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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의 일상 - 2. 어쩌다 마주친
EALMAL | L:0/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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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637 | 작성일 2012-11-18 12: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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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의 일상 - 2. 어쩌다 마주친

2. 어쩌다 마주친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검도부에 들어가고 어영부영 살다보니까 여름방학이 됐다. 그 뿐만 아니라 벌써 내일이 개학식 날이다.
  

 대체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생각해보니, 정말 별거 없다. 죽도를 휘두르거나 자거나 돌아다니는 일 빼고는 거의 한 게 없다. 지금도 나는 도심 한복판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돌아다니는 시간만 하루에 네 시간이 넘지만 딱히 의미는 없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라면, 밖에서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 봉사라고 우길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게 재미있냐고 물으면 단언할 수 있다. 재미없다. 하지만 보람된 일이다. 게다가 우연히 이루어지는 만남이나, 시시각각 변하는 거리나, 불시에 터지는 사건들을 보는 건 상당히 흥미롭다.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역시 내가 여태까지 돌아다녔던 건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 것뿐이다. 봉사라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해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헛소리다. 나 자신을 속이고 우겨야만 가능한 정신 나간 소리다. 애초에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만난 적도 많지 않다.
 

 그래도 곤경에 빠진 사람을 보면 가만히 내버려둘 수는 없다. 이번 방학에는 길 잃은 외국인도 만나고,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할머니도 뵙고, 차에 치일 뻔한 아이도 봤다. 물론 보기만 한 건 아니다. 외국인한테는 어설픈 영어와 숙련된 몸짓으로 길을 알려주고, 할머니 짐도 들어드리고, 아이를 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바로 지금, 또 한 명을 도와야 될 일이 생겼다. 머리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인 불량배들이 한 여자를 붙잡고 있다. 누가 보는 건 신경 쓰지 않는 건지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도 여자를 끌고 골목길로 들어간다.
 

 불량배는 두 명이었고, 여자는 길고 구불구불한 금발에 후드티와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어찌 보면 이런 흐름이 자연스러운 걸지도 모른다. 잘 놀 것 같은 여자 주위에 불량배가 꼬이는 흐름 말이다. 나도 흐름에 몸을 맡겨 골목길 쪽으로 다가갔다.
 

 섣불리 길 안쪽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불량배들이 깊숙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은 상황을 파악해야 된다.
 

 “아, 이 누나 진짜 답답하네. 그냥 잠깐 놀자니까? 응?”
 

 불량배들은 이런 식으로 여자를 구슬리지만 여자는 저항했다.
 

 “싫다니깐! 왜 이래?”
 

 “에이, 그러지 말고 좋게 가자, 응?”
 

 “싫다고. 소리 지르기 전에 놔.”
 

 “어이구! 누나야, 너무 날뛰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불량배들이 말로 위협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위험하다. 이제 곧 주먹이 나올 것 같다.
 

 경찰에 신고를 해야 된다. 그런 생각으로 휴대폰에 손을 댔지만 화면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알았어. 대신 이것 좀 놓고 말해.”
 

 여자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와 동시에 골목길 안이 조용해졌다. 아주 잠깐이지만 정적이 흘렀다.
 

 말을 이어간 건 여자였다.
 

 “왜? 남자 두 명이 비좁은 골목에서 여자 하나 제압 못 하는 거야? 이렇게 꽉 잡고 있지 않으면?”
 

 불량배 두 명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는다. 그 정도의 도발이었다.
 

 상황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보려고 골목길로 얼굴을 내민다. 그와동시에 불량배들이 거칠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아얏!”
 

 여자가 바닥에 쓰러지며 신음했다. 불량배들이 여자를 밀친 탓이다. 뒤이어 한 명이 여자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이 년이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누나라고 불러줬더니 기어오르냐? 엉?”
 

