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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릅나무에게 - 김규동
조커 | L:45/A: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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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53 | 작성일 2021-07-26 12: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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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릅나무에게 - 김규동

느릅나무에게
                                                                              - 김규동 -

                                                       

 

 

 

나무

너 느릅나무

50년 전 나와 작별한 나무

지금도 우물가 그 자리에 서서

늘어진 머리채 흔들고 있느냐.

아름드리로 자라

희멀건 하늘 떠받들고 있느냐.

8 · 15 때 소련 병정 녀석이 따발총 안은 채

네 그늘 밑에 누워

낮잠 달게 자던 나무

우리 집 가족사와 고향 소식을

너만큼 잘 알고 있는 존재는

이제 아무 데도 없다.

그래 맞아

너의 기억력은 백과사전이지.

어린 시절 동무들은 어찌 되었나.

산 목숨보다 죽은 목숨 더 많을

세찬 세월 이야기

하나도 빼지 말고 들려 다오.

죽기 전에 못 가면

죽어서 날아가마

나무야 옛날처럼

조용조용 지나간 날들의

가슴 울렁이는 이야기를

들려 다오.

 

 

 

 

 

나무, 나의 느릅나무

 

     -시집<느릅나무에게>(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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