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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荒無支) - T.S.Eliot
Casanova | L:42/A:604
1,508/2,030
LV101 | Exp.74%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189 | 작성일 2018-11-02 00: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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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荒無支) - T.S.Eliot

황무지(荒無支)1888-1965The Waste Land.1922作

 


 

 

쿠메의 한 무녀(巫女)가 독 안에 매달려 있는 것을 내 눈으로 보았다. 
그 때 아이들이 "무녀, 당신은 무엇이 소원이오?" 라고 묻자, 그녀는 "난 죽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 한층 훌륭한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에게

 


 

 

1부. 죽은 자의 매장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슈타른버거 호 너머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왔지요.
우리는 주랑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들며 한 시간 동안 얘기했어요.
저는 러시아인이 아니고, 출생은 리투아니아이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어려서 사촌 태공집에 머물렀을 때
썰매를 태워 줬는데 겁이 났어요.
그는 말했죠, 마리 마리 꼭 잡아.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군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에 갑니다.

이 움켜잡는 뿌리는 무엇이며,
이 자갈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 나오는가?
인자여, 너는 말하기는 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더미뿐
그 곳엔 해가 쪼아대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
단지 이 붉은 바위 아래 그늘이 있을 뿐.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너라)
그러면 너에게 아침 네 뒤를 따르는 그림자나
저녁에 너를 맞으러 일어서는 네 그림자와는 다른
그 무엇을 보여 주리라.
한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 주리라.
<바람은 상쾌하게
고향으로 불어요
아일랜드의 님아
어디서 날 기다려 주나?>

'일년 전 당신이 저에게 처음으로 히아신스를 줬지요
다들 저를 히아신스 아가씨라 불렀어요'
-하지만 히아신스 정원에서 밤늦게
한아름 꽃을 안고 머리칼 젖은 너와 함께 돌아왔을 때
나는 말도 못하고 눈도 안 보여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다.
빛의 핵심인 정적을 들여다보며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황량하고 쓸쓸합니다, 바다는.>

유명한 천리안 소소스크리스 부인은
독감에 걸렸다. 하지만
영특한 카드 한벌을 가지고
유럽에서 가장 슬기로운 여자로 알려져 있다.
이것 보세요, 그네가 말했다.
여기 당신 패가 있어요. 익사한 페니키아 수부군요.
(보세요, 그의 눈은 진주로 변했어요.)
이건 벨라돈나, 암석의 여인 수상한 여인이에요.
이건 지팡이 셋 짚은 사나이, 이건 바퀴
이건 눈 하나밖에 없는 상인
그리고 아무것도 안 그린 이 패는 그가 짊어지고 가는 무엇인데
내가 보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교살당한 사내의 패가 안보이는군요.
물에 빠져 죽는 걸 조심하세요.
수많은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돌고 있군요.
또 오세요. 에퀴톤 부인을 만나시거든
천궁도를 직접 갖고 가겠다고 전해 주세요.
요새는 조심해야죠.

현실감 없는 도시,
겨울 새벽의 갈색 안개 밑으로
한 떼의 사람들이 런던교 위로 흘러갔다.
그처럼 많은 사람을 죽음이 망쳤다고 나는 생각도 못했다.
이따금 짧은 한숨들을 내쉬며
각자 발치만 내려보면서
언덕을 넘어 킹 윌리엄가를 내려가
성 메어리 울노스 성당이 죽은 소리로
드디어 아홉시를 알리는 곳으로.
거기서 나는 낯익은 자를 만나
소리쳐서 그를 세웠다. 스테슨!
자네 밀라에 해전때 나와 같은 배에 탔었지!
작년 뜰에 심은 시체에 싹이 트기 시작했나?
올해엔 꽃이 필까?
혹시 때아닌 서리가 묘상을 망쳤나?
오오 개를 멀리하게, 비록 놈이 인간의 친구이긴 해도
그렇잖으면 놈이 발톱으로 시체를 다시 파헤칠 걸세!
그대! 위선적인 독자여! 나와 같은 자 나의 형제여!'

