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접시꽃 당신-도종환
멜트릴리스 | L:74/A:374
2,423/2,910
LV145 | Exp.83%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1-0 | 조회 304 | 작성일 2019-02-24 00:27:41
[서브캐릭구경ON] [캐릭컬렉션구경ON] [N작품구경ON]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접시꽃 당신-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 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약한 얼굴 한 번 짖지 않으며 살려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어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어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 것 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을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개추
|
추천
1
반대 0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5 | 댓글 2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9944 창작  
기상-히트맨
히트맨
2020-03-27 1-0 141
9943 시 문학  
분수 - 여상현
크리스
2020-03-11 1-0 256
9942 창작  
추억 [4]
히트맨
2020-02-29 1-0 103
9941 창작  
pc방
코멧코
2019-10-11 1-0 83
9940 시 문학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 류시화
깜짝이야
2019-09-24 1-0 122
9939 창작  
츄챵이 쏘아올린 작은 공 [1]
암튼행시생
2019-04-08 1-0 553
9938 창작  
(이벤트) 달의 기억 [9]
인간맨
2019-02-24 1-0 441
시 문학  
접시꽃 당신-도종환
멜트릴리스
2019-02-24 1-0 304
9936 창작  
(이벤트) 일곱개의 대죄 - 교만편 [3]
Mr0SirCrocodile
2019-02-23 1-0 280
9935 창작  
(이벤트참가) 무영 1화 [3]
골반
2019-02-23 1-0 291
9934 창작  
(이벤트) 천 일의 기적 [5]
대악마
2019-02-23 1-0 253
9933 창작  
(이벤트) 자위를 했더니 이세계로 가버렷?! [1]
Mackensey
2019-02-22 1-0 472
9932 창작  
** 블라인드된 게시물입니다.
????ONE잘알
2019-02-02 1-0 327
9931 창작  
메리 GO 신드롬!
꺄맹
2019-01-31 1-0 179
9930 창작  
무감각한 그놈을 위로해 주세요!
꺄맹
2019-01-29 1-0 194
9929 시 문학  
의자 - 조병화
대갈맞나
2019-01-22 1-0 137
9928 시 문학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서시
2019-01-20 1-0 253
9927 창작  
- 1 화 – 보라 순결한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1]
미쩌리
2019-01-01 1-1 428
9926 창작  
서장 - 천국은 어린아이와 같은 자들의 것 [2]
미쩌리
2018-12-29 1-0 211
9925 창작  
직접 쓴 단편 소설 - 그레잇 그레잇 그레잇 개츠비. [3]
미쩌리
2018-12-01 1-0 297
9924 시 문학  
북어 - 최승호
폭살왕
2018-11-21 1-0 292
9923 창작  
김소월 - 못잊어 [1]
레이시아
2018-10-20 1-0 703
9922 창작  
JUDEP
2018-10-06 1-0 235
9921 창작  
빨간지붕집
JUDEP
2018-10-01 1-0 121
9920 창작  
이 골목을 지나
JUDEP
2018-09-30 1-0 216
      
<<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