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최근 화들을 자세히 읽고.txt
최근 에피들을 다시한번 자세히 읽어보고 제 나름의 감상문을 써 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느끼셨던 것처럼 제 생각에도 석연치 않은 점들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저자도 인간이니만큼 실수도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요소들이 실수라고 보기엔 너무 큰... 일부러 파놓은 함정으로 느껴졌습니다. 이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들이 가능해 보이나 확증할만한 강력한 증거는 아직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유컨대, 단서들로 용의자를 추릴 수는 있지만 자백이 아니고서야 범인임을 확정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지요. 이런 요상한 느낌들은 저자가 의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357화에서의 작화 연출이나 말줄임표의 잦은 사용은 저자가 이에 대해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긴 느낌이에요. 저도 그렇고 여기계신 모든 분들이 하나의 주장이나 작은 단서의 노출에도 일희일비하며 싸우는 장면을 보면 우리가 저자 손바닥 위에 놀고있는 그런 느낌이 들어요. 어쩔 수 없는것이 저자는 이미 스토리 구상이 끝난 상태에서 독자에게 떡밥을 툭툭 던지고 있고, 우리 독자들은 한회 한회 따라가기 급급하니까요. 하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흐름이 완결된 하나의 스토리로 마주하게 되면 지금과는 다른 느낌을 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야기의 완성도와는 관계 없이 말이죠.
많은 분들이 이번 사건을 통해 히소카와 여단이 이번 에피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반겼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은 좀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자세히 말하면, 여단이 BW호를 타게되는 동기설정이 좀 아쉽습니다. 357화에 드러난 것처럼 클로로를 위시한 여단은 한 대륙의 대표격인 나라의 왕위승계문제 틈에서 물질적 이득을 취하려고 하지요. 하지만 이 승계문제에는 자체적으로 모험적 성격이 강하고 엄청난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는 암흑대륙진출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해관계가 다른 세계관을 대표하는 능력자들이 집합할 것은 자명해보이고 실제로도 그렇지요. 이런 능력자들이 만들어 낼 변수는 사실상 무한대입니다. 즉, 이전 마피아따위 상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문제입니다. 이렇게 크고 무거운 문제를 클로로가 정말 간단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좀 이상해보인다는 거지요. 근본적으로 교만한 캐릭터긴 하지만 그 교만함은 철두철미한 자신의 논리와 그것에의 신뢰에 기반한 '교만'이지 이런 무대포같은 성격의 것은 아닌것 같아서요.
한몸처럼 움직이는 여단의 수장 클로로의 역할은 '머리' 즉 계획의 발상입니다. 그리고 어렵지만 실현 가능해 보이는 계획을 철두철미하게 기획하는것이 클로로의 성향입니다. 수많은 변수에서 나오는 하이리스크를 감당하면서 얻는 '카킹왕족이 가지고 가는 보물'에 막연히 그런 가치를 기대하는 걸까요? 358화 스포로 본 설정에 따르면 생명선인 여단의 정보반, 파크노다와 샤르나크, 콜트피가 모두 생존해 있어도 일반인 도항자의 신분으로 변수를 제거하며 이 미션을 완수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워 보입니다. 더욱이, 사실상 정보반이 붕괴된 이 시점에서 여단이 이 계획을 실행하는건 자살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샤르나크 콜트피 사망을 인지한 후에도 계획을 이어나간다면). 이러한 점들 때문에 여단이 이번 에피에 참전하기 위해서 '하이리스크를 감내할 어떤 강력한 동기'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는데 이걸 어물쩡 넘어간게 조금 이상해 보이고 아쉽네요.
그 다음 생각해볼 분야는 많은 흥미를 불러일으켰던 '공동투쟁설' 입니다. 저는 '공동투쟁설'을 읽으며 참 재밌게 느꼈습니다. 스토리의 커다란 위화감을 독자 나름의 추론과 상상력을 동원해서 메꾸려는 발상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좀 있었는데요.