 


2부. 체스게임

그 여자가 앉은 의자는 찬란한 왕좌와 같이
대리석 위에서 빛났고, 거기에 거울이
포도덩굴을 아로새긴 기둥으로 받쳐졌는데
그 덩굴사이로 금빛 큐핏이 내다보고 있다.
(또 하나는 날개로 두 눈을 가리고 있고)
일곱 개의 가지 친 촛대의 불길이 거울에 이중으로 비쳤고
이 빛을 받으며 비단갑에서 쏟아져 나오는
그녀의 보석의 광채는 한데 어울려
탁자위에 풍성하게 넘쳐 흘렀다.
상아병이나 색유리 병들의 마개는 빠져 있는데
그 속에 든 것은 그 여자의 이상한 합성 향료,
연고와 가루와 액체로 된 - 그 향기에 감각이 자극되고 혼돈되고,
도취되었으며, 창 너머 시원히 부는 바람에 향기는 흩어져 올라가
길게 뻗친 촛대에 불꽃을 살찌게 하면서,
그 연기를 장식 천정에 불어올려,

천정의 격자 무늬를 일렁이게 했다.
동으로 덮힌 거대한 해목(海木)은
채색된 돌에 의해 틀이 잡혀서 청색과 오렌지색으로 불붙고
그 슬픈 불빛 속에 조각된 한 마리의 돌고래가 헤엄쳤다.
고풍의 벽난로 위에는 삼림의 풍경을 내려다보는 창문처럼
그 야만스런 왕에게 무참히 능욕당한
필로멜의 변신 그림이 걸려있다. 그러나 그림 속에서 나이팅게일은
감히 범할 수 없는 목소리로 온 사막을 가득 채우며
여전히 울고 있고, 세상은 여전히 그 짓을 계속한다.
추잡한 귓전에 '적적'
그리고 다른 시들어버린 시간의 그루터기들이 벽 위에
설명되어 있다. 노려보고 있는 몇 개의 상이
몸을 내밀고 방 안을 정적으로 에워쌌다.
계단 위에 끌리는 발자국 소리.
불빛 아래, 머리빗 아래의 그녀의 머리카락은
불처럼 날카롭게 뻗치고
작열하여 언어로 변하다가 그만 무서울 정도로 고요해진다.

'나 오늘밤 신경이 좀 안 좋아요. 네, 정말 그래요. 함께 있어줘요.'
'나에게 말해요. 왜 말 안하세요? 말 좀 하세요.'
'뭘 생각하고 계세요? 무슨 생각? 무슨?'
'난 당신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생각해 봐요.'

나는 우리가 죽은 사람들이 뼈를 잃어버린
쥐들의 통로에 있다고 생각한다.

'저 소리는 무엇이에요?'
문 밑을 지나는 바람 소리지.
'지금 저 소리는 무엇이에요? 바람이 무엇을 하는건가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지.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시나요? 아무것도 안보이나요? 기억 안 나나요?
아무것도?'

 


나는 기억한다.
저것들은 그의 눈이었던 진주이다.
'그대는 살아있나요, 죽었나요? 머리가 텅 비었나요?'

그러나

오오오오 저 셰익스피어적인 래그(Rag)는-
참 우아하고
참 지적인데
'지금부터 난 무엇을 할까요? 무엇을 할까요?'
'이대로 뛰어나가 거리를 걷겠어요.'
'머리를 풀어 내린채, 그렇게 우리 내일은 무엇을 할까요?'
'앞으로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열시에 뜨거운 물로 목욕.
그리고 비가 오면 네시에 문이 닫힌 차로.
우리 체스나 한 판 두지요.
두 눈을 홉뜨고 문에 노크나 기다리면서.

릴의 남편이 제대했을 때 내가 말했지요 -
터놓고 나 자신이 릴에게 말했지요.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
이제 알버트도 돌어왔으니 몸을 좀 단장하세요.
그는 당신에게 이를 해 넣으라고 주고 간 돈을 어떻게 했는지
알고자 할거예요. 그가 주었지요. 나도 거기 있었어요.
릴, 이를 다 빼고서 아주 좋은 틀을 해 넣어요.
내가 맹세컨데, 당신을 보는 것은 정말 참을 수 없다고 그가 말했지요.
나도 그렇다고 말했죠. 가엾은 알버트를 생각해봐요.
4년이나 군대에 있었으니 좋은 시간 갖기를 원할거예요.
만일 당신이 즐거움을 주지 않으면 그렇게 할 다른 여자가 있을겁니다,라고 말했죠.
아 그런 여자가 있어요? 라고 릴이 묻기에 그럴거라고 대답했지요.
그러면 누군지 사례를 해야겠는데요, 라고 말하고서 날 뚫어지게 봤어요.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