 이제 정말 경찰을 불러야 될 상황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에 다른 불량배가 뒤를 돌아봤다. 나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아빤 강북스타일~.」
 

 설상가상 격으로 내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려댔다. 강북스타일은 얼어 죽을…….
 

 “형씨, 뭘 봐? 빨리 안 꺼져?”
 

 인상 한 번 더럽다. 안면근육을 한 가닥씩 단련했는지 얼굴이 무슨 찌그러진 깡통처럼 일그러졌다. 위협적인 표정이다.
 

 하지만 도망칠 거였으면 관여하려고도 안했다. 핸드폰이 더 이상 울리지 않게 한 뒤, 나는 머리를 긁으며 불량배들 앞에 섰다.
 

 이럴 때는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다. 영화 속 영웅들은 악당들 앞에서 뭐라고 하더라? 인용을 하려고 해도 생각나는 게 없다. 애초에 청바지에 허름한 티셔츠만 입고 등장하는 영웅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나는 영웅이 아니다.
 

 “꺼지라고!”
 

 불량배가 소리치자 여자도 같이 말했다.
 

 “왜 길 가던 아저씨한테 시비를 거냐, 너네는?”
 

 아저씨라는 말이 내 심장을 꿰뚫는 것 같았지만 주목해야 될 건 그게 아니었다. 여자의 머리에 손을 얹었던 불량배가 욕설을 내뱉으며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당긴 것이다.
 

 그 뒤에는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설명하기가 어렵다. 내가 놀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놀란 점 하나. 여자가 거침없이 남자의 최대 중요 부위를 걷어찼다.아마도, 전력으로.
 

 둘. 어느 틈에 여자가 한 손에 작은 칼을 쥐고 있었다. 그리고 쓰러진 불량배의 머리채를 잡아들며 칼로 눈을 찌르려는 자세를 취했다.
 

 셋. 여자의 금발은 가발이었다. 가발이 벗겨진 여자는 검은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넷. 그 여자는 바로 자은영이었다.
 

 내 머리가 굳어버렸다. 어디서부터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은영은 침착하게 말했다.
 

 “너네, 한 명이라도 움직이면 눈 하나씩 없어질 줄 알아.”
 

 불량배보다 더 무섭게 논다. 이 여자가 자은영이 맞는지 의심될 만큼 인상이 다르다. 학교에서는 그렇게나 숙녀인 척 하더니…….
 

 자은영은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 그리고 말했다. 학교에서 짓는 미소를 지으면서.
 

 “아저씨는 가던 길 가시죠.”
 

 저 정도면 혼자 어떻게든 될 것 같다. 그 때문에 나는 멋쩍게 머리를 긁으며 골목길 옆으로 비켜섰다. 완전히 자리를 뜨진 않았다. 만에 하나 내가 개입해야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다시 소리만 들리는 상황이 됐다. 바로 앞은 대로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평범한 길이다. 대낮인데도 사람은 없다. 대낮이라서 없는 걸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간에 사람이 없으니 골목길에서 나는 소리가 다 들린다.
 

 “이런 씨…….”
 

 “입조심 해. 네 친구 애꾸 만들기 싫으면.”
 

 말이 끝나자마자 나를 위협했던 불량배가 밖으로 뛰어나왔다. 욕을 내뱉으며 도망가는 꼴이 참 볼썽사납다.
 

 골목길 안쪽을 살펴보니 자은영이 불량배한테 말을 걸고 있었다.
 

 “야.”
 

 “네?”
 

 “너 몇 살이야?”
 

 “여, 열 여섯인데요.”
 

 자은영은 칼을 거두고 불량배의 머리를 한 대 후려쳤다. 그 때문에 자빠져있던 불량배는 땅에 머리를 박았다.
 

 “내가 누나 맞아, 이 놈아. 너 이딴 짓 한 지 얼마나 됐어?”
 

 “2주 됐는데요.”
 

 “착하게 살아라, 인마. 이딴 쓰레기 같은 아르바이트 하지 말고.”
 

