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손무덤 - 박노해
조커 | L:45/A:549
3,779/5,510
LV275 | Exp.68%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105 | 작성일 2021-06-25 17:52:14
[서브캐릭구경OFF] [캐릭컬렉션구경OFF] [N작품구경OFF]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손무덤 - 박노해

손무덤
                                                                              -박노해-

                                                       

 

 

 

올 어린이날만은

안사람과 아들놈 손목 잡고

어린이 대공원에라도 가야겠다며

은하수를 빨며 웃던 정형의

손목이 날아갔다.

 

작업복을 입었다고

사장님 그라나다 승용차도

공장장님 로얄살롱도

부장님 스텔라도 태워 주지 않아

한참 피를 흘린 후에

타이탄 짐칸에 앉아 병원을 갔다.

 

기계 사이에 끼어 아직 팔딱거리는 손을

기름먹은 장갑 속에서 꺼내어

36년 한 많은 노동자의 손을 보며 말을 잊는다.

비닐 봉지에 싼 손을 품에 넣고

봉천동 산동네 정형 집을 찾아

서글한 눈매의 그의 아내와 초롱한 아들놈을 보며

차마 손만은 꺼내 주질 못하였다.

 

훤한 대낮에 산동네 구멍가게 주저앉아 쇠주병을 비우고

정형이 부탁한 산재 관계 책을 찾아

종로의 크다는 책방을 둘러봐도

엠병할, 산데미 같은 책들 중에

노동자가 읽을 책은 두 눈 까뒤집어도 없고

 

화창한 봄날 오후의 종로 거리엔

세련된 남녀들이 화사한 봄빛으로 흘러가고

영화에서 본 미국 상가처럼

외국 상표 찍힌 왼갖 좋은 것들이 휘황하여

작업화를 신은 내가

마치 탈출한 죄수처럼 쫄드만

 

고층 사우나 빌딩 앞엔 자가용이 즐비하고

고급 요정 살롱 앞에도 승용차가 가득하고

거대한 백화점이 넘쳐 흐르고

프로 야구장엔 함성이 일고

노동자들이 칼처럼 곤두세워 좆빠져라 일할 시간에

느긋하게 즐기는 년놈들이 왜 이리 많은지

―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바라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

선진 조국의 종로 거리를 나는 ET가 되어

얼나간 미친 놈처럼 헤매이다

일당 4,800원짜리 노동자로 돌아와

연장 노동 도장을 찍는다.

 

내 품 속의 정형 손은

싸늘히 식어 푸르뎅뎅하고

우리는 손을 소주에 씻어 들고

양지바른 공장 담벼락 밑에 묻는다.

노동자의 피땀 위에서

번영의 조국을 향락하는 누런 착취의 손들을

일 안 하고 놀고먹는 하얀 손들을

묻는다.

프레스로 싹둑싹둑 짓짤라

원한의 눈물로 묻는다.

 

 

 

 

일하는 손들이

기쁨의 손짓으로 살아날 때까지

묻고 또 묻는다.

 

               <노동의 새벽>(1984)

개추
|
추천
0
반대 0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5 | 댓글 2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6619 시 문학  
손예화의<고구마 밭 풍경>
유희나
2020-05-10 0-0 79
6618 시 문학  
손영희의 <탐라산수국>
유희나
2020-06-07 0-0 83
6617 시 문학  
손무덤-박노해
에리리
2021-02-14 0-0 98
6616 시 문학  
손무덤 -박노해
에리리
2021-05-18 0-0 117
6615 시 문학  
손무덤 - 박노해
크리스
2020-04-15 0-0 144
6614 시 문학  
손무덤 - 박노해
크리스
2020-11-24 0-0 148
6613 시 문학  
손무덤 - 박노해
에리리
2021-02-06 0-0 88
6612 시 문학  
손무덤 - 박노해
에리리
2021-05-26 0-0 79
시 문학  
손무덤 - 박노해
조커
2021-06-25 0-0 105
6610 시 문학  
손무덤 - 박노해
크리스
2021-07-20 0-0 161
6609 창작  
손님-히트맨
히트맨
2020-03-22 0-0 177
6608 창작  
손가락을 놓자
JUDEP
2018-09-20 1-0 124
6607 시 문학  
손가락 한 마디 - 한하운
미캉
2019-06-29 0-0 182
6606 시 문학  
손가락 한 마디 - 한하운
크리스
2020-04-15 0-0 194
6605 시 문학  
손가락 한 마디 - 한하운
크리스
2020-11-24 0-0 135
6604 시 문학  
손가락 한 마디 - 한하운
크리스
2021-07-19 0-0 184
6603 시 문학  
손가락 경전經典 / 신춘희
크츄
2021-03-14 0-0 111
6602 시 문학  
손 무덤 - 박노혜
에리리
2021-05-10 0-0 113
6601 시 문학  
속마음 - 이경아
에리리
2020-03-22 0-0 80
6600 시 문학  
속리산(俗離山)에서 - 나희덕
에리리
2020-06-25 0-0 133
6599 시 문학  
속도-허형만
멜트릴리스
2019-11-10 0-0 169
6598 시 문학  
소화 [6]
Rem
2017-02-13 0-0 1052
6597 시 문학  
소하시(銷夏詩) - 원매
이지금
2020-12-14 0-0 128
6596 시 문학  
소천영회(瀟川詠懷) - 김육
이지금
2020-12-30 0-0 160
6595 창작  
소중한 사람에게
대들보
2017-06-04 0-0 189
      
<<
<
151
152
153
154
155
156
157
158
159
16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