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딸들에게 - 나태주
딸들아,
우리 나라의 젊고 이쁜 딸들아,
이제 우리나라에는 가을이 가고
가을 풀벌레들의 강물 소리도 얼어붙고
낡은 무덤과 지붕들 위에 지친 산맥들 위에
순백의 흰눈이 내려 덮여야 하는 겨울이 온다.
그러나 딸들아,
나는 오늘 잘 여문 벼이삭 수수이삭들을 보며
너희들의 잘 여문 가슴을 생각하고
잘 익은 콩꼬투리며 팥꼬투리들을 보며
너희들의 그 이쁜 발가락 손가락을 생각한다.
또한 딸들아,
감나무 가지 위에 마지막 남은 홍시를 보며
너희들의 탐스런 대리석의 젖가슴을 생각하고
가을 하늘같이 맑고 맑은 눈빛을 생각한다.
생각하고 생각한다.
겨울에도 얼지 않고 속삭이는 작은 시냇물 소리를
그 가슴 안에 가진 딸들아,
보다 더 많이 눈에 덮여
은은히 살 부비며 흐느끼는
솔바람 소리를 그 가슴 속에 지닌 딸들아.
너희들은
햇빛 속을 희고 빛나는 이빨로 웃으며
크고 튼튼한 알종아리로 종종종 걷다가도
돌아와선 수틀 앞에 조용히 앉을 줄도 알고
방안의 그 큰 고요의 호수 속에도 잠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러므로 딸들아,
우리나라의 젊고 이쁜 딸들아,
나는 오늘 믿는다.
너희들의 가슴의 그 고요한 호수만을 믿는다.
믿고 또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