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문학] 밤시황 (17)
"엣헴 엣헴"
"황제 폐하 납시오"
때는 탑의 정월 대보름이었다.
정월 대보름이란 1월의 딱 중간 날로 탑의 주민들은 이 날 한 해의 운세를 보거나 복을 빌었다.
"엣헴 엣헴. 점쟁이들을 들라 하라."
밤시황이 말했다.
"폐하. 점은 저도 아주 잘 볼 수 있습니다. 굳이 다른 점쟁이를 부르지 마옵소서."
밤시황 옆에 있던 제578황후 망소비가 말했다.
"엣헴 엣헴 그렇소? 험험..... 아 맞아 그렇지. 황후도 나와 인연을 맺기 전에는 뛰어난 점쟁이였지."
물론 밤시황은 이 황후가 자기랑 맺어지기 전에 어디서 뭘 하던 사람인지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당장 이 황후의 자식이 아들인지 딸인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판에 그딴 걸 기억하고 있을리가 만무했다.
"그렇사옵나이다 폐하. 그러니 올해 운세는 제게 맡기시옵소서."
망소비가 말했다.
"험험.... 하하하... 하하하... 하지만 소비. 내가 지금 점쟁이들을 부른 것은 다른 목적이 있어서요."
"무엇이옵나이까 폐하? 폐하의 원대한 계획을 듣고싶사옵나이다."
"험험... 물론 나에게는 소비가 있다면 족하오. 허나. 나의 제국은 넓소. 그런데 이 드넓은 제국에 실력있는 점쟁이가 너무나도 부족하오.
어제 우리 아들한테 들은 건데, 점쟁이가 부족한 탓에 내 신민들이 돌팔이 점쟁이들에게 가서 운세를 본다지 뭡니까. "
밤시황이 말했다. 황궁의 언어로 황제가 황후에게 '우리 아들' 이라는 것은 황자 중 그 황후의 소생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폐...하? 아들이라니요? 저희에겐 아들이 없사옵나이다만...?"
망소비가 말했다.
"어..어어엇? 아참. 깜빡했구려. 우리 딸이 말하길 그렇다는 것이오. 그러니 오늘 황후가 그 점쟁이들이 점 치는 것을 보고 실력있는 자를 선별해 주었으면 하오.
"영광이옵나이다 폐하!"
잠시 후 점쟁이들이 들어왔다. 숫자가 200명은 족히 넘었다.
점쟁이들은 모두 여성이었고. 용모가 매우 아름다웠다.
"엣헴 엣헴. 한 명씩 올해의 운세를 말해 보도록 하라."
밤시황이 말했다.
"폐하. 올해는 매우 길하실 것이옵나이다. 특히 연애운이 대성하실 것이옵 나이다."
"폐하. 올해는 재물운이 대성하실 것이옵나이다."
"폐하. 올해는 귀인이 도울 것이옵나이다."
"폐하. 올해는..."
"폐하... 올해는, 특히 오늘은 여자를 조심하시옵소서."
"엣헴 엣헴. 그래 그래. 자 황후, 그럼 이제 장원을 뽑을 데이오."
"흠..."
망소비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대열 중간에 있는 츄리닝 입은 빨간머리 여자를 골랐다.
빨간머리 여자는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저 점쟁이로 하겠사옵나이다. 폐하."
"엣헴 엣헴. 좋다. 거기 중간에 63번 점쟁이. 앞으로 나오도록."
밤시황이 말했다. 63번 점쟁이는 밤시황의 앞으로 갔다. 얼굴은 계속 가린 채로.
"엣헴 엣헴. 고개를 들라. 장원이 되었으니. 내 황후가 될 특권을 주겠노라."
밤시황이 말했다.
"특권?"
밤시황 앞에 올라선 점쟁이가 말했다. 그런데 음성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음성이다.
순간, 길다란 봉이 어디선가 나타나서 밤시황의 머리를 강타했다.
"아아아아악!!!"
"나쁜 자식! 점 본다더니 이게 뭐야!!! 역시!!"
사실 그 점쟁이는 제 1황후 화련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황후!! 어떻게!!!"
"시끄러! 니가 하는게 다 그렇지! 흥!"
화련은 바로 옆에 있던 망소비를 한대 때린 후 바로 궁을 뛰쳐 나갔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