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내가 결정하기 보다는
네가 만들어 주길 바랐다.
덜 사랑하는 쪽의 권력을 쥔 채,
진실한 이해를 가르치려했다.
그래, 그랬다.
열매 없는 진리와
미지근한 헌신이
너에 대한 나의 전부였다.
이제는 하지 않을 테다.
예술의 경지와 인생의 깊이를
말 하지 않을 테다.
고결한 성품과 희생의 신비 또한
입에 담지 않을 테다.
다만 그렇게 살겠다.
쉬이, 불면 사라질 듯한
혀의 허상이 아닌
부인 할 수 없는 삶의 실체로
너와 대화 하겠다.
허언으로 도금된
얄팍한 이기利己가 아닌
너를 감싸 안는 오늘로
네게 다가가겠다.
약속한다.
희미해지는 의미의 틈 속,
생명과 같은 언어의 가치를
그리고
이제는 신화 속, 화석이 된
진솔한 전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