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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영화제] '신과함께' 김용화 감독 인터뷰 - 1
코코 | L:29/A: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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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22 | 작성일 2019-12-07 01: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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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영화제] '신과함께' 김용화 감독 인터뷰 - 1

Q: 요즘 바쁠 텐데 시간 내줘서 감사하다. <국가대표>(2009) 개봉 때 인터뷰( https://extmovie.com/article/53615 )를 한 이후 두 번째로 본다. <신과함께> 시리즈가 익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면서 욕도 꽤 먹었다. (다들 웃음) 하지만 김용화 감독 영화가 나와는 아주 잘 맞는 편이다.

 

감사하다. (웃음)

 

Q: 아무래도 제작한 입장에서는 악평이 눈에 잘 띄니까 더 부각되어 보였을 거다. 오늘은 김용화 감독의 전반적인 작품 세계와 제작자로서의 활동, 운영하고 있는 덱스터 스튜디오까지 여러 이야기들을 듣고 싶다. 

 

내 영화 얘기하는 건 괜찮지만 내 자신에 대해 얘기하는 건 좀 어색하다. (웃음) 그래도 익스트림무비와 다시 만나보고 싶어서 이번에 자리를 마련했다.

 

Q: 우선 <신과함께> 1, 2부 이후의 근황, 그리고 제작자로서 참여한 <백두산> 등 최근의 작품 활동들이 궁금하다.

 

회사(덱스터 스튜디오)의 차기작들이 계속 진행 중이다. 마무리 중인 <백두산>에 이어 류승완 감독님의 신작인 <탈출>과 JTBC 드라마 <사일런스>(가제)라는 작품도 준비 중이다.  또 내 대신 회사를 잘 운영할 수 있는 전문 경영인을 모셨다. 그러면서 내가 연출할 작품도 준비 중인데, 그게 너무 늦어지고 있다. (웃음)

 

나도 감독인 입장에서 제작을 맡다보니, 감독들이 실수하는 게 잘 보인다.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게 하려면 제작자인 내가 조화롭게 잘 처리해야 하는데 아직은 감독들과 잘 소통하는 능력이 모자란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감독보다 제작자가 훨씬 힘들다.

 

연출보다 더 힘든 제작

 

Q: 제작자의 일은 구체적으로 어떻길래?

 

감독은 무형의 것에서 뭔가를 창조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한 품평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선 드라마의 진행, 샷바이샷의 편차들, 편집 리듬, 음악 사용 등 영화의 여러 부분들에서 감독이 혼자 총대를 메고 진행하는 식이다. 이건 잘못된 거라고 본다. 감독이 혼자서 모든 걸 다 파악할 수는 없으니까. 미국 영화계에선 각각의 파트에서 프로듀서,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 같은 사람들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한국은 아직 그런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감독들에게 이야기를 잘 전달해 영화를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내가 내 작품 연출하듯이 쉽지는 않다. (웃음)

 

Q: 한 작품의 감독, 제작을 겸했던 경우도 있지 않나?

 

<미스터 고>(2013) <신과함께>(2017)는 그랬지. 예전에는 감독으로서 제작자와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작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감독이었을 때 부족했던 부분이 많이 보였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내가 얼마나 귀를 닫고 무소불위였던가 반성하게 되더라. 그러다 보니 <미스터 고> 때 흥행적 대참패를 겪었고. 어쨌든 값진 경험을 했다. 제작자로서의 경험이 다음 작품을 연출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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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백두산>은 연말 한국영화 대작으로서 많이 기대하고 있다. 어떻게 기획된 작품인가?

 

(공동 연출을 맡은) 이해준, 김병서 감독들이 기획해서 내게 찾아왔다. 초기에는 다른 여러 작가들도 함께 참여해서 움직이는 기획이었는데, 지금은 그 두 감독들을 중심으로 정리가 됐다.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영화여서 책임자가 많으면 곤란하다고 이야기했더니 잘 받아들여줬다.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기까지 3년 정도 걸렸다. 그 사이에 김병서 감독은 내 영화 <신과함께> 1, 2편의 촬영을 맡았고, 이해준 감독은 계속해서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진행했다.

 

Q: <신과함께>를 작업하면서 얻게 된 시각효과 기술의 노하우가 <백두산>에서 더 발전적으로 표현되었을까?

 

<신과함께>는 다른 영화들과 비교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물론 작업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판타지물이다 보니 좀 더 자유로운 신화적 해석, 시네마틱한 표현이 가능했다. 반면에 <백두산>은 현실에 기반을 둔 작품이다.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을 표현할 때에도 물리 법칙을 정확히 따라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객들의 눈에 어색하게 보일 테니까.

 

그리고 현대 시각효과의 화두라고 할 수 있는 물, 불, 바람, 폭발 등의 표현이 많은 영화인데, 우리 입장에선 자주 해본 것이 아니어서 나름 도전적인 작업이었다.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크레딧을 보면, 보통 시각효과 회사들이 20개 이상이 뜨는데. <백두산>은 7군데의 시각효과 회사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한 곳에서 시각효과를 전담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선 사실 손해다. 회사로선 큰 일감이 계속 생겨서 마치 컨베이어벨트로 돌리듯 고품질의 대량생산 작업을 해야 유리한데, 작은 프로젝트들 위주로 진행되면 망하고 만다. 회사의 그러한 특성도 개선해나가고 있다. 앞으로는 우리가 핵심 기술은 갖고 있으면서, 다른 국내 시각효과 회사들과도 상생해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 그래도 좁은 나라에서 서로 배타적일 필요는 없으니까.

