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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크 | L:5/A:45
124/330
LV16 | Exp.37%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582 | 작성일 2012-12-22 16: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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삣-

바코드 리더기에서 나온 붉은 띠가 굵기의 차이로만 나열된 알수 없는 검은 띠를 훑자 판매대 모니터위로 상품명과 가격이 떠올랐다.

-프렌치카페 커피모카 1000원

이젠 입에 배어버린 무미건조한 직원용 스마일과 말투로 그것을 고대로 따라 읽는다.

"천원되시겠습니다 손님"

나이는 고등학생정도일까? 입고있는 유명 등산복 브랜드의 네임이 가슴팍에 커다랗게 새겨진 패딩과 등 뒤에 매어진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기라도 하듯 붉은 가방은 아무렇게내 생각해낸 추측에 대해 근거를 제공해주었다.

상대가 연한 파랑색 지폐를 꺼내주자 그것을 받아들며 계산대에 집어넣는다.

매뉴얼에 적힌 '감사합니다'라는 상투적인 인사를 채 건네기도 전에 20살 아래의 소년은 그렇게 동네 편의점을 빠져나갔다.

"하아-"

한숨이 절로 쉬어지고 캐셔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벽에 몸을 기대자 눈이 반사적으로 스르르 감기며 졸음이 몰려왔다.

시계를 바라보니 한시반

손님이 올 시간도 아니였건만 24시 편의점이라는 명목만으로 수면시간을 줄이는 이 중세시대 고문과도 같은 일을 허벅지라도 꼬집어대며 버티고 있었다.

앞으로 2시간 반인가...?

눈병이 생길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은지 졸린 눈을 손가락끝으로 비벼대며 그는 그렇게 말했다.

12시부터 4시 까지의 파트타임근무, 물론 A.M. 밀려나오는 하품을 저항하려하지도 않고 기지개와 함께 몰아내버린다.
하지만 잠의 유혹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뻐근한 고개를 들고 멍하니 눈 부시도록 빛나는 흰색 형광등을 바라본다.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듯 하다. 친구들과 잡담이라도 하며 술마시고 놀땐 4시라도 피곤하지 않았건만 그 모든 힘들은 일주일전임에도 불구하고 30년 쯤의 아득한 과거로 느껴졌다.


".........요, 저...기요오! 이봐욧!"

앳된 목소리의 호통에 눈이 번쩍 뜨이며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군대 이등병 시절이 순간 뇌리를 스쳐가며 군번과 이름을 큰소리로 밝힐 뻔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목소리를 내려는 성대보다 빠르게 그의 두 눈으로 들어온 시각정보가 해독이 되며 다시금 ' 자신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구나'  란걸 깨닫는다.

그리고 이어진 후각정보의 분석...

강한 알코올의 냄새가 계산대앞에 서서 음료수 하나를 내밀고 있는 여성, 회사원인지 검은색.정장을 차려입고 잔뜩 흐트러진 머리를 하고 있는 그녀는 취기가 올라 얼굴에 연지라도 칠한듯 붉게 물들어있었다.

근처에서 회식이라도 있었던 걸까?
아니- 그럴 일은 없다, 만일 그랬다면 그녀의 회사동료도 같이 들어오기 십상이기 때문이였다.

'제발 토 하지마라, 제발 토 라지마라...'

속된 바람에 사로잡혀있던 그는 그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살짝 번진 화장과 달아오른 볼, 헝클어진.머리와 옷매무새, 풀린 두 눈과 목 부분의.단추...얼굴도 예쁜 편에다 달라붙은 정장의 라인도 매력적이였다.

그래도 뭐, 거기까지-

사리분별못하고 변태처럼 달려들만한 위인은 아니였다, 적어도 그는-

그녀가 내미는 홍삼드링크의 바코드를 찾아 찍었다.
모니터에 표시된 금액을 확인하더니 어깨에 맨 합성피혁재질의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만원짜리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자요-"

잔돈을 거슬러주자 대충 받아들어 주머니에 쑤셔넣곤 그녀는 오른켠에 놓인 문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삐끗-뚜둑!

굉장히 불길한 소리였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뼛소리는 맞았다.