 자은영은 치마를 털며 일어났다. 더불어 땅에 떨어진 가발을 집어들었다.
 

 “에이, 더러워졌잖아.”
 

 가발을 보며 투덜대던 자은영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불량배가 어기적어기적 몸을 일으키자 자은영이 한손에 쥐고 있던 칼을 겨눴다.
 

 “너 이 짓 그만둬라. 다음에 보면 가만 안 둔다.”
 

 “…….”
 

 “응?”
 

 “아, 네, 넵!”
 

 불량배가 도망쳤다.
 

 더 이상 볼 게 없는 까닭에 나도 골목길에서 시선을 돌렸다.
 

 1학기 때는 자은영과 말도 거의 안 했다. 그래도 학교에서 착하고 순한 인상이란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런 자은영이 이렇게 악랄한 모습을 드러내는 건 처음 봤다. 거친 말투도, 칼을 숨기고 다니는 것도 놀랍다. 가발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문제가 간단히 해결됐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
 

 놀라긴 했어도 그 덕분에 도와줄 필요는 없어졌다.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방학 마지막 날에 이번 방학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는 사건을 놓쳤으니까 말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발을 떼려했다. 그러자 자은영의 말이 들렸다.
 

 “여보세요? 두목 아저씨?”
 

 두목이라는 단어에 발이 멈췄다. 조폭이나 깡패 집단에 들어가 있던 건가?
 

 “응. 나야 잘 지내지. 근데…….”
 

 이름이 두목인가? 어떻게 저렇게까지 친근하게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
 

 계속해서 말이 이어졌다.
 

 “내가 애들은 쓰지 말랬지? 적어도 20살 이상인 애들 쓰라고 했을 텐데?”
 

 애들은 쓰지 말라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애들? 조금 전에 봤던 불량배들을 말하는 걸지도 모른다.
 

 “아저씨네 애들이 지금 나한테 털렸거든? 그래, 끝까지 발뺌 해 봐. 이번 일에서 나도 손 뗄 테니까.”
 

 잠시 정적이 흐르나 싶더니 바로 자은영의 핸드폰이 울렸다. 클래식 곡, 분명 녹턴인가 뭔가 하는 곡이다. 학교에서도 들었던 벨소리다. 이어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두목 아저씨? 응? 조금 전에 내가 안 한다고 했잖아. 싫어. 안 해. 한 번 약속을 깬 사람을 어떻게 믿어?”

 

 정적이 흐른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골목을 들여다보자, 자은영이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미안해? 그럼 당장 내 쪽으로 돈 보내. 그거 보고 결정할게.”
 

 자은영이 힐끗 나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상의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쓰며 말했다. 칼을 든 손으로 모자를 만져대는데, 보는 내 쪽이 다 긴장된다. 저렇게 막 움직이다가 베이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자은영이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동시에 칼도 반으로 접히더니 자은영의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푹 숙인 자은영이 내게 다가온다. 아는 척을 하면 안 될 것 같다. 그래도 저게 진짜 자은영인지는 알고 싶다.
 

 나도 모르게 골목길로 전신을 드러냈다. 그리고 은은한 샴푸냄내가 내 코앞에서 느껴진 순간, 나는 입을 열었다.
 

 “너, 자은영이냐?”
 

 대답은 내 몸이 옆으로 밀림과 동시에 들을 수 있었다.
 

 “그러는 아저씨는 김유랑이시네요.”
 

 사실을 확인한 순간 할 말을 일었다. 그저 멀어지는 자은영을 지켜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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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살벌
앞 부분이 중복 됐어요! 뭐, 그거야 어쨌든, 학교에서 내숭을 떠는 여학생은 종종 접할 수 있는 요소인데, 여기선 그 반전의 모습이 굉장하네요 ㅋㅅㅋ 재밌게 잘 읽었스빈다 ㅇㅇ! 다음화도 기대할게요!
2012-11-19 01:01:31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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