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 공석진
입춘이란다
무심한 짧은치마는
한파를 비웃고
쇼윈도 마네킹은
화려한 꽃무늬로
입춘을 반긴다만
폭설로 고개 넘기를 포기하고
먼길을 우회하는
심정을 어쩔 것이냐
서울역 행려병자의
객사하는 산송장을
옆에 두고
속없는
세상 사람들의
봄 타령은 어쩔 것이냐
입춘이란다
체감하기 어려운
봄은 다가오는데
내 마음의 한파는
도무지 풀릴 줄 모르는데
입춘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