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문학][단편] 구스트앙의 하루
"으으음..."
잠에서 깬 나는 눈을 떴다. 왼편에는 나의 1766번째 아내가 아직 새근거리며 자고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남편이 일어나면 먼저 깨어 있던 아내가 웃음을 지으며 '일어났어요?' 등의 대사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 나는 그런 것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아이들은 아침잠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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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라에 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나는 부엌으로 가서 초코 시리얼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했다.
나는 검소한 편에 속하는 가주이기 때문에 아침 식사만큼은 내가 직접 해결한다. 에드안 같은 놈과는 다르다.
뭐, 직접 해결한다고 해봐야 늘 같은 초코 시리얼이지만 말이다.
별로 단맛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근 200년간 매일같이 같은 아침 식사를 하다 보니 질려버리기도 했지만, 오늘도 나는 초코 시리얼을 먹는다.
아내들이 이것만 먹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단 걸 좋아하거든.
우유도 같이 먹게 되기 때문에 성장에도 좋다. 키도 쑥쑥 크고 말이다.
"......"
생각해보니 그건 별로 좋지 않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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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7시 30분이 되었다. 등교 시간이다.
잠깐 멕세스와 통화를 하는 사이 아내들이 모두 준비를 마쳤다. 나이가 많은 1~2세대의 아내들이 잘 도와주기 때문에 인원과 연령에 비해 비교적 통솔이 잘 되는 편이다.
나는 따뜻한 남편이기 때문에 직접 스쿨버스를 운전하여 아내들을 등교시킨다. 참고로 내가 예전에 자하드 버스를 탔기 때문에 이 버스의 이름은 자하드이다.
편안하고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하기 위한 작명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아내들이 다니는 학교와 나이가 많은 아내들의 아이들, 즉 내 직계 자손이 다니는 학교는 다르다.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쿤 가문에선 가주의 자식들과 어린 부인들이 같은 학교에 다닌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내가 에드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놈은 항상 이렇게 말한다.
"학교 다닐 나이의 와이프가 학교를 따로 지어도 될 정도로 많은 게 이상한 거야, 천벌 받을 놈아."
그게 왜 이상한 건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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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이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를 할 때 나는 집무실에서 열심히 일을 한다.
"가주님, 오늘은 총 예순일곱 건입니다."
뭐라고?
당황스러운 숫자다.
그러나 비서는 내 놀란 표정을 보지 못했는지 덤덤하게 서류를 건네주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포 비더 성을 사용하는 인물들 중 (쉽게 말해 내 자손들 중) 범죄를 저지른 놈들을 가문에서 파문시키는 작업이다.
그런데 예순일곱? 보통 하루에 열 건을 잘 넘기지 않는데... 무슨 전쟁이라도 난 건가?
"예년보다 작은 숫자군요. 학교에서 법을 조금 가르친 효과가 있나 봅니다."
"예년? ...아, 오늘 그 날이었지."
비서의 말에 비로소 그 이유를 깨달은 나는 무릎을 탁 쳤다. 모든 것이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5월 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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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비서는 모르는 건데, 내가 이 귀찮은 일을 하는 데에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다.
바로 포 비더 가문이 자랑하는 연구원에 들어갈 만한 인재를 선별하기 위해서이다.
폐쇄적인 연구원의 특성상 나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은 아이들이 많을수록 좋은데, (직계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범죄 기록을 살펴보면 누가 내 피를 더 많이 이어받았는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범죄를 저질러야 연구원에 스카웃되느냐고?
오늘 같은 날엔 스카우터들이 바빠진다. 그게 답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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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잘 시간이 되었다.
서류를 예순일곱 개나 처리하다 보니 당연히 아내와 같이 밤을 보낼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오늘은 저 혼자 자도록 하겠습니다."
"네 가주님 안녕히 주무세요~"
1602번째부터 1766번째 아내와 일일이 간단한 굿나잇 키스를 하고 침실에 들어왔다.
그 전의 아내들은 나이가 너무 많아서 키스를 해 주지 않는다. 사실 말도 잘 섞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여자아이의 변성기 이후의 목소리는 잘 들을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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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대에 누워 간단히 오늘을 되새겨보았다.
피곤한 하루였다. 하지만 내일은 토요일이니 아내들을 데리고 어디 놀이동산이라도 가야겠다. 나는 따뜻한 남편이니까.
"아차."
눈을 감기 직전 중요한 무언가를 빠뜨린 것을 기억해냈다. 나도 나이가 들기 시작했나 보다.
나는 포켓으로 1602번째부터 1766번째 아내에게 단체 메시지를 보냈다.
'밤에 단 거 먹고 양치하는 것 잊으면 안 돼요'
유치의 충치는 영구치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자를 보낸 나는 잠이 들었다. 내일도 행복한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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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썼지만 정말 불쾌하네요
쓰레기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