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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나 한잔 - 오규원
에리리 | L:60/A:454
1,174/3,690
LV184 | Exp.31%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163 | 작성일 2020-01-12 00: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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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나 한잔 - 오규원

커피나 한잔, 우리들께서도 커피나 한잔, 우리들의 함묵(緘默), 우리들의 거부(拒否)

께서도 다정하게 한잔, 우리들을 응시하고 있는 창께서도, 창 밖에 날개를 비틀고 있는

새께서도 한잔. 이 50원의 꿈이 쉬는 곳은 50원어치의 포도덩굴로 퍼져 50원어치의

하늘을 향해 50원어치만 웃는 것이 기교주의라고 우리들은 누구에게 말해야 하나.

 

용납하소서 기교주의여. 기교주의의 시간이여 커피나 한잔. 살의 사실과 살의 꿈을 지나

살의 노래 속에 내리는 확인의 뿌리께서도 한잔 드셨는지. 저 바람의 비난과 길이 기르는

불편한 발자국과 그 길 위에 쌓이는 음울한 사자(死者)의 목소리를 지나 우리들께서는

그 무엇을 확인하시려는가. 우리들께서는 그 패배로 무엇을 말하시려 하는가?

 

       풀잎은 이유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풀잎은 풀 때문에 흔들린다고

       잠 못 드신 들판께서도 피곤하실 테니 커피나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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