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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계획 살인
흩날려라 | L:27/A:501
198/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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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661 | 작성일 2013-07-21 06: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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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계획 살인

-계획 살인-

인호는 욕조에 누워 편안하게 목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욕조였지만 인호가 여유를 즐기기에는 충분한 크기였다. 그때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부엌에서 들려왔다.

“인호씨 아침 밥 먹어요.”

결혼한 지 23년이 지난 지금 혜영이 아침 식사 준비를 할 때 내는 소리마저 익숙해져서 그 모습까지도 눈앞에 선했다. 맛있는 반찬이 하나도 없는 식탁이 상상이 가며 나가기 싫어졌다. 그는 짐짓 못들은 척을 하며 욕조에서 좀 더 여유를 즐겼다.

“인호씨!”
“그래 인제 나갈게.”

그는 자신의 친절한 목소리에 스스로 감탄했다. 하지만 곧 이런 친절함이 방심으로 이어져서 그녀에게 들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는 욕조에서 몸을 빼내어 거울 앞에 섰다.

“참을성 없어? 조금만 기다려!”

그는 몸을 닦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마흔 중반의 나이치고는 꽤나 괜찮은 몸이었다. 그는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짙은 눈썹과 깊은 눈 그리고 오똑한 코, 매력적인 입술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얼굴에 감탄했다.

31살의 현주는 인호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1층 카페 주인이었다. 그는 거기서 그녀를 처음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그 후 매일같이 카페에 출입하며 그녀와의 사랑을 싹틔워갔다. 그는 자신이 대단히 도시적인 남자라는 것을 그녀에게 어필하기 위하여 평생 마시지도 않던 원두커피를 매일같이 마셨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는 유부남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모르게 아내를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면 그만이었다.

“아니 도대체 뭐하는 거예요?”
아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싱글싱글 웃으면서 거울을 보고 있다니. 무슨 좋은 일 있나 봐요?”
“아니야. 지금 나갈게. 어제 봤던 개그 프로그램이 생각나서 그랬어.”

그는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고 부엌으로 갔다. 역시나 제대로 된 아침밥은 차려져 있지 않았으며 그와 동시에 그는 자신의 아내에 대한 엄청난 혐오감도 느꼈다. 그는 여유를 즐기고 싶은 삶을 살고 싶었지만 혜영을 만나고 부터는 그런 삶은 사라져버렸다.
신혼부터 23년간 나의 귀를 넘어 머리까지 아프게 만드는 잔소리. 그런 잔소리가 지속되자 그는 아내의 하나하나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요즘 들어서는 내가 이 여자가 어디가 마음에 들어서 결혼을 했을까 하는 의문점도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를 웃게 만드는 것,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은 몇 시간 뒤에 벌어질 것이다.
인호의 집은 꽤나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는 주택이었다. 오늘 혜영이 친구들 모임에 간다고 그에게 차를 좀 쓰게 해달라고 했을 때. 그는 선뜻 키를 넘겨주었다. 평소 같으면 그녀가 운전이 서툴다고 절대 키를 넘겨주지 않았겠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기에 그는 기분 좋게 넘겨주었다.
인호는 오늘에 맞춰서 브레이크를 거의 말이 듣지 않는 상태로 바꿔놓았다. 높은 길에서 차는 멈추지 않고 달릴 것이며 그녀는 틀림없이 죽게 될 것이다. 그는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오늘 아침에는 상당히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멋진 여자 친구라도 생기셨나. 호호”

그녀의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가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마치 당신의 나이 대에 관심을 가질 만한 여자는 전혀 없지 라고 생각되는 웃음소리였다. 그의 마음에 있던 분노가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 평정심을 되찾고 쇼파로 가서 앉아 TV를 켰다.

“잘 먹었어. 오늘 아침은 유난히 맛있는데?”
“차린 것도 없는데 맛있다니 당신 오늘 좀 이상한 거 아니에요?”
“아니 그냥 있는 그대로 좀 받아들이면 안 돼? 그렇게 꼭 토를 달아야 겠어?”
그는 한숨을 푹 쉬며 이리저리 채널을 돌렸다. 그의 손에 잡힌 리모컨이 부르르 떨렸다. 화가 나서 떨리는 것이 아니라 곧 일어날 일에 대하여 흥분감이 생성되어 몸이 반응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렸다. 그러면서 있어서는 안 되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아 비가 오네. 오늘 그냥 나가지 말까...”
그는 뒷골이 서늘했다. 하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부드럽게 말을 했다.

“당신. 지금까지 고생 많이 했잖아. 내 차를 끌고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도 좀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좀 그래. 계산은 카드로 당신이 다 해버려.”
“어머 정말이에요? 그럼 어서 준비하고 나가야 겠네.”

