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믄 니는 하지 마라. -16
꽈드드득
"으아아아악"
여자를 스치는듯 지나갔지만 여자는 유태현이 지나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파리를 잡아채는 개구리처럼 정확하게 손목을 낚아채었고 손속에 사정을 봐주지 않았는지 마치 얼음 알갱이가 서로 압착하는 듯한 소리가 유태현의 몸에 끔찍하게 들렸다. 유태현은 그 끔찍한 고통에 갖은 인상을 찡끄리며 잡힌 손목을 괴롭게 바라봤지만 여자는 아무일 없다는것 처럼 여전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프레스기에 서서히 압착되는것 같은 끔찍한 고통에 이대로 얼마 지나지 않는다면 꽈져있는 막대풍선의 그것처럼 손목이 홀쭉해져 버릴것 같았다.
"됬어 풀어줘"
행운인지 불행인지 김영민의 명령에 차지은이 유태현의 잡은 손목을 그대로 끌어당기며 원래있던 곳으로 던져버렸다. 턱하고 벽에 부딛친 유태현은 구토가 쏠리는 느낌에 헛구역질을 몇번 하고,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데미지와 차지은에게 집어던진 충격으로 몸상태가 말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지 않아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중환자실 병원 침대에서 200일동안 신세를 지내다 와야 한다고 해도 누구나 그의 말을 믿을 것이다. 흐릿하고 맞지않는 초점인데 옆에있는 김영민의 얼굴은 선명하게 보인다. 눈썹이 내려가 있는 그의 표정이 기운 없어 보였다.
"기분나쁘게 도망같은건 왜친거야, 딱히 내가 뭘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질 않는데?"
별 거지 같은 변명을 다듣겠네 그럼 넌 왜 날 쫒아와서 이지경을 만들어 놓는건데, 라고 생각하는 유태현의 머리와는 다르게 입은 김영민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게 최대한으로 포장해 내고 있었다.
"너... 니가 저 여자를 죽였잖아 그 반지하 강의실에서 봤어"
"죽여? 내가? 차지은이를? 너무하네 최근 들어서 가장 기분 나쁜말이야 인수인계를 할 생각이 아니었다면 죽여버렸을 정도로"
김영민은 발로 유태현의 옆구리를 툭툭 치며 정말로 신경질을 냈다. 시체이고 멀뚱하게 쳐다보고 있기는 하지만 저 차지은이라는 여자에게, 무능력하게 옆구리나 쳐맞는 상황을 보여지고 있다는게 쪽팔려 죽을것 같았다. 아무리 피로 떡칠된 시체라고는 하지만 일단 여자 모습하고 있는데 이런 추잡한 꼴을 보여주는 남자자존심이 견디기 힘들다. 최소한 일어서기라도 하자. 유태현은 아까 계단에서 굴러떨어져서 다시 일어설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아픔이 맹렬하게 온몸에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특히 손목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자존심은 있네 나는 김영민, 너는 이름이 뭐야"
"유태현이다."
대답에 김영민은 '유태현 유태현'하면서 절대로 잊어먹지 않으려는 듯이 내 이름을 꼭꼭씹어서 소화 될 때까지 되새김질 했다. 꼬부랑 할아버지 되어서도 잊어먹지 않을정도로 내 이름을 외우던 김영민은 이제 됬다는듯 갑작스레 말을 걸어왔다.
"유태현... 알았어, 너 혹시 개나 고양이 키워본적 있어?"
"...?"
"아니면 가족이 있다던가 동생이 있다던가 누나가 있었던가 애인이 있었던가 짝사랑을 해본적 있다던가 여자 친구가 있다던가 호색가라거나 아... 새나 햄스터도 괜찮아"
무슨말을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비유가 뒤로 갈수록 가관이다. 아니 앞에서 개를 뒤에서말한 가족과 동일시 한 시점에서 이미 틀려먹었다. 살인자의 몇퍼센트 정도가 사이코 패스인지는 상식으로 알아둘걸 그랬나
"개는 키워본적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