지금까지 나와있는 FAQ 형식의 글들은 저자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구멍으로 보이는 요소들을 대부분 잘 지적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실수와 일부 독자들의 과잉해석이 빚은, 일어날 수는 있지만 개연성이 부족한 해석들로 공동투쟁설 내 수많은 가설들을 창출하게 된 것 같습니다. 즉, 여단이 전투에 직접 개입했다는 큰 그림은 동일하지만 개개인의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는 '공동투쟁설'은 각각 달라서 공동투쟁설 1,2,3....수많은 파생가설이 생긴 모습으로 보이네요. 이런 양상은 그 가설을 판정하는 데 있어 개개인의 독자가 중요하게 간주하는 부분들이 제각기 달라서 발생한 현상으로 보이고 이는 당연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세부가설들이 공동투쟁설의 본질을 흐려서 타당성이 약해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공동투쟁설'은 생각보다 매우 거대한 담론이며 현재의 느낌은 그 담론 속에서 파생된 세부 가설을 주장하거나 반박하는 정도로 논의가 진전, 그러나 확증할 만한 요소의 부재로 인해 지지부진한 상황 같습니다. 공동투쟁설'을 주장하시는 분들이 차라리 핵심 의문점을 토대로 이것을 잘 엮어서 탄탄한 하나의 이야기처럼 만들어보는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제가 시도해보려 했지만 351-357 전부를 하나하나 인용해야 하는 수준이고 이 사건 전 히소카나 여단이 나온 부분들도 따와야 하는 아주 방대한 작업임을 느끼고 능력과 시간 부족으로 그만 두었네요. 충분히 설득력있는 '썰'을 만들 순 있는것 같지만...
막상 저자가 이후에 밝힐 사실들에 비하면
뭐 요런 느낌일것 같아서도 포기했습니다. 아무튼 뒷맛이 굉장히 찝찝한 느낌이네요.
마지막으로, 그나마 이번 사건으로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요소들을 정리해 보면
1. 저자의 단순 실수로 보기 힘든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은 전개. 이런 궁금증들을 관통할 만한 확증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이며 여기에 살을 붙여 상상하는건 독자의 몫이다.
2. 독자는 확정할 수 없지만 히소카는 그 위화감의 원인을 파악했다. 그 결과 클로로와 1:1승부가 히소카와 여단전체에 대한 갈등으로 확장되었다.
3. 시점은 카킹국이 일반인 향해자 모집을 발표한 이후이다. 선거 이후로 보이나 그 후 어느시점인지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4. 직접 참여의 여부와 관계없이 여단 3인은 전투의 과정을 소상히 알고 있다. 능력을 자유롭게 빌리고 돌려주는것도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최소한 전투종반부터 357화 시점까지 여단 3인과 클로로의 직접적 접촉은 없었다. 핸드폰을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능력자체를 돌려받았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5. 결과적으로 여단은 되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왜 위기인가? 집단 내 정보처리역할의 중요성은 작중 항상 엄청나게 강조되어 왔다. 여단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생명선인 정보반 대다수를 상실했다.
* 클로로가 머리가 되어 큰 계획을 구상하고 정보반이 생명선이 되어 구체적인 그림을 설계, 그리고 실행 전투원들이 그걸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마치 한몸처럼 움직이는게 여단의 특성. 그리고 여단의 생명선인 정보반의 구성과 역할은
1. 파크노다 (사망) - 인물간 정보수집과 전달
2. 샤르나크 (사망) - 조작, 단장의 전략구상 파트너, 여단 별동대의 리더역할, 헌터자격까지 있어서 유용한 정보 취득가능. (349화에서 보노레노프가 헌터자격을 획득하려는 것도 이것과 연관지어 볼 수 있겠네요)
3. 시즈크 - 증거인멸
여기에 사망한 콜트피는 위조와 추적까지 가능한 희귀한 유틸캐릭이었음. 카르트의 능력이 정보반에 아주 적합해 보이지만...
번외로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 - 클로로가 헤어밴드를 해서 이마의 무늬를 가리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이에대한 메타포가 있을까... 아님 단순 연출인가.. 요게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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