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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에 춤추는 연본홍빛 소나기 제 1장 [spring/complex]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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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607 | 작성일 2013-02-20 21: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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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에 춤추는 연본홍빛 소나기 제 1장 [spring/complex] 1부

제 1장 [Spring/Complex]

 

1

 

숲속에서 소녀를 만난 그날 밤. 나는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이불속에서 뒤척이고 있었다. 그것은 잠자리가 바뀌어 불편했던 탓만은 아니었다.

 

“으- 엄청 창피해! 이게 뭔 망신이야!”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죽여 고뇌에 찬 신음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자려고 눈을 감으면, 쿡쿡하며 웃는 소녀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리고 눈꺼풀 뒤에는 소녀가 날 비웃고 있는 이미지가 나타났고, 뒤척이며 떨쳐내려 해도 끈질기게 따라오는 그 비웃음은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난도질 했다.

머리에 피가 쏠려서 화끈거리며 달아오른 내 얼굴에서는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내가 처음에 말을 더듬어서? 아니면 역시 처음 오는데 가장 좋아하는 장소니 하는 얼토당토 않은 말을 해버려서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확실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애초에 나는 인간관계가 서투르다.

솔직히 말해 내가 항상 책만 보는 것도 결국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이런걸 아무리 생각한들 답이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니 답답함에 짜증이 쌓여온다.

 

“아아아악! 몰라... 모르겠어!”

 

결국 참다못한 나는 이불을 걷어차며 벌떡 일어나 마당에 나가기로 했다.

 

조심조심 부모님을 깨우지 않게 발소리를 죽여 현관문으로 향한다.

차가운 밤공기를 쐬면 조금은 상쾌해지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리고 밖에 나와,

 

“흐-읍... 하아아-”

 

심호흡을 했다.

 

불빛하나 없는 시골의 밤.

 

은은한 달빛과 사금을 흩뿌려놓은 것처럼 반짝이는 별들.

깜깜한 어둠속에 수많은 은빛 별들이 초롱초롱, 하늘에 박혀있었다.

밤하늘에 만개한 별들에 둘러싸인 나는 우주 어딘가에 홀로 떠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무수히 떨어지는 벚꽃의 꽃잎처럼 밤하늘을 둘러싼 그 무수한 반짝임만이 유일한 빛인 그곳의 어둠의 감촉은 상상 이상으로 청절했다.

폐 가득 들어온 맑은 공기는 내 머릿속까지 맑게 씻어 내리는 것 같은 상쾌한 기분을 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공기가 좋다고 해도 역시 오래 있을 수는 없다.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움직이자, 나는 온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닭살이 돋는다.

 

“으-추워”

 

으슬으슬한 추위를 느끼기 시작한 나는 다시 집 안에 들어가 이불속에 몸을 넣었다.

차갑게 식은 내 피부와는 반대로 이불속의 따뜻하고 포근한 기운이 내 몸을 감쌌다. 이불이 너무나도 포근해서 금방이라도 잠에 떨어질 것 같았다.

똑바로 누워 이불을 턱 아래까지 덮고 보는 나무로 된 천장은, 그 빙글 빙글 도는 나이테의 무늬 속으로 나의 의식을 빨아들였다.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도 어째서인지 나는 낮에 만난 그 소녀를 생각해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여자애... 이름도 안 물어봤네...’

 

나는 그대로 잠의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음날, 나는 할아버지 댁에서 달리 할 것 없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딱히 이렇다 할 만큼 재미있는 방송프로는 없었지만, 역시 할 것 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보고 있는 방송프로가 재미없어서 리모콘으로 채널을 바꾸려하는 순간에 돌연, 할아버지가 딸기를 담은 그릇을 들고 내 옆에 앉았다.

 

“딸기 먹어라, 어제 마당에 나있던거 있잖여? 그거 따가지고 온겨. 요즘에 그... 뭐냐... 유기농이라는거 있잖여... 하하. 하여간 농약 하나투 안 쓰구 몸에 좋은거여 언넝 먹어”

 

언제나의 할아버지처럼 호쾌하게 웃으며 가운데에 그릇을 두며 새빨갛게 익은 딸기를 두었다. 나는 텔레비전에 눈들 떼지 않은 채 그릇에서 딸기를 하나 집어먹었다.

 

“요즘 애들은 텔레비전이 재밋나비여 하하 이 할애비가 어렸을 땐 저런거 없었어. 항상 뒷산에서 놀고는 했지.”

 

할아버지는 추억에 잠긴 듯한 아련한 눈빛으로 텔레비전을 응시하면서 말했다.

 

헤-에...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이라...

 

확실히 텔레비전이나 컴퓨터가 없었던 그 옛날에는 주로 뭘 하며 놀았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어렸을땐 뭐 하면서 놀았어요?”

 

할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한 웃음을 씨익 날리며 자신의 추억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할애비가 어릴적엔 말여 맨-날 밖에 나가 있었어. 나가서 밭일 도와주구. 조금 도와주다 애들이랑 산에나 가서 놀기두 허구.

요 앞에 도랑 있잖어,그거 얜날에두 있었어, 거기서 겨울되면 물이 어니깐 시종 가서 썰매타러 간다구 갔다오구.

하-아! 그땐 그게 그렇게 재밋는겨 그래!

 

아, 한때는 윗집에 은미라는 애가 있었는뎌, 걔가 지 친구덜허구 나물캐러 갔다가, 뒷산에서 축제를 하는걸 봤다는겨.