그는 흥분감이 고조됨을 느꼈다.
‘나는 곧 해방된다. 구제된다. 지긋지긋한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천사의 손아귀로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다!’

창문에 쳐져있는 커텐 틈 사이로 살인자의 눈빛이 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차에 올라서 출발을 했다. 차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내려갔다. 이윽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쇼파에 TV소리를 좀 더 높였다. 이렇게 해두면 바깥의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기 때문에 그는 이웃이 올 상황을 대비하여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이윽고 벨이 울렸다. 거기에는 근처에 살고 있는 유림이 엄마가 서있었다.
“인호씨! 혜영씨가 사고를 당했어요. 차가 길에서 굴러 떨어졌나봐요!”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속으로는 웃음을 삼켰다.

“이럴 수가! 뭔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는데 설마 그럴 리가요.”
“어서 나가 보세요. 제가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면서 똑똑히 보았다니깐요.”

그는 얼른 사고가 난 현장으로 달려 나갔다. 사람들에게 똑똑히 알리기 위해 정신이 없는 척 맨발로 뛰어 나가는 것도 있지 않았다.
그는 아내의 이름을 울부짖으며 사람들이 떼 지어 있는 곳을 밀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불길에 둘러싸인, 인제 고철덩어리가 되어버린 차가 있었다. 그 때 2명의 구조대원이 그에게로 다가왔다.

“최인호씨 되시죠?”
“네 제가 최인호입니다..”
“부인께서는 무사하시니 너무 상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차가 부딪힌 후에 부인께서 빠르게 문으로 빠져나와서 차와 함께 폭파되지 않으셨습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입니다.”

그것은 명백한 기적이었다. 혜영은 허리 쪽을 다쳐서 몇 주간 병원 신세를 지내게 되었으나 몇 주 후면 다시 정상인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 일이 누군가에 의하여 계획되어진 일이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되어 멍한 상태로 지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혜영은 그에게서 최악의 상태로 변해갔다.
회사에서는 그에게 신이 도왔다며, 그런 의미에서 부인을 잘 간호 하라고 하였다. 물론 몇 주간 휴가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쉴 새 없이 간호를 요구해왔다. 그는 점점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며 두 번째 계획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생각은 없었다.

몇 주가 지난 후 그녀의 허리가 많이 나아지지 않아서 허리를 거의 쓰지 못하는 지경이라 누워있어야 하지만 집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병원에서도 어쩔 수 없이 집에서 그가 철저히 간호를 한다는 가정 하에 퇴원을 시켜주었다. 그는 집으로 오는 길에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아내는 허리를 쓰지 못하니깐 집에 불을 붙여버리는거야. 바로 그거면 완벽해!’

출근하기 15분전 그는 따듯한 원두커피에 수면제를 몇 알 떨어뜨려 녹였다. 잘 녹게 서서히 저은 후에 그는 커피를 가지고 아내에게로 갔다.
“오늘부터는 난 출근을 해야 해. 미안하지만 빨리 퇴근하고 돌아올게. 미안함의 표시로 정성껏 끓인 커피야 어서 마셔봐.”
“오 당신이 이렇게 친절할 줄이야. 자주 아파야겠어요. 호호. 잘 마실게요.”

그녀의 사랑스런 눈빛을 애써 외면한 그는 그녀가 커피를 마시기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출근 시간 다 되지않았어요? 어서 출근해요.”
“아 뭐 좀 찾을 물건이 있어서 말이지. 어서 마셔. 그 컵까지 넣어서 식기세척기를 돌려야겠어.”

몇 분이 흘렀다. 그녀가 말했다.

“자 다 마셨어요. 맛있는 커피였어요. 아 참 화장실 좀 데려다 줘요. 당신이 나가버리고 나면 혼자서는 힘드니깐”
“그러지.”

다시 몇 분이 흘렀다. 화장실에서 천천히 나오는 혜영의 다리가 휘청였다. 약에 취한 것이 분명했다.

“몸이 많이 안 좋나보군. 침대에 누워 한숨자고 있어. 쓸데 없이 움직이지 말고.”
“알겠어요. 잘 다녀와요.”

그는 그녀의 잠자는 숨소리를 들으며 냄비위에 흰죽을 담아 가스레인지를 켰다.
미소를 지으며 그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사뿐사뿐 걸어 출근을 했다. 그리고 회사 밑에 있는 카페에 도착했다.
‘잠시 부재중 전화주세요.’
카페 문이 닫혀있었다. 그는 콧노래를 부르며 현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크게 상관은 없었다. 곧 아내는 죽고 앞으로 계속 목소리를 들으면서 살게 될테니깐.

그 때 그의 전화벨이 울렸다. 이웃집 친구의 전화번호였다.
“어이 인호 얼른 오게. 집에 불이 났다네 얼른 와!”

