라고 하니까 여단장은 아무리 병사한테 휴가 주기 싫어도 그렇지 상관한테 이런 식으로 거짓말 치냐고 호통을 쳤고, 어제 같이 대동한 간부한테도 물어보니 틀림 없이 2초소라고 했다함. 6x대대 머머튽도 환장하겠는지, 그럼 오늘 밤에 같이 가보자고 했는데...

그 날 밤 역시 2초소에 사람은 없었고, 여단장은 뭔가 이상하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상하번 하던 병사들과 간부들이 마주쳤는데 여단장이 그 병사들에게, "어제 2초소 스윙 근무자가 누군가?"라고 묻자 일동 굳은 얼굴로, "그, 그거 말씀하십니까? 그거 귀신입니다. 몇 십 년전에 가혹행위로 자살한 사람입니다."라고 답했음.

믿을 수가 없어서 다음날 헌병대까지 찾아가 사건사고 일지를 찾아보니 병사가 얘기한대로 수십 년 전 한 병사가 가혹행위를 참지못해 자살을 했고 이후 계속된 병사들의 귀신 목격으로 결국 2초소는 폐쇄, 운영조치를 안 하게 됐다함.

여단장은 자신이 귀신과 대화했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가 막힌 나머지 군종 장교들(스님, 목사, 신부)과 염을 지냈고, 그 후도 계속 연화리 해안 초소는 폐쇄 조치 됐다함

 

 

2. 은실이 벙커 사건

 

여기 또한 매년 염하는 곳.

은실이 벙커 사건이라는 것에서 은실이는 피해 여성의 이름이며, 아마 가명인 것으로 판단 됨.

지금도 그렇고, 백령도에는 군장병의 면회객이 참 많이 오는 곳. 가족도 보고 싶은데 여자 친구는 자기 남자 친구가 얼마나 보고 싶겠음?

그런 사람 중 하나가 은실이라는 사람이었는데 이 사람은 백령도 주민. 한 백령도 해병 병사가 대민 지원하다가 사귀게 된 것인데, 남자 친구가 너무 보고 싶은 나머지 근무지인 벙커까지 찾아오게 됨.

그러던 어느날 어느 후임병은 은실이라는 사람들 보고 나쁜 생각을 하고 그 커플이 만난 날, 선임병이 지통실에 연락을 받고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여성을 성폭행하고, 그 와중에 돌아온 선임병은 격노하여 후임병을 개머리판으로 쳐죽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실이라는 사람은 수치감과 트라우마로 인해 그 벙커 옆 나무에 목매달아 자살함.

은실이라는 사람의 연인이자 선임병은 이후 총기로 자1살을 하려고 하다 미수로 그치고 그 이후 행방은 알 수 없음.

 

문제는 여기부터 시작. 은실이라는 사람이 목매단 나무가 버들나무였는데 버들나무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목 매단 사람이 흔들거리는 것 같다는 병사들의 청원에 결국 그루터기만 남기고 베어버렸는데 그 후에도 야간에 그 앞만 지나가면 젊은 여자의 곡소리가 들린다, 뭔가에 홀린듯 벙커로 발길이 옮겨진다는 병사, 부사관 할 것 없이 괴담이 쏟아지는 것.

그러던 중 교대를 위해 떠난 하번자들의 연락이 두절되는 상황이 발생함. 그러자 소초장은 차를 끌고 주변을 살피다 벙커를 발견. 혹시나 하는 마음에 랜턴을 켜고 컴컴한 벙커로 들어선 소초장이 본 것은 나란히 놓여있는 야전 침상 위에 죽은 듯 가만히 누워있는 하번자들이었음.

소초장이 다가가 몸을 흔들자 그들의 눈이 번쩍 뜨이더니 소초장의 소매를 잡고 부리나케 벙커 밖으로 끌고 나갔음.

소초로 복귀하여 이야기를 들어보니 교대를 하기 위해 벙커 앞을 지나던 중 갑자기 선임이 벙커쪽으로 가기 시작한 거.