그라서 그 때 으른들헌테 물어봤더니 뒷산에선 맘것두 한게 읍다는겨 글쎄. 그래서 그거 찾는답시고 애들 다 같이 밤에 숲속에서 돌아다니기두 허구... 결국은 암것두 못 찾구 애들이 다 길을 잃어버려서 숨바꼭질이 되버렸지만... 하하... 그 땐 재밋었지...“

 

기쁘게 말하는 할아버지를 보며 나는 어째서인지 어린시절의 할아버지와 그 친구들의 숨바꼭질을 지켜보고 있는 그 백발의 소녀가 생각이 났다.

왠지 소녀는 정말 옛날부터 쭉 그곳을 혼자 지키고 앉아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올적에는 저 방에서 책만 읽더니 요번엔 웬일이여? 책도 없는 것 같네 그려?"

 

할아버지가 갑자기 생각난 듯 이야기를 돌렸다. 머릿속에서 번쩍하는 무언가가 튄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할아버지 책 못 보셨어요?”

 

그렇다. 새카맣게 까먹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내가 책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못봤는데... 가지고 온겨?”

 

“네...에 가지고는 왔는데... 어디에 뒀는지 기억 못 하겠어요...”

 

“어제 나갔다 오더니, 그때 책 가지고 갔다 어디에 떨어뜨렸다든가...”

 

“---”

 

그거다!

그 공터에서 하도 서둘러서 나오다보니 책을 가지고 오는걸 잊어버린 것이었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에? 어디 가는겨?”

 

할아버지의 어리둥절한 표정.

 

“책, 찾아올게요!”

 

나는 서둘러 할아버지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할아버지 댁을 나섰다.

아마 어제 그 곳에 돌아가면 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단,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어제만난 그 소녀가 내 책을 돌려준답시고 가지고 간 경우다. 그 경우엔 그 소녀의 집도 모르고 어떻게 책을 찾으면 좋을지 모른다.

책이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닌데 가만히 두면 책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점점 서두르게 된다.

 

땀이 삐질 삐질 올라오는 것이 느껴질 무렵, 나는 어제의 공터에 도착했다. 벚나무는 여전히 만개해 있었고,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서 그런지 꽃잎은 하나 둘씩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책이 놓여있는지는 나무의 저편까지 찾아봐야 하겠지만, 일단 확실한건 지금 보는 한 소녀의 모습은 없다는 것이었다.

어쩐지 안심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나는 나무를 향해 안심에 녹아내려 힘이 빠진 발걸음을 내디뎠다.

 

책은 의외로 간단하게 찾았다.

잡초들에 가려져 있어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바로 어제 앉아있던 장소에 책은 고스란히 잘 놓여있었다.

 

휴. 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나는 허리를 굽혀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허리를 펴는 순간,

 

“안녕! 역시 와줬구나, 좋은 아침이네! 인간의 아들.”

 

돌연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그리고 내 움직임과 함께 사고도 같이 굳어 버렸다.

 

“어라? 안 들리니? 아니면 혹시 기억 못하고 있니?”

 

나무 위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걱정은 사치다.

 

내가 기억 못하고 있을 리가 있나!

 

기억 못하기는커녕 아주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뭐니 해도 어젯밤 머릿속에서 무한히 재생되어 나를 괴롭히던 목소리니까.

 

나는 나무 위를 올려다보았다. 아까 다가설 때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은 그 자리에 어제의 소녀가 앉아있었다. 어제와 같은 새하얀 원피스와 분홍색 겉옷을 입고 있었다.

 

정말... 잘도 저기까지 올라갔구나...

 

그리고 소녀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아... 안녕! 오랜만이네! 아하하... 난 책을 가지러 왔어... 그럼 이만!"

 

나는 인간관계가 서투르다.

하지만 저 소녀를 대하는 것은 그런 사실과는 관계없이 어떤 사람을 대하는 것보다 힘들다.

소녀와 나는 왠지 무엇인가 어긋나 있는 것 같은 감각이 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녹슨 기계가 30년 만에 움직이듯 부자연스럽게 뒤로 돌아 숲을 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때,

 

“어머, 만나자 마자 작별인사라니, 꽤 섭섭한데. 훗”

 

뒤에서 소녀는 그런 말을 해왔다.

뒤를 돌아보니 소리도 없이 어느새 내려왔는지 모르지만 소녀는 벚나무 옆에 서서 내게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악의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윽고 소녀는 이렇게 말했다.

 

“너, 인간의 아들이지?”

 

“에?... 뭐... 라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바로 이것이었다.

그녀에게서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꽤 위화감을 느껴왔지만, 이번의 것은 그녀의 비현실적인 외모만큼 확실한 위화감 이었다.

 

“어라? 틀려?”

 

그녀는 내가 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 맞긴 맞는데... 인간의 아들이라니, 어투는 둘째치고... 인간의 아들이라니... 나처럼 생겨먹어서 인간이 아닌 녀석을 봐온 듯한 말투네...”

 

소녀는 마치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그 활짝 핀 미소로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응, 내가 바로 그 인간이 아닌 것 이니까... 내가 바로 요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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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크
꺄항-★ 요괴모에!!
2013-02-20 22:00:18
추천0
YCC
역시나 조회수가 안나오네요ㅎ
그래도 이건 1장까지는 전부 업로드 하고 내리겠습니다ㅎ
2013-02-22 21:53:45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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