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거기 햇빛으로 있어라 - 최일화
너 거기 햇빛으로 있어라
그래 너 거기 추억으로 있어라
추억에서 피어난 꽃송이로 있어라
네 생각이 나면 들길로 나설 것이니
너는 거기 옛 동네 꽃밭 같은 곳에서
노후를 맞으며 할머니가 되어가며
그래 거기 반짝이는 언어로 있어라
내가 언제 너를 사랑한다 하든
너는 그냥 낯익은 풍경으로 오래 거기 있어라
다가갈 수도 멀어질 수도 없는 너
너는 베를 짜고 나는 밭을 갈며
까마귀와 까치 다리를 놓을 때까지
너는 향기로운 흙냄새로 있어라
무더운 여름날 솔바람으로 있어라
쓸쓸한 가을 들녘 들꽃처럼 있어라
살다가 살다가 외로워지거든
눈을 들어 모색 짙은 들녘에 눈길 한번 주어라
항시 네 생각에 젖어 사는 한 사내의 그림자를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