후임이 이를 말리려고 다가서다 순간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는데 다음 순간 자신이 어두운 방안에 누워있더라는 것. 몸은 돌처럼 굳어 움직이지 않고 공포로 목이 메는 와중에 누군가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 말을 걸었다함. 들어보니 누가 선임이고 후임인지를 묻고 있었다함.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대답하려는 찰나 누군가 몸을 흔들면서 몸이 말을 듣기 시작했다고.. 그리고 눈을 딱 뜨는 순간 소초장의 어깨 뒤로 뚫린 벙커의 네모난 창 밖으로 달빛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그곳으로 시커먼 무언가가 좌우로 대롱대롱 흔들리면서 벙커 안쪽으로 말을 걸고 있더라는 것. 그래서 소초장을 잡고 무작정 벙커를 벗어나고 보니 밑동이 잘린 그 나무가 있는 위치였다고 함.

 

그 후 그 벙커는 역시 폐쇄되고 그루터기도 뿌리채 뽑아버리고 매년 염을 했다함

 

 

백령도 괴담3 - 무당 귀신

 

백령도는 심청전의 실제 배경이며, 심청전에서 보면 알다시피 토착 신앙은 인당수(백령도와 장산곶 사이에 있는 해협)용왕신을 섬기던 신앙이 주류였지만, 19세기 말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섬 주민의 98퍼센트가 기독교를 믿고, 1퍼센트는 불교, 1퍼센트는 천주교를 믿는 구조라 무당이 없음. 그래서 굿을 하거나 그러려면 본토에서 들어와야함.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 밤만 되면 두무진 근처에서 굿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

처음에 해안초소에 근무 서는 해병 초병들은 외부에서 무당이 왔나보구나, 했는데 원래 두무진 해안은 해상박명종 즈음 되면 민간인들 통제 구역. 이 경고문은 저도 두무진 트레킹하다가 본 적 있음.

그래서 이상하다 싶은 초병 분대장이 PVS-07K로 아무리 살펴봐도 없어서 지통실에 연락 때리자, 지통실에서는 은엄폐 잘 하고 이상상황 발생시 보고 바라라고 함.

굿소리는 몇 시간 지속되더니 끝남.

그러나 그날 기준으로 굿소리는 같은 소리가 계속되고, 굿소리도 음산한게 결국 몇 날 며칠 듣던 해병 한 명이 패닉에 빠져서 의무대 정신과에서 치료 받게 됨.

안 되겠다 싶었는지, 위수책임 대대이던 6x 대대와 인근 해군에서 수색대까지 파견하기에 이름.

정예중 정예라고 하는 수색대도 그 소리를 듣고 인근을 샅샅이 뒤졌지만 귀신에 홀린듯 찾을 수가 없었음. 오히려 수색대를 비웃듯 굿소리는 기분 나쁜 웃음 소리가 섞였다함.

결국 안 되겠다 싶었는지, 여단에서는 해안 초소를 조금 뒤로 뺄까라는 의논이 나왔는데 두무진에 거주하는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 "거기, 옛날에 6.25때 혼령 달래주려고 굿하다 북한군한테 총맞아 죽은 무당이 있었어..."라고 하셨는데 자세한 무당에 대한 얘기는 해병 중령한테 전해들은 거라 모름. 하여간 그 굿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그곳도 매년 염하는 곳에 리스트에 들었다하고, 염을 하자마자 무서울 정도로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함

 

 

백령도 괴담4 - 백령 공군 병사 생활관 귀신

 

이건 제가 나온 부대에서 유명한 귀신.

옛 군대가 악폐습으로 몸살을 앓았듯, 그나마 군중에 그나마 신사라는 공군도 악폐습이 많았음. 그건 저희 부대도 마찬가지.

이건 제가 전입 오기 전 세 달 전 이야기.

말년 병장이 마지막 당직을 서는 날,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근무는 ㅈ까라 하고 잠자는데 새벽에 생활관 2층에서 웃는 소리가 들려서 웃음 소리에 빡쳐서 일어나 2층 휴게실로 쳐들어감.

휴게실에는 불이 꺼진 채 전입 신병처럼 머리가 짧은 병사 세 명이 체련복(육군 용어로 활동복)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음.