"후으으...."

그녀는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구부려 발목을 붙잡았다.
아마도 타일위를 하이힐이 미끄러지며 발목의 뼈들이 부딛히며 낸 소리 일것이다.
그다지 큰 일은 아니리라...

신음소리를 내며 가만히 있기를 몇초... 그 이후엔 그 소리마저 끊꼈다. 그가 서있는 곳에선 그녀의 푸석푸석한 머릿결이 뒤통수와 함께 보일 뿐, 그 이외의 상황은 확인할수 없었다.

혹여라도 무슨 큰일이 생긴건 아닐까 싶어 카운터에서 나가자 그대로 몸을 웅크리고 있는 여성이 하나, 한손엔 홍삼드링크를 꼭쥐고 있었다.

"저기요, 손님 여기서 주무시면 안돼요"

그녀의 어깨를 흔들어 깨워보려했지만 돌아오는건 작은 숨소리가 섞인 정적...

이런건 곤란하다....마음 같아선 1.5리터의 생수통 하나를 열어 물장난을 치는것도 나쁘지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그 후의 보복이 두려워 그 아이디어는 어디까지나 생각으로만 묻어두도록 하자.

무의식적으로 눈길이 시계에게로 향했다.

4시에 가까워지는 시각...

곧 있으면 자신의 담당하던 시간이 끝나고 두어살 어린 여대생이 와 자리를 바꿔줄 것이다

하아-

폐 끝쪽에 남아있던 묵은 숨마저 몸에서 빠져나간다

"경찰을 불러 처리하라고 할까?..."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만일 자신이 술에 잔뜩 취해 쓰러져있다 일어났는데 경찰서 안이라면 필름이 끊긴 동안 자신이 무슨일을 벌였는지 의도치않아도 상상되며 지레 겁을 먹을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잔혹한 처사인것 같다.

"우으..."

잠이 깬 것일까? 그녀의 몸이 가볍게 흔들렸다.

"아... 저기"

빨리 나가세요 라는 말을 하려 했지만 그 전에-

일은 벌여졌다.

"우웨에엑-"

도움을 주려고 뻗은 손은 그녀의 블레이져에 닿기 10cm 전...손은 더 나아갈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수많은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을 번개처럼 훑고 지나갔다.
한 쪽 입고리가 전극을 댄 개구리 다리처럼 부들부들 떨리며 허탈한 웃음을 토해낸다.

' 경찰에 신고할까?...'

뇌 한쪽 구석에 쳐박아 놓았던 생각이 다시금 수면위로 스멀스멀 떠오른다.

입구쪽을 바라보자 이곳으로 향해오는 여성이 보였다.
머리는 단발을 뒤로 묶은 꽁지머리에 니트와 청바지를 입은, 대학생...
수수하게 화장을 한 그녀는 문앞에 다가와서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짓는다.

"서..선배? "

그는 대학을 다니고 있지 않으므로 그녀가 말하는 '선배'는 직장,즉 편의점에서의 선배를 말하고 있는 것이리라.

"저 오늘 조퇴요!"

뒤를 돌아 성급히 그 상황속을 도망치려는 그녀의 뒷덜미를 토사물을 뛰어넘어 붙잡았다.

"어딜가! 적어도 도와달라고!"

한 소현이란 이름을 가진 그녀는 목이 졸리는 것 보다 니트티셔츠가 늘어나는걸 먼저 생각하며 도망가는걸 멈춘다.

"옷 늘어나요!"
"뒷처리는 내가 할테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의견이나 내놓고가!"

목덜미에서 손을 뗀 대신 그녀의 양 어깨를 으스러지지않을까 싶을정도로 강하게 움켜쥐며 그는 말했다.

권유라기보단 협박에 가까운 그의 말에 볼을 긁으며 그와 눈을.마주치지않기 위해 위쪽을 바라보았다.

"저...그..그게, 핸드폰을 보면 남자친구...라던가 부모님...이라던가 보통 저장되어 있으니까 데리러 오라고 하면..."
"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

기분나쁜 웃음을 흘리며 소현의 등을 편의점쪽으로 떠밀었다.