그것이 싫거든 잘해 봐요, 잘못하면
다른 이들이 골라 잡을 거예요, 라고 말해 주었지요.
그러나 알버트가 달아난다면, 말하지 않은 탓은 아니겠지요.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는 건 부끄러운 일이예요, 라고 말해 주었지요
(그리고 그녀는 겨우 서른 한 살)
그러나 어쩔 수 있나요, 라고 하며 릴은 상을 찡그리며,
지워보려 약을 쓴 탓이지요, 라고 말하는 것이었어요.
(그녀에게는 이미 어린애가 다섯이고 막내 조오지때는 죽을 뻔까지 했고)
약제사는 별일 없을거라고 했지만 난 아무래도 전과 같지 않아요, 라고 말 하기에
당신은 정말 바보군요, 라고 말해 주었지요.
그런데 알버트가 당신을 가만 안 둔다면 그것이 문제지, 라고 말했지요.
아이가 싫으면 결혼은 왜 했나요?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
그렇지요, 알버트가 집에 온 그 일요일날 그들은 튀긴 베이컨을 먹었어요.
그리고 그들이 내게도 저녁을 권해서 뜨거운 베이컨을 잘 먹었지요.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
잘 자요 빌. 잘 자요 루. 잘 자요 메이. 잘 자요.
타타. 잘 자요, 잘 자요.
잘 자요, 아주머니들. 잘 자요 아가씨들. 잘 자요. 잘 자요.

 

 

 

3부. 불의 설교

강의 텐트는 찢어졌다. 마지막 잎의 손가락들이
습한 강둑을 움켜쥐며 파고든다. 바람은
갈색 대지 위를 소리없이 지나간다.
요정들은 사라져 버렸다.
아름다운 템즈여, 잔잔히 흘러라. 내 노래 끝날 때까지.
물위엔 빈 병도 샌드위치 포장지도 떠 있지 않다.
비단 손수건도, 두꺼운 마분지 상자도, 담배 꽁초도,
또는 여름밤의 어떤 증거도 남아있지 않다. 요정들도 사라졌다.
그리고 그 친구들, 도시의 지도자들의 빈둥거리는 자식들도
사라져 버렸다. 주소도 남기지 않고.
레만 호 물가에 앉아 나는 울었노라.
아름다운 템즈여, 잔잔히 흘러라. 내 노래가 끝날 때까지.
아름다운 템즈여, 잔잔히 흘러라. 내 노랫소리 크지도 길지도 않을테니.
그러나 나는 등 뒤에서 찬바람 속에 뼈들이 부딪는 소리와
귀에서 귀로 퍼지는 킥킥대는 웃음소리를 듣는다.

겨울 어느날 저녁때 가스 저장소 뒤편, 흐릿한 운하에서
내가 낚시질을 하면서 형인 왕의 난파와
그 이전에 죽은 부왕의 일을 명상하는 동안에
쥐가 한 마리 살며시 풀숲 속으로
진흙투성이의 배를 끌며 둑 위로 기어 갔다.

축축한 낮은 땅위에 벗겨진 채 있는 하얀 시체와
작고 낮은 메마른 다락방에 버려진 뼈들은
해마다 쥐발에 걸려서만 덜거덕거릴 뿐이다.
그러나 나는 때때로 내 등 뒤에서
경적과 자동차의 모터 소리를 듣는다. 이 차는
봄에 스위니를 싣고 포터 부인에게로 달린다.
오, 달이 비쳤다. 찬란히 포터 부인과
그 딸에게.
그들은 소다수에 발을 씻고 있다.
오 원형 천장 아래에 합창하는 소년 성가대의 노래여.

짹 짹 짹
적 적 적 적 적 적
참으로 잔인하게 폭행을 당했다.
테레우.

비실제의 도시
겨울 한낮의 갈색 안개 속에서
스미르나의 상인, 면도하지 않은 유게니데스는
포켓 가득히 건포도의
런던착 운임 보험료 지불 보증 일람불 어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저속한 프랑스말로
캐논 스트릿 호텔의 오찬에 나를 초대하고
이어서 주말 휴가는 메트로폴 호텔에서 보내자는 것이었다.