그러자 말년 병장은, "야, 시X 너네 뭐냐?"이러니까 세 명 다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아무 말도 안 함. 그러자 더 빡쳐서,

"야, 시X 취침 시간 몇 시냐고?"라고 하자 세 명은 서로 쳐다보더니 비웃기 시작, 그러더니 개중 한 명이 급정색하더니, "너는 몇 기냐?"라고 물어보더니 갑자기 화생방 사이렌이 울리면서 실제상황 시작(당시 툭하면 북괴군이 포문 열음). 말년 병장은 다음날 추궁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일단 방독면 챙기러 가고 대피소로 도망감.

그리고 다음날, 일병들 다 집합시키고 한 명씩 다 추궁했으나 각자 다 알리바이가 있어 어쩔 수 없이 CCTV를 돌려봄.

그러나 완전소등 완전취침 시간 이후 아무도 휴게실에 들어간 사람이 없었으며 새벽 4시경 혼자 휴게실 입구에서 허리에 손올리고 빡쳐서 손가락질하고 있는 말년 병장만 찍히고, 그 후 휴게실에서 아무도 나오는 사람이 없었음.

말년 병장은 귀신에 홀린 거냐고 간부들에게 물어봤는데 저희 부대에서 30년 근속 근무하신 박 주사님이 말씀하시길, "아마도?"라고 하시며 이 사건은 저희 부대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음

 

염소 귀신 - 백령도 귀신 인지도 탑.

 

해무(바다 안개)가 그윽한 날이면 나타난다는 귀신인데,

얼굴은 염소고 그 외는 사람이라고 해서 뭔 미노타우르스 같은 귀신인데, 출몰 지역은 해안포대에 랜덤해서 나타난다함.

생긴게 기괴해서 겁먹고 도망가면 화내면서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하고, 거수경례 박으면 흐믓해하면서 해안포 수입(손질)해주고 사라진다는데 수입 상태도 ㅅㅌㅊ라고 함.

덕분에 귀신이긴 하지만 포병들에게 있어 수호신 같은 존재라함.

 

 

백령도 괴담 5 - 작전지역 정문 귀신(?)

 

이것 또한 제가 나온 부대의 귀신이며 저희 부대 헌병들이라면 반드시 2년 중 한 번은 꼭 보는 귀신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존재.

제가 나온 부대는 작전본부(BASE), 작전지역(SITE) 두 곳으로 갈려 정문도 두 군 데. 작전 본부 정문은 가끔씩 튀어나오는 정신 나간 꿩 새끼들과 그 꿩 쫓는 좆냥이들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지만 작전 지역 정문은 옛날부터 사람들이 헛것을 보기로 유명한 곳.

거기서 부사수가 헛것을 보고 울면서 질질 짜서 개빡친 분대장이 부사수를 줘팬 유명한 일화도 있지만 그건 둘 째 치고, 저는 태어내서 지금까지 귀신이고 뭐고 가위에 한 번 눌려본 적이 없으니 그 귀신이라는 작자를 보고 싶어 짬찌 때 분대장들이 자라고 해도 안 자고 버텼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개소린가 싶었음. 병장을 달기 전까지는.

때는 8월, 제가 병장을 단지 한 달 지났을 무렵이고 산악에 있는 작전지역은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 미칠 듯이 습한 여름. 저는 스윙 근무를 섰고, 후임도 좀 괜찮은 친구여서 테블릿 하나 쥐어주고 그냥 쉬라고 했음. 

근무시간이 끝나가는 새벽 2시 즈음, 몇 시간 내리 초소 안에만 있는 것도 답답해서 정문 반대 쪽인 기지 내부 풀이 자라는 공터를 봤는데 뭐가 꿈틀거려서 잘못 봤나 싶어서 눈을 다시 비비고 봤는데 무언가가 초소 쪽으로 다가오는 것.

순찰도는 병사가 장난 치는 줄 알고 눈뽕이나 먹으라고 그쪽에다가 제논 탐조 손전등(눈에 직접 쬐면 실명 당할 정도로 엄청 밝은 손전등)을 켰더니 거기에는 병사가 아닌, 검은 긴 생머리에 앞머리를 내리고, 흰 바탕에 붉은 꽃 모양(대강 코스모스 모양인지 국화모양인지)이 있는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자가 다가오고 있었음. 얼굴은 솔직히 평타 이상은 쳤음.