그는 며칠 전 새로 산 차를 이끌고 집으로 올라갔다. 거기에는 활활 타오르고 있는 집이 보였다. 그의 마음도 승리의 기쁨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 때 봤던 2명의 구조대원이 다가왔다.
“최인호씨 되시죠?”
“네 제가 최인호입니다...”
“부인께서는 무사하시니 너무 상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연기에 질식되어 의식을 찾지는 못하시는 것 같았지만 치료를 하면 곧 낫게 될 것입니다.”

분노에 이를 갈며 그는 생각했다.
‘이 빌어먹을 여편네. 목숨이 정말 질기군. 의식이 없다고? 그래 그렇다면 내가 직접 이 두 손으로 죽여주지.’

그는 회사에서 쓰이는 염산을 가지고 차에 올라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허겁지겁 병실로 뛰어올라갔다.
‘그래. 링거에 이 염산을 투입하는 거야. 그리고 천천히 죽어가는거지. 나는 빠르게 빠져나와서 아내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달려온 척을 하는 거지.’

그는 병실 앞에 도착해 심호흡을 한번하고 병실 문을 열었다. 그 곳에서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현주가 그 병실에 있었던 것이다. 굳은 표정으로 그녀는 침대 옆에 서서 그를 노려보았다. 그 눈은 마치 혐오하는 동물을 쳐다보는 듯 한 눈빛이었다.

“어머, 어서오세요. 인호씨 나의 사랑하는 남편.”
혜영의 비웃음 섞인 말투가 그의 귀를 거슬리게 하였다.
“당신의 여자 친구도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이런 바보 같은 인호씨.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요? 제가 그 때 회사에 당신을 찾아갔을 때 당신을 1층에서 본거죠. 바로 당신의 여자 친구와 함께 있는 모습을 말이죠. 그리고 쉽게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연락할 수 있었죠. 카페 주인이니깐 말이에요. 호호”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의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는 듯했다. 그는 두려움으로 인해 다리가 떨려왔다. 도저히 서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주저 앉았다.
“이 불쌍한 현주씨에게 사실대로 말해야 될 것 같아서 전화를 했어요. 유부남이 아니라고 했다면서요? 홀아비라고 한건가. 흠..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 했나봐요?”

그녀는 눈빛을 돌려 현주에게로 옮겼다.
“현주씨 저 사람은 날 죽이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했어요. 무려 3번이나 시도를 했죠. 첫 번째는 차의 브레이크에 장난을 친거죠. 두 번째로는 집에 불을 지른거에요. 마지막으로 세 번째로는 지금 저 염산을 저의 링거에 부을려고 했겠죠. 전부다 현주씨를 얻기 위하여 노력을 한거에요. 가상하지 않아요? 칭찬이라도 좀 해보세요.”

인호는 시선을 현주에게로 돌렸다.
“현주야, 내 말 좀 들어봐. 다 거짓말이야. 나는... 나는...”

그때 현주의 한마디가 그의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지게 했다.
“여보세요. 거기 경찰서죠? 여기 살인자가 있어요.”

그는 너무나 비참했다. 그리고 살아갈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병원을 빠져나와 차를 몰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집으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브레이크에 발을 땐 채로 눈을 감았다.

그녀는 자신의 소유가 된 카페를 기분 좋게 둘러보았다. 남편이 죽고 나서 현주는 떠나려고 했고 그녀는 그 가게를 보험금으로 샀다. 요 몇 년간 그녀는 남편과의 생활에 완전히 싫증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작은 정에 이끌려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녀도 어리석었던 적이 있었다. 그 브레이크 사건 때, 차의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도 꿈에도 그가 그랬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자기를 죽이려 했고 한번 실패한 이상 또 도전할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아챘다. 침대에 누워서 인호를 마음대로 괴롭히며 그녀는 쾌감까지 느꼈다. 그가 타준 원두커피에서 수면제 맛이 났을 때 그녀는 얼른 화장실로 가서 해독제를 먹었고 불이 났을 때는 잠시 연기를 몇 초간 맡고 밖으로 나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 때 그녀는 경찰서에 알려서 그의 남편을 감옥에 넣었어야했다.
하지만 그녀는 모험심이 들었고 그를 엄청난 시련에 빠뜨리기 위해, 혹은 그 시련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기 위하여 생각을 했다. 결론은 현주를 병원으로 불러서 남편이 보는 앞에서 그의 더러운 행실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카페의 주인이 된 이후로 회사 사람들은 그녀를 너무나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남편이 없는데도 혼자서 사회 일을 이렇게나 열심히 잘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아니에요. 멍청하게 집안일만 하던 여자가 혼자서 하려니깐 정말 힘든 점이 많네요.”
“수고하세요! 아주머니.”
“네 맛있게 드세요. 호호”

그녀의 웃음을 뒤로하고 회사 사람들이 나갔다.
결코 멍청하지 않은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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