보랏빛 시각. 눈과 등이
책상에서 일어설 때, 발동을 건 채
손님 기다리는 택시처럼 인간엔진이 기다릴 때,
나 티레시아스, 비록 눈이 안 보여도,두가지 삶 사이에 가슴 울렁이며
쭈글쭈글한 여인의 젖가슴을 가진 늙은 남자이지만
이 보랏빛의 시각, 모두가 다투어 집으로 향하고
선원들을 바다로부터 귀가시키는 이 저녁,
차 시간에 집에 돌아온 타이피스트가 조반상을 치우고
스토브에 불을 피우고 통조림 음식을 늘어놓는 이 시간을 볼 수 있다.
창문 밖으로 아슬아슬하게 널려 있는
속옷가지는 저녁 광선을 받아서 마르고

긴 의자(밤에는 침대용인) 위엔
양말짝, 슬리퍼, 캐미솔, 코르셋 등이 쌓여 있다.
나 티레시아스, 쭈글쭈글한 젖가슴의 노인이지만
이 광경을 보았고, 나머지는 가히 짐작했다.
나도 또한 그 기다리는 손님을 기다렸다.
그 여드름이 덕지덕지 난 청년은 도착한다.
작은 복덕방집 서기 녀석, 눈알이 부리부리한
마치 백만장자 브래드포드 머리 위에 올라앉은
실크모자처럼 거만한 시정배.
그가 생각하기엔 지금이 다시 없는 호기였다.
식사는 끝났고 여자는 나른하고 고단하고
애무의 손길을 뻗쳐보니
별 생각은 없는 모양이나 나무라지도 않는다.
그는 충혈된 얼굴로 기운을 내어 즉시 공격하나
더듬어 들어가는 손에 아무런 저항이 없다.
놈의 허영심엔 반응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무관심은 오히려 다행이다.
(그리고 나 티레시아스는 이 긴 의자, 즉 침대에서
연출된 모든 일을 벌써 경험한 바다.
테베시의 성벽 밑에도 앉아 봤고
비천한 주검 사이를 걸어도 본 나다.)
선심 쓰는 체하는 작별의 키스를 해주고서
길을 더듬어 나간다. 불도 안 켜진 계단을 찾아서.

여자는 돌아서서 잠시 거울을 들여다본다.
떠나간 애인의 생각은 이제 거의 없이.
하나의 희미한 생각이 여자의 머리를 지나간다.
'자 이젠 끝났다. 끝나서 기쁘다.'
아름다운 여인이 어리석은 행동에 몸을 던지고,
혼자서 다시 방안을 거닐때에 그녀는
무의식적인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고
축음기에 레코드를 건다.

'이 음악은 파도를 타고 내 곁을 흘러'
스트랜드가를 따라 빅토리아 여왕가로 올라갔다.
오, 도시여, 도시여. 내게 때때로 들린다.
아랫녘 템즈강의 어느 선술집 옆에서
흐느끼는 만돌린의 어느 유쾌한 음악과
대낮에 어부들이 있는 곳으로부터
껄껄대고 지껄이는 소리를. 그리고 그곳엔
마그너스 마터 교회의 벽이
이오니아식 백색과 금색의 신비한 화려함을 지녔다.

강물은 기름과
타르의 땀을 흘린다.
거룻배는 둥실
썰물에 뜨고
붉은 돛은
활짝
바람부는 쪽으로 묵중한 돛대 위에서 펄럭인다.
거룻배는
도그섬을 지나
그리니치 하구로
통나무를 흘려 보낸다.
웨이아랄라 레이아
월라라 레이아랄라

엘리자베드 여왕과 레스타 전하
물결에 부딪히는 노
선미는 꾸며져
붉은 빛 금빛의
번쩍이는 선체
기운찬 파도는
양 기슭에 잔 물결 이루고
남서풍은
물결을 이끌며
종소리
하얀 탑들
웨이아랄라 레이아
월라라 레이아랄라

'전차들과 먼지투성이 나무들 하이베리는 나를 낳고,
리치먼드와 큐는 나를 망쳤습니다.
리치먼드에 의해서 나는 좁은 카누바닥에 누워
무릎을 세웠습니다.'

'내 발은 무어케이트에 서 있고, 내 가슴은
내 발 밑에 놓여 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는 울었습니다. 그리고 새 출발을 약속했습니다.
나는 아무말도 안했습니다. 무엇을 원망하겠습니까?'

'마케이트 모랫벌에서
나는 무엇이 무엇인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더러운 양 손의 갈라진 손톱.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나의 인간들, 비천한 인간들.
라 라

그리고서 나는 카르타고에 왔노라.

불이 탄다, 탄다, 탄다, 탄다.
오 주여 당신은 나를 끄집어내시라.
오 주여 나를 끄집어내시라.

불이 탄다.

