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감각 : 김광섭 시
생의 감각 : 김광섭 시
여명(黎明)에서 종이 울린다.
새벽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간다. //
아픔에 하늘이 무너지는 때가 있었다.
깨진 그 하늘이 아물 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르른 빛은 장마에
황야(荒野)처럼 넘쳐 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 갔다. //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서 있었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生)의 감각(感覺)을 흔들어 주었다. //
* 감상 : 시인이 고혈압으로 쓰러진 후 일주일 만에 깨어나 내적 생명의 체험을 노래한 시로서, 절망, 고통으로 이어진 참담한 투병생활 끝에 새롭게 피어난 생의 감각과 의지를 표현한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