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뭄 - 김사인
섣달 그믐
김사인
또 한 잔을 부어넣는다
술은 혀와 입안과 목젖을 어루만지며
몸 안의 제 길을 따라 흘러간다
저도 이젠 옛날의
순진하던 저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뜨겁고 쓰다
윗목에 웅크린 주모는
벌써 고향 가는 꿈을 꾸나본데
다시 한 잔을 털어넣으며
가만히 내 속에 대고 말한다
수다사水多寺 높은 문턱만 다는 아니다
싸구려 유곽의 어둑한 잠 속에도 길은 있다
섣달 그뭄 - 김사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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