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게 있는가?
논리와 수학을 뛰어넘은 캐릭터를 vs에 쓸 수 있는가?
우리 모두 다음 세가지의 사실만큼은 동의할 수 있다.
편의를 위해 전제를 창작의 여러 방식 중 소설 책이라고 하겠다.
1. 캐릭터는 작가를 이길 수 없다.
2. 세계관은 책보다 클 수 없다. (아무리 큰 세계관도 책을 뚫고 나와 현실에 닿을 수는 없다)
3. 작가가 어떤 것을 창작하기 위해 그것보다 반드시 초월적일 필요는 없다.
여기서 1, 2번은 쉽게 받아들여지지만, 3번은 어째 설명이 좀 부실해서 그렇지 않을 거다.
네가 시공간을 초월한 캐릭터를 소설 속에 등장시키기 위해서 직접 시공간을 초월할 필요는 없다.
5차원 존재를 만들기 위해서 네가 5차원 존재가 될 필요는 없다. 그 뜻이다.
플래시 작가가 100m를 초광속으로 달릴 필요는 없다.
이 세가지 원칙이 맞다면 우리는 논리와 수학을 뛰어넘은 캐릭터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초전지전능 초초전지전능 같은 개념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슈퍼슈퍼슈퍼맨 이라던가, 울트라하이퍼슈퍼그레이트얼티메이트 건! 이런 말을 들으면 졸라게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초초전지전능이나 초초초전지전능이나 강조하는 수식어를 왕창 붙여놔서 유치함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지, 그 개념 자체를 창작 불가능한 건 아니다.
또, 논리와 수학을 초월한 캐릭터들 간의 우열 또한 작가가 얼마든지 정할 수 있다.
문제는 이걸 vs에 사용할 때, 가상의 대결을 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논리와 수학을 초월했기 때문에, 모두가 동의할 만한 구체적인 잣대와 기준으로 우열을 가릴 수 = 부등호를 매길 수 = 강함을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는 아예 논리와 수학을 넘어선 모든 것에 대하여 스펙으로 치지 않았다.
근데 이 관점은 문제가 있다.
우리는 논리와 수학을 초월한 캐릭터들 간의 우열을 정할 수는 없지만, 논리와 수학안에 있는 캐릭터보다 그것을 초월한 캐릭터가 더 강하다는 사실만큼은 알 수 있다.
이게 핵심이다.
논리와 수학을 넘어선 캐릭터들 간의 강함은 우리가 절대로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 캐릭터들이 논리와 수학안에 있는 어떠한 캐릭터들보다 우위에 있음은 사실이다.
따라서 나는 이것을 스펙으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하는가?
어떤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이미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을 '상상한' 것이다.
진짜로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게 있다면, 어차피 그게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것은 글로 쓸 수도 없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말할 수도 없다.
완전히 몰라야 하고, 모른다는 사실조차 몰라야 한다.
무슨 소리냐 생각하겠지만 이런거다.
브게이 중에 무(無)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이러면 또 눈을 감고 나오는 흑백 화면 생각을 하겠지만, 없음은 어두움 조차도 없어야 한다. 완전한 없음은 없음 조차도 없어야 한다.
그럼 브게이 중에 무한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있나? 그러면 또 ∞ 이거 생각하고 앉아있겠지만, 이거는 무한이라는 대상을 기호로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
그거를 상상이라고 친다면 나는 전지전능도 상상할 수 있다. 무슨 기호로? '전지전능'이라는 한글 단어 그 자체로. 엌ㅋㅋㅋㅋㅋ
이렇듯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다 없다로 나누는 것 자체가 매우 불확실하고 불명확한 행동이다.
왜냐면 이는 흔히들 아는 좁은 의미의 상상, 말하자면 영화같이 시각의 형태로 표현하는 상상의 개념만으로 우리가 '상상'이라는 단어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상상(想像)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본다는 뜻'이다.
마음속으로 무언가를 상상하는데 그것을 이미지의 형태로 그리던, 흔히 길가다 좋아하는 가수의 포스터를 보고 그 노래를 속으로 흥얼거릴 때처럼 소리의 형태로 그리든, 무(無)나 무한(無恨)처럼 좀처럼 이미지로 그려지지 않는 개념 자체를 기호나 표식으로 형상화해서 그리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순적인 개념을 어떤 단어나 문장으로 그리든 모두 상상이다.
따라서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은 없다.
거듭 말하지만, 정말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게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우리가 상상할 수 없다는 사실조차도 모를 것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는 상상할 수 없어!'라고 ~를 이미 상상한 것이다.
모든 창작물에서 인간이 상상할 수 없다고 묘사된 캐릭터들은 사실 전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대상이다.
책으로 치면 대충 한페이지 반도 안되는 분량의 글인데, 반박하기 전에 일단 이정도 길이 본문은 다 보고 해줬으면 좋겠다.
내 글 읽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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