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아버지 - 배우식
감나무 속으로 아버지가 들어갔다
그해 봄 문득 들리는 발자국 자박소리
눈 씻고 뒤돌아보면 환한 눈빛 감꽃이었다
아득히 그리운 길 한 바퀴 돌 때마다
출렁출렁 차오르는 아버지 저 살 냄새
그 바다 오르내리며 만남을 꿈꾸었다
눈 감아도 눈 속으로 파고드는 울 아버지
감나무 안다는 듯 말랑말랑 붉어지고
나에게 속살을 살짝, 드러내 보여 주었다
감나무 문밖으로 홍시가 걸어 나왔다
늦가을 간절한 듯 붉게붉게 익은 얼굴
달려가 바라다보면 환한 눈빛 아버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