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문학] My top travelog - 4

1화

2화

3화

눈을 가린 섬광이 사라지고-
나는 시야가 트인 어느 갈대밭에 있었다.

주위를 둘러봤다.

여기가 다음 층인가?

여기로 온 과정과 나의 감이 그렇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아까처럼 이제 다시 시험인 건가?

하지만 헤돈이의 말과 달리 여긴 시험을 내는 관리자나 지배자로 보이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이 엄청나게 넓은 갈대밭에 나 혼자 있다. 물론 헤돈이도 보이지 않는다.
 

뭐지? 어떡해야 하는 거지?

그럴 때였다.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부스럭부스럭하는 갈대밭을 헤쳐나오는 소리와
저벅저벅 하는 누군가의 발걸음소리.
 

일단 다행이다. 혼자는 아니다.
 

어디지?
 

뒤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몸의 방향을 틀었다.
 

잠시 후
 

보통사람 정도는 가볍게 가릴듯한 높이의
갈대밭을 해쳐나온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내가 먼저 반가움의 표시로 미소 지었다.
반응이 없었다. 아니, 있다.
나를 경계하는 것인지 망토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장식이 달린 검을 당장에라도 뽑을 기세다.
 

왜 저러지?
 

일단 뽑기 전에 말을 걸자.

"안녕 머리가 참 예쁘네."

?! 검을 뽑으려고 한다. 왜지? 칭찬이었는데?
어디가 이상했던 거지?
설마 듣지 못한 건가? 다시 말해보자.

"그 바이올렛을 떠올리게 하는 머리카락이 정말 아름다워. 눈동자도 같은 색이네?
은은한 빛을 내는 게 마치 꽃잎에 가린 달님 같아."

반응이…
있다!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긍정의 의미겠지?

"네…네놈 난 그, 그런 사탕발림에 넘어갈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아닌가?

"사탕발림?"

내 작은 의문을 무시하고 여인은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한번 흔들었다.
그리고 나를 관찰하듯 아래위로 눈을 흘겼다.

"…… 생김새를 보아하니 평범한 녀석은 아닌 것 같은데 어느 가문 출신이냐."

"가문?"

"… 아니 그런 건 상관없겠지. 어차피 같은 시험을 치르는 경쟁자. 피차 경쟁자는 미리 제거하는 게 좋겠지. 자세를 잡아라."

가문? 경쟁자?
대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다.
무슨 의미지?

"너도 참 말을 어렵게 하는구나.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겠어."

"네놈은 대체 초면에 계속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응? 초면이니까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거잖아."

"이… 이놈이 나를 우습게 보는 게구나!"

딱히 화낼만한 말은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상하다.
왠지 저 여인은 망상 같은 걸 잘할 것 같은 타입이다.

그런 순간-

"흠흠! 선별인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어딘가에서 저런 음성이 갈대밭 전체에 퍼지듯 내게도 들려왔다.

"시험의 층의 귀염둥이 시험감독관 리리 벨이라고 해요 모두 반가워요~!

기교가 섞인 이상한 목소리다. 느낌이 좋지 않다.

"자 그러면 긴말 할 것 없고! 당장 시험을 시작할게요~"

시험? 지금?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