"자, 꺼내"

자칫하면 목이 부러질 속도로 고개를 뒤로 돌리며 그녀는 그가 처음 상황을 마주했던것 처럼 볼을 떨었다.

"에엣?!"
"생각을 해봐라, 아무리 내가 편의점 유니폼을 입고있다고 해도, 내가 여자의 품을 뒤지는건 이상하게 보일텐데? 변태라던가 도둑이라던가, 그런 느낌으로"

인정하긴 싫지만 사실은 사실이였기에 억지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그..그것도 그렇네요"
"자, 어서"

망설이는 그녀를 재촉하듯이 문을 대신 열어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나..나중에 복수할꺼에요..."

울상까지 짓는 그녀였지만 그러한 협박은 그에게 먹히지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애초에 그가 일을 끝낸 다음에 소현의 차례가 왔기에 어디까지나 고용주에 의한 시간변동 이후 외엔 일어나지 않을 일이였기 때문이였다.
단정해버리는 것은 아직 이를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로썬 '불가능'이란 것이다.

최대한 닿는 면적을 줄이기 위함인지 한손으론 코를 막고 멀찍이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끝만 이용해 만취&구토녀의 주머니를 찾아 더듬었다.
하지만 정장안에 휴대폰을 넣고 다니는 부류는 아닌지 옷에선 찾을수가 없었다.

다음목표는 가방... 다행이 그녀의 팔에 걸려있던 가방은 토사물의 범위에 빠져있어서 그 안을 뒤지는 것에 큰 저항감을 느끼지않았다.

안의 화장품들이 서로 부딛히며 달그락 소리가 났다.
지갑이며 손수건이며 잡다한 물건들이 잔뜩 있었건만 정작 그들이 바라는 직사각형모양의 전자기기는 찾을수가 없었다.

"직장인이면서 핸드폰이없다니..."
"그게아니라 잃어버린게 아닐까요?"

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음.. 그럴가능성도 있군"

이 만취녀가 핸드폰이 원래 없었냐 아님 잃어버렸냐는 그들에게 있어서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핸드폰이 없어 보호자에게 전화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 매우' 가 네번정도 붙을 귀찮은 일이다.

"어쩌죠?"
"경찰에 신고할까?"
"좀 잔인한것 같은데..."
"난 이 상황이 더 잔인해"
"우... 그래도 역지사지로요"
"단번에 신고했을지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 숫자 112를 누를 생각은 하지않았다.
이렇게 추한 꼴을 여러사람들에게 보였는데 경찰서까지 가다니... 동정심에서도 안될것 같다.

"난 이 시각이면 집에서 잠을 퍼자고 있었어야하는데 말이지..."

눈가에 드리워진 다크서클이 그가 얼마나 피곤한지 대변해주고 있었다.

"아!"

그녀는 무언가 생각났는지 감탄사를 내뱉었다.

"선배 집 여기서 꽤나 가깝죠?"

그녀의 웃음끼 섞인 목소리에 불안감을 감지하며 답한다.

"아..아니, 먼데?"
"에이, 다 알아요, 저번에 비왔을때 집에서 우산 가져다주셨잖아요, 10분도 안돼서"
"......집이 가깝다고 한들 초면에 토사물을 뒤집어 쓴 여자를 등에 업고 가긴 싫은데"
"등에 업는게 싫으시다면 앞으로 안고 가는 방법도 있는데요?"

그가 말없이 그녀를 노려보자 살짝 그의 팔을 손바닥으로 친다.

"호호호, 농담이에요"
"그거 결투신청이냐"

여자 한명을 두고 두 사람이 30분 동안 바라만 보고 있자니 일처리는 진행이 되지않고 있었고 알코올과 안주섞인 위액은 그 시큼한 냄새의 범위를 넖여가고 있었다.

"일단 대걸레질부터..."

더는 못 참겠는지 창고 한켠에 놓여있는 대걸레를 떠올리며 발걸음을 옮기는 그였다.

----------

생각보다 일찍 돌아왔습니다 ㅋㅋ

다시한번 잘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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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23/A:416]
종이
아, 길거리에 구토하고 앵겨붙는 사람있으면 피곤한데…
2012-12-23 01:18:01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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