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 백석
조커 | L:45/A:549
3,872/5,690
LV284 | Exp.68%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202 | 작성일 2021-07-20 11:36:15
[서브캐릭구경OFF] [캐릭컬렉션구경OFF] [N작품구경OFF]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 백 석 -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질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도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 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새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은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위 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 <학풍>(1948) -

개추
|
추천
0
반대 0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5 | 댓글 2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10094 시 문학  
슬픈 구도 - 신석정
크리스
2021-07-25 0-0 185
10093 시 문학  
쉽게 쓰여진 시 - 윤동주
크리스
2021-07-25 0-0 180
10092 시 문학  
눈 - 김수영
조커
2021-07-24 0-0 162
10091 시 문학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 김영랑
조커
2021-07-24 0-0 170
10090 시 문학  
누룩 - 이성부
조커
2021-07-24 0-0 140
10089 시 문학  
순아 - 박세영
크리스
2021-07-24 0-0 235
10088 시 문학  
수의 비밀 - 한용운
크리스
2021-07-24 0-0 935
10087 시 문학  
수선화 - 김동명
크리스
2021-07-24 0-0 114
10086 시 문학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
조커
2021-07-23 0-0 96
10085 시 문학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조커
2021-07-23 0-0 148
10084 시 문학  
농무 - 신경림
조커
2021-07-23 0-0 289
10083 시 문학  
논개 - 변영로
조커
2021-07-22 0-0 132
10082 시 문학  
녹을 닦으며 -허형만
조커
2021-07-22 0-0 132
10081 시 문학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조커
2021-07-22 0-0 308
10080 시 문학  
너에게 - 신동엽
조커
2021-07-21 0-0 113
10079 시 문학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조커
2021-07-21 0-0 207
10078 시 문학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
조커
2021-07-21 0-0 133
10077 시 문학  
내 마음을 아실 이 - 김영랑
조커
2021-07-20 0-0 185
10076 시 문학  
남으로 창을 내겠소 - 김상용
조커
2021-07-20 0-0 174
시 문학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 백석
조커
2021-07-20 0-0 202
10074 시 문학  
송화강 뱃노래 - 김동환
크리스
2021-07-20 0-0 181
10073 시 문학  
송신(送信) - 신동집
크리스
2021-07-20 0-0 250
10072 시 문학  
손무덤 - 박노해
크리스
2021-07-20 0-0 155
10071 시 문학  
남사당 - 노천명
조커
2021-07-19 0-0 194
10070 시 문학  
낡은 집 - 이용악
조커
2021-07-19 0-0 174
      
<<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