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임관하기 1년 전, 생도 졸업반이었던 저는 중부전선 XX사단의 철책선 경계부대로 전방 부대 체험 실습을 가게 되었습니다.
98년 여름. 전년도에 있었던 수해의 흔적은 거의 다 복구되어 무너진 산비탈도 다시 쌓아 올리고, 각 초소들을 잇는 교통로도 모두 복구가 되어 실습을 갔을 즈음에는 크게 불편함이 없이 초소와 초소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서로 경계가 맞닿아 있는 부대의 경우, 제일 가장자리 초소를 하나씩 엇갈리게 배치를 해서 경계 부분에 소홀해지는 것을 방지합니다. A와 B가 있을 경우, 초소에 투입하는 인원을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3일 째 되던 날, 항상 저와 함께 다니던 소초의 소대장은 결혼 준비로 외박을 갔고 저는 혼자서 순찰코스를 따라 순찰을 시작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 야간 작전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대가 되자 전 마음이 좀 급해져서, 교통로를 뛰어다니며 초소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만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저 위에 설명한 것과 같은 경계선 이쪽으로 넘어온 옆 부대의 초소를 지나칠 때, 교통호로 돌아가지 않고 초소를 가로질러 지나던 전 초소 입구에서 전투화 뒤꿈치가 비죽하게 나와 있는 걸 보고선.
[야, 너무 납작하게 엎드린 거 아냐?]하고 슬쩍 말을 건내고 지나쳤습니다.(어차피 옆 부대의 병사고 하니까)
그리고 초소를 지나쳐 5미터 쯤 갔을 때. 교통로 가운데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워문 옆 부대 병사 4명을 발견했습니다. 근무자가 담배를 가지고 오다니! 게다가 초소에서 교대하지 않고 교통로에서 만나서 교대하다니!
전 발칵 화를 내려다, 순간 자신이 뭘 보고 왔는지를 생각하고 뒷머리가 쭈삣하게 서는 걸 느꼈습니다.
분명, 그 초소 안에는 아무도 없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