사방은 철조망으로 둘러 쌓여 있고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은 정문 뿐. 게다가 위치는 해발고도 100미터가 넘는 산 꼭데기에 있는 곳인데 이런 곳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작정하고 철조망을 넘어왔다는 것. 저는 솔직히 개쫄렸고, 저게 북괴 특작군이면 내가 먼저 죽이지 않으면 둘 다 죽는건 기본이오, 작전 지역 전체가 어떻게 된지 모른다는 생각에 허리춤에 차고 있던 대검을 뽑아 착검하고, 후임하고 같이 대인수하를 걸었음.

 

"정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계속 다가오고, 정지 세 번을 말했을 때 이미 후임은 공포탄을 쏴버리고 혼자서 "으으으, X발..."이라고 패닉에 빠져서 중얼 거리기 시작했음

초소에 다가오는 적인지 뭔지 알지도 모르는 상대는 공포탄에도 눈 하나 꿈뻑 않고 다가오고, 저 또한 씨발...거리면서 그냥 살기 위한 본능이었는지 뭐였는지 초소 문을 박차고 그 여자에게 달려가 바로 총검을 배에 꽂아 버리고 완련으로 넘어뜨리고 등깔고 넘어진 상대를 인정사정 없이 몇 번이고 총검을 찍어박았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죽기는 커녕 오히려 그 상태로 씩 웃었는데 그게 얼마나 기분 나쁘던지 더 찔러댔음. 근데 저는 이 때 알아차려야 했던게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총검으로 찍어댔는데 피 한 방울 튀지 않았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그 때는 공포에 질려서 알아차리지도 못했전 것 같음.

숨이 차서 헉헉 거릴 때쯤 후임병 보고, "야! 최○○!! 넌 시발 엄호도 안 하고 뭐하냐!!"라고 소리 질렀는데 그 때 들리는 소리는 CCTV로 상황을 보고 있던 지통실의 간부가 TRS로 황급히 저를 부르는 소리.

"Juliet two!! Juliet two!!! 야! 너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CharliePost, Juliet two 현재 거수자 아니, 적으로 인식된 목표물 사살했습니다."

"뭔 개소리야!! 너 지금 허공에다 뭔 짓을 한 거냐고!"

"잘 못들었습니다?"

"하... 너 시바 당장 대체 인원 보낼테니까 CCTV로 네가 한 짓을 봐라."

??? 저는 영문도 모른 채 저는 CCTV를 들여다보니 거기에 비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후임은 총검을 휘두른 후 맨 땅에 다가 총검을 수차례 꽂는 제 모습.

저는 아연질색해서 너무 기분 나쁜 나머지 전역 때까지 야간에 그 초소에 가지 않았습니다. 아, 마지막 근무 때 필치못할 근무 시간표 조정 불가로 그 시간 때에 한 번 더 근무했습니다.

마지막 근무, 저는 후임에게 이 말을 하고 전역을 했고, 두 번 다시 백령도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사실 안 들어가려고 남은 휴가 일수를 속이고, 인천에서 버텼습니다.)

"이곳은 정말 알 수 없는 곳이다. 저기 인당수 넘어 보이는 북한 새기들도 그렇고 언제 통수 칠 지 모르는 같은 병사 새기들도 그렇고, 무엇보다 난 이 섬 자체가 너무 무섭다. 군대 근무지였다는 이유 때문에도 그렇지만 여기는 다른 이유로도 정말 오기가 싫다. 내가 무슨 말 하는 지 모르겠지? 머지 않아 너도 알게 될 거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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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아스나
따봉
2024-03-08 23:02:00
추천0
[L:44/A:508]
마리네뜨
무서운 동네네요 ㄷㄷ
2024-03-08 23:14:41
추천0
[L:55/A:483]
20세기오타쿠
필력 ㅈ댄다 ㄷㄷ
2024-03-08 23:17:36
추천0
[L:67/A:427]
후부키
ㄷㄷㄷㄷ
2024-03-09 00:02:18
추천0
[L:60/A:302]
아기구름이
이세계다녀오셨네;;;
2024-03-09 11:03:04
추천0
좆지털
이건 역사적 사료다
2024-03-09 16:09:34
추천0
[L:43/A:647]
큐티
귀신 무서워요
2024-03-09 17:10:16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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