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맞춤 - 신석정
바람은 연신 불고 있었다.
안개 같은 비 사이로
비 같은 안개 사이로
엷은 햇볕이 내다보는 동안
문득
떠난 지 오랜 ‘생활’을 찾던 나의 눈은
아내의 눈을 붙잡았다.
아내의 눈도 나의 눈을 붙잡고 있었다.
불현듯 마주친
아내와 나의 눈맞춤 속에
어쩜 그토록 긴 세월이 흘러갈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몰랐다.
치열 한 모서리가 무너진 아내는
이내 원뢰처럼 조용히 웃고 있었다.
조용한 우리들의 눈맞춤 속에
우
루
루
루
원뢰가 아스라이 또 들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