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우리 살던 옛집 지붕 - 이문재
에리리 | L:60/A:454
3,573/4,350
LV217 | Exp.82%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77 | 작성일 2020-09-26 00:03:25
[서브캐릭구경ON] [캐릭컬렉션구경ON] [N작품구경ON]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살던 옛집 지붕 - 이문재

우리 살던 옛집 지붕 - 이문재

 

마지막으로 내가 떠나오면서부터 그 집은 빈집이 되었지만

강이 그리울 때 바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

강이나 바다의 높이로 그 옛집 푸른 지붕은 역시 반짝여 주곤 했다

가령 내가 어떤 힘으로 버림받고

버림받음으로 해서 아니다 아니다

이러는 게 아니었다 울고 있을 때

나는 빈집을 흘러나오는 음악 같은

기억을 기억하고 있다


우리 살던 옛집 지붕에는

우리가 울면서 이름붙여 준 울음 우는

별로 가득하고

땅에 묻어주고 싶었던 하늘

우리 살던 옛집 지붕 근처까지

올라온 나무들은 바람이 불면

무거워진 나뭇잎을 흔들며 기뻐하고

우리들이 보는 앞에서 그해의 나이테를

아주 둥글게 그렸었다

우리 살던 옛집 지붕 위를 흘러

지나가는 별의 강줄기는

오늘밤이 지나면 어디로 이어지는지


그 집에서는 죽을 수 없었다

그 아름다운 천정을 바라보며 죽을 수 없었다

우리는 코피가 흐르도록 사랑하고

코피가 멈출 때까지 사랑하였다

바다가 아주 멀리 있었으므로

바다 쪽 그 집 벽을 허물어 바다를 쌓았고

강이 멀리 흘러나갔으므로

우리의 살을 베어내 나뭇잎처럼

강의 환한 입구로 띄우던 시절

별의 강줄기 별의

어두운 바다로 흘러가 사라지는 새벽

그 시절은 내가 죽어

어떤 전생으로 떠돌 것인가


알 수 없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 집을 떠나면서

문에다 박은 커다란 못이 자라나

집 주위의 나무들을 못박고

하늘의 별에다 못질을 하고

내 살던 옛집을 생각할 때마다

그 집과 나는 서로 허물어지는지도 모른다 조금씩

조금씩 나는 죽음 쪽으로 허물어지고

나는 사랑 쪽에서 무너져 나오고

알 수 없다

내가 바다나 강물을 내려다보며 죽어도

어느 밝은 별에서 밧줄 같은 손이

내려와 나를 번쩍

번쩍 들어올릴는지

개추
|
추천
0
반대 0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5 | 댓글 2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2294 시 문학  
12월의 독백 - 오광수
순백의별
2020-09-25 0-0 91
2293 시 문학  
빗소리 - 박건호
순백의별
2020-09-25 0-0 95
2292 시 문학  
황진이 - 영반월(詠半月)
사쿠야
2020-09-26 0-0 97
시 문학  
우리 살던 옛집 지붕 - 이문재
에리리
2020-09-26 0-0 77
2290 시 문학  
황진이 - 등만월대회고(登滿月臺懷古)
사쿠야
2020-09-26 0-0 130
2289 시 문학  
황진이 - 월하오동진(月下梧桐盡)
사쿠야
2020-09-26 0-0 157
2288 시 문학  
우정 - 김수미
에리리
2020-09-26 0-0 76
2287 시 문학  
묘지송(墓地頌) - 박두진
크리스
2020-09-26 0-0 140
2286 시 문학  
우연히 - 정우경
에리리
2020-09-26 0-0 96
2285 시 문학  
무등(無等)을 보며 - 서정주
크리스
2020-09-26 0-0 477
2284 시 문학  
무심(無心) - 김소월
크리스
2020-09-26 0-0 378
2283 시 문학  
청산은 나를 보고 - 나옹선사
사쿠야
2020-09-27 0-0 187
2282 시 문학  
춘산에 눈 녹인 바람 - 우탁
사쿠야
2020-09-27 0-0 154
2281 시 문학  
이화에 월백하고 - 이조년
사쿠야
2020-09-27 0-0 160
2280 시 문학  
무화과 - 김지하
크리스
2020-09-27 0-0 413
2279 시 문학  
문둥이 - 서정주
크리스
2020-09-27 0-0 148
2278 시 문학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 이가림
에리리
2020-09-27 0-0 87
2277 시 문학  
이렇게 사랑하기를 - 권나현
에리리
2020-09-27 0-0 84
2276 시 문학  
문의(文義) 마을에 가서 - 고 은
크리스
2020-09-27 0-0 117
2275 시 문학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 - 김경미
에리리
2020-09-27 0-0 75
2274 시 문학  
사과문 - 박건호
순백의별
2020-09-27 0-0 69
2273 시 문학  
손을 놓다 - 유해자
순백의별
2020-09-27 0-0 75
2272 시 문학  
프로레슬링은 쑈다 - 유하
순백의별
2020-09-27 0-0 83
2271 시 문학  
녹이상제 살지게 먹여 - 최영
사쿠야
2020-09-28 0-0 87
2270 시 문학  
이별연습 - 정우경
에리리
2020-09-28 0-0 91
      
<<
<
321
322
323
324
325
326
327
328
329
33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