 


 

 

4부. 물에 의한 죽음

페니키아 사람 플레바스는 죽은지 2주일
갈매기 울음도, 깊은 바다의 큰 파도도
이득도 손실도 다 잊었다.

바다밑의 조류가

소곤대며 그의 뼈를 주웠다. 솟구쳤다 가라앉으면서
그는 노년과 청년의 단계를 지나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이교도이건 유태인이건

오 그대 타륜을 돌리고 바람머리를 내다보는 자여,
플레바스를 생각하라. 그대처럼 한 때는
미남이었고 키가 컸던 그를.

 


5부. 천둥이 말한 것

땀에 젖은 얼굴 위에 붉게 비치는 횃불이 있은 이래
동산에 서릿발 같은 침묵이 있은 이래
암지에서 고뇌가 있은 이래
아우성 소리와 울음 소리와
감옥과 궁전과 먼 산 너머로 들리는
봄철의 뇌성의 반향
살아 있던 그분은 이미 죽었고
살아 있던 우리들은 지금 죽어 간다
가냘픈 힘으로 견뎌보긴 하지만.

여기엔 물은 없고 다만 바위뿐
바위 있고 물은 없고 모래길뿐
이 길은 물이 없는 바위산 속으로
구불구불 올라간다.
물이 있다면 우리는 걸음을 멈추고 마실 것인데
바위 틈에서 누구도 멈출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다.
땀은 마르고 발은 모래에 파묻힌다.
바위 틈에 물만 있다 하더라도
썩은 이빨의 죽은 산 아가리는 물을 뿜지 못한다.
여기에서 누구도 설 수도 누울 수도 앉을 수도 없다.
산 속엔 정적마저 없고
비가 따르지 않는 메마른 불모의 우뢰가 있을 뿐
산 속엔 고독마저 없고
다만 금간 흙벽집 문에서
비웃으며 소리지르는 시뻘건 음산한 얼굴들이 있을 뿐.
만일 물이 있고
바위가 없다면
만일 바위가 있고
또한 물도 있다면
그리고 물

바위 틈에 고인 물
다만 물 소리만이라도 있다면,
매미 소리도 아니고
마른 풀잎의 노래도 아닌
바위 위에 흐르는 물 소리가 있다면
거기에선 지빠귀가 송림 속에서 노래부른다.
드립 드롭 드립 드롭 드롭 드롭 드롭
그러나 물은 없다.

항상 그대와 나란히 걷는 그 제삼자는 누구인가?
세어 보면 합쳐서 그대와 나 뿐인데
그러나 저 하얀 길을 내다볼 땐
항상 그대와 나란히 걷는 또 한 사람이 있다.
갈색 망토에 싸여, 두건으로 가린 채 미끄러지듯 걸어가는.
그것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대의 다른 쪽 옆에 있는 자는 누구인가?

공중에 높이 들리는 저 소린 무엇인가
모성적인 애도의 중얼거림
끝없는 벌판 위에 떼지어 가고
다만 평평한 지평선에 에워싸여
갈라진 대지에서 비틀거리며 가는 두건을 쓴 무리들은 누구인가
보라빛 대기 속에 깨지고 다시 서고 터지는
산 너머 저 도시는 무엇인가
무너지는 탑들
예루살렘 아테네 알렉산드리아
비엔나 런던
非실제의

한 여인이 자기의 까만 긴 머리를 팽팽히 잡아당겨
그 현으로 속삭이는 음악을 연주하고
아기 얼굴의 박쥐들이 보라빛 속에서
울고 날개치며
머리를 아래로하고 까만 벽을 거꾸로 기어 내렸다.
그리고 허공 중에서 탑들이 뒤집힌 채
예배 시간을 알리는 추억의 종을 울린다.
그리고 텅 빈 웅덩이와 물 마른 샘에서 노래하는 목소리들.

산 속의 이 황폐한 공동
희미한 달빛 속의 예배당 주변의
나자빠진 무덤들 위에서 풀이 노래하고 있다.
다만 바람의 집인 텅 빈 예배당이 있을 뿐
창도 없고 문은 흔들린다.
마른 뼈들은 누구도 해치지 않는다.
다만 한 마리 수탉이 지붕에 앉아
꼬 꼬 리꼬 꼬 꼬 리꼬
번갯불 번쩍이는 속에서. 그러자 비를 몰아 오는
습기찬 돌풍.

