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썰전] 무서웠지만 조금은 특별했던 경험담
(제가 알바했던 곳이랑 다른 연출상 장례식장 이미지입니다)
혹시 시체닦기 알바라고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너무나 황당하고 기막힌 이야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0년도 고3 시절때 일입니다. 당시 스타크래프트 열풍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석 했었는데요 .. 어떻게 알았는지 친했던 친구녀석이 PC방 게임비 벌자며 아르바이트를 제안했습니다. (알바비는 무려 당시 금액으로 15만원이라는 상당한 거금이었음) 마침 용돈이 떨어져서 필요했던 차에 자세한 알바 내용은 듣지 않고 어린 마음 돈에 눈이 멀어 친구의 제안을 덥썩 물었습니다.
학생이 아르바이트라고 해봤자 식당에서 서빙하거나 설겆이 청소 등 잡다한 일하는 곳이라 생각했었는데 .. 친구의 손에 이끌어 온 것은 다름이 아닌 모병원 장례식장이었습니다.
마침 친구 삼촌분이 오셔서 저희 일행을 어디론가 데려가시는 거예요 .. 아 조문객 안내해주는 알바인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딘가 모를 으스스한 곳으로 데리고 가는거임. 그리고 반쯤 멍때리는 저를 보고 친구 삼촌분께서 걱정하셨는지 괜찮겠냐고 물어보시는거임. 용기를 내어 무슨 알바냐고 물어봤더니 .. 삼촌분께서 아 여기는 시신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곳이라고 설명하면서 ... 본격적으로 시신을 깨끗이 닦는 업무라고 말씀을 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잘못 들어왔구나 싶어서 그냥 돌아갈려고 했는데 .. 친구넘이 의외로 손을 붙잡고 할 수 있다며 용기어린 눈빛을 보내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얼떨결에 하게되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설명을 해주시면서 문을 절대 닫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며 쿨 하게 퇴장하시는 친구삼촌분 .. 나가기시 전에 맨정신에 힘들 수 있으니 소주를 건내주시는데 .. 미성년자라 당연 거절함(그때 그냥 마셨어야 해 ㅠㅠ) 시신을 정중히 모시고 본격적으로 작업 시작. 설명 들었던 것처럼 배쪽을 꾹꾹 눌러서 안에 있는 내용물들을 밖으로 배출 해 양동이안으로 담으려고 했는데 .. 생각보다 심상치않는 내용물들 때문에 멘붕빠졌을 때 믿었던 친구넘이 어이없게 도망가는것입니다 ..
그런데 이넘이 문을 닫고 도망가는거임 .. 친구 삼촌분이 문을 절대 닫지말라고 신신당부한 말을 떠올리며 야 XX아... 문 닫지마 소리쳤지만 이미 친구 넘은 문닫고 도망간 직후였습니다.
설마하니 문은 열리겠지 싶어서 손잡이를 당겨봤는데 문 구조상 닫히면 밖에서 잠기는 특이한 구조로 정말 닫힌 거였습니다.
문을 열심히 두둘겼는데 .. 못 들으셨는지 .. 아무도 안오더군요 ...
어쩔 수 없이 돌아가신 분을 위해 그래 봉사하자라는 마음으로 용기있게 바들 바들 떨면서 시신님을 깨끗하게 마무리까지 무사히 마쳤습니다. 끝나는 즈음에 다행히? 시간 맞추어서 오신 삼촌덕분에 탈출할 수 있게 되었고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나왔답니다.
인당 15만원인 줄 알았는데 .. 머리수만큼 엔분의 일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아무것도 안한 친구넘이 7만 5천원 받았고 .. 저는 후유증으로 일주일 넘게 고생했습니다.자꾸 헛것이 보이고 식음을 전폐함. 당연히 친구넘과 손절함. 이 자슥아 만나면 으흐흐 !!
당시에는 너무나 무서웠지만 .. 지금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끝날 즈음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준 것 같아 친구넘에게 다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고 지금도 장례식장 지나가면 그때 일이 생각나서 웃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추억이 생긴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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