갠지스강은 바닥이 나고 축 늘어진 나뭇잎들이
비를 기다렸다, 멀리 히말라야산 위에
먹구름이 몰렸다.
밀림은 말없이 허리를 굽혀 웅크리고 있다.
그때 천둥이 말했다.

다타(주라), 우리는 무엇을 주었던가?
친구여! 나의 심장을 뒤흔드는 피
분별 있는 나이의 사람도 삼갈 수 없는
일순간에의 굴복의 그 엄청난 대담성.
이것으로, 이것만으로 우리는 생존해 왔느니라
그것은 사망자의 약력 속에서도
자비로운 거미에 의해 포장된 기억속에서도
우리들의 빈 방안에서 야윈 변호사에 의해
열린 봉인지 속에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디야트밤(공감하라), 나는 언젠가 문에서
열쇠가 단 한 번 도는 소리를 들은 일이 있다.
우리들은 각자 감방에서 열쇠를 생각한다
열쇠를 생각하며 각자 감방을 확인한다
다만 해질녘만은 천상의 말소리가
몰락한 코리올라누스를 잠시 생각나게 한다.

담야타(자제하라), 배는 돛과 노에 숙련된
손에 유쾌하게 반응했고
바다는 평온했다, 그대의 마음도 초대 받았을 때
순종의 고동을 울리며 유쾌하게
조종하는 손에 반응 했으리라.

나는 물가에 앉아
낚시질했다, 뒤엔 메마른 벌판
최소한 내 땅이나마 정돈할까?
런던교가 무너진다 무너진다 무너진다

「그리고서 그는 정화의 불 속에 뛰어들었다」―
「언제 나는 제비처럼 될 것인가」―오 제비여 제비여
「폐허의 탑 안의 아퀴텐느 왕자」

나의 파멸에 대항하여 떠받치고 있던 파편들.
그러면 당신 말씀대로 합시다. 히에로니모는 다시 미쳤다.
주라. 공감하라. 자제하라.
샨티 샨티 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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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3 시 문학  
황사현상 - 김종길
에리리
2019-08-08 0-0 146
시 문학  
황무지(荒無支) - T.S.Eliot
Casanova
2018-11-02 0-0 189
10241 시 문학  
황동규 - 풍장1
미캉
2019-05-25 0-0 173
10240 시 문학  
황금찬-새해의 바라는 원
김무제
2018-09-30 0-0 172
10239 시 문학  
황경신-청춘
김무제
2018-09-20 0-0 171
10238 시 문학  
황경신 - 눈을 감으면
아장아장
2018-11-11 0-0 287
10237 시 문학  
황 - 신석정
사쿠야
2020-07-02 0-0 87
10236 시 문학  
활짝 핀손으로 사랑을 - 에드너 St 빈센트 밀레이
Casanova
2018-10-25 0-0 156
10235 시 문학  
활짝 편 손으로 사랑을 - 에드나 빈센트 밀레이
Casanova
2018-10-31 0-0 182
10234 창작  
활짝 신기용
치명적매력
2017-07-22 0-0 357
10233 창작  
환상곡(幻想曲) 6 [6]
야쿠모유카리
2012-08-16 3-0 613
10232 창작  
환상곡(幻想曲) 5 [5]
야쿠모유카리
2012-08-06 2-0 910
10231 창작  
환상곡(幻想曲) 4 [6]
야쿠모유카리
2012-07-28 2-0 785
10230 창작  
환상곡(幻想曲) 3 [7]
야쿠모유카리
2012-07-26 2-0 816
10229 창작  
환상곡(幻想曲) 2 [6]
야쿠모유카리
2012-07-21 2-0 872
10228 창작  
환상곡(幻想曲) [6]
야쿠모유카리
2012-07-19 1-0 1136
10227 시 문학  
환산(還山) - 김시습
사쿠야
2020-09-08 0-0 117
10226 시 문학  
화학(畵鶴) - 이달
이지금
2020-11-12 0-0 144
10225 시 문학  
화하취(花下醉) - 이상은
이지금
2020-11-25 0-0 93
10224 시 문학  
화초의 기개 - 오보영
순백의별
2020-02-09 0-0 134
10223 시 문학  
화체개현(花體開顯) - 조지훈
사쿠야
2020-03-25 0-0 107
10222 시 문학  
화창한 봄날에 - 임영준
순백의별
2020-06-04 0-0 88
10221 창작  
화장(火葬)전에
슛꼬린
2013-01-16 0-0 527
10220 시 문학  
화장 - 박연준
깜짝이야
2019-09-11 0-0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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