 

Q: <백두산>의 예고편을 보면 화려한 볼거리를 감추고 있다는 예감이 든다. 극장에서 볼 관객들이 주목할 만한 스펙터클한 장면이 있나?

 

폭파, 지진 같은 재난 장면들은 한국영화로선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것이 될 거라 생각한다. 물론 예산의 한계가 있어서 시각효과에만 500억 이상씩 쓰는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하긴 힘들다. 그래도 70억 정도의 예산으로 만든 것치고는 꽤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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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백두산>은 이병헌, 하정우 투톱 주연 체제로 만들어졌다. 최근 고예산 한국영화들이 단독 주연보다는 그런 투톱 체제를 많이 선호하는 것 같다. 제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인가?

 

그 말이 맞다. 시장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한 사람씩 따로 놓고 봐도 훌륭한 배우들이지만, 예산은 상승했고 시장도 크지 않은 상태에서 자구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제작비 100억 이하의 영화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100억 이상 썼는데 예전에 그 비용을 쓴 만큼의 화면 느낌이 나느냐고 한다면 그렇지도 않다. 영화 제작자 입장에서는 향후 5년까지가 힘든 시기가 될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제작자들도 고민이 많을 거다.

 

한국영화 제작비 상승의 긍정적 효과

 

Q: 한국의 영화 시장 규모로 봤을 때 너무 큰 예산이 들어간 영화의 제작이 부담스러울 것 같다. 또 제작비가 갈수록 오르는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영화감독의 입장, 그리고 외부에서 한마디씩 하는 사람의 입장이 다 틀릴 텐데, 나는 예산을 많이 쓰는 게 아주 좋은 효과를 낸다고 생각한다. 돈을 많이 쓰면 산업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예컨대 10억을 써서 500억을 벌었다고 했을 때 그걸로 집, 아파트 사고,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게 사실 무슨 큰 의미가 있겠나. 반면 고예산이 들어가는 영화를 제작하면 거기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이 그걸로 밥을 먹고 살 수가 있다. 물론 큰 예산이 들어갔을 때 중간에 누군가 횡령을 한다든지 하면 문제가 되지만. (다들 웃음)

 

큰돈이 제대로 쓰인다면 수많은 일거리가 생긴다. 또 그만큼 일을 하면 할수록 제작진의 숙련도도 올라간다. 컨텐츠에 돈을 투자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수익이 중요하겠지만, 100억을 투자해서 100%의 수익을 얻는 것보다는, 200억을 투자해서 50%의 수익을 내는 것이 산업적으로는 더 좋은 일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의 노력이 분명 헛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한국영화의 제작비 상승에 대해) 우려들을 많이 하지만, 그게 누군가의 주머니로 다 들어가는 게 아니라 시장 내에서 융통되는 돈이니까.

 

Q: 미국도 예전에는 고예산 영화들이 집중적으로 나오는 블록버스터 시즌이 따로 있었지만 지금은 일 년 내내 블록버스터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영화 시장도 그런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추석, 설날 등 대목이 아닌 때에도 대작 영화들이 나오고, 100억 원 대 규모의 영화들이 거의 매달 개봉하는 상황이다. 극장에 가는 관객들의 수는 한정돼 있는데 제작비의 상승을 낙관만할 수는 없지 않나 싶다.

 

앞서 내가 좋은 효과를 낸다는 건 산업적인 측면에서 한 얘기였다. 지금이 위험한 시기라는 것도 맞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영화 시장 규모에 비해 배급사들이 너무 많다. 그들이 치킨 게임을 하듯이 경쟁하지만, 일 년에 극장을 찾는 관객 수는 2억 명 내외로 한정돼 있다.

 

나는 앞으로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와 작은 TV 화면에서 보는 영화들 간의 구분이 점점 뚜렷해질 거라고 본다. 기획, 제작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극장에서 볼 영화들을 개발하는 중인데, 굳이 극장에서 안 봐도 될 컨텐츠에 큰 예산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Q: 음악 시장을 예로 들자면 돈을 쓰는 소비자는 수십만 원짜리 공연에 가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불법 다운을 거리낌 없이 하는 양극화된 구조다. <백두산> 같은 큰 영화라면 적어도 개봉 6개월 전부터는 관객들이 인지하고 기대를 해야 정상일 텐데, 대작 영화들이 워낙 많다 보니 개봉하기 한 달 전쯤에서야 인식을 하는 게 요즘 상황이다.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주는 대작 영화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작은 규모의 영화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런 고민들은 시장에서 이미 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시장은 스스로 적절한 호흡을 잘 맞춰간다. 30~40억 짜리 작은 영화지만 가치 있는 작품들도 잘 골라내고 있고, 알아서 자기 반성하는 모습도 보인다. 제작비 100억이 들었지만 인지도, 선호도 없는 영화는 자연적으로 소멸되는 식으로 시장이 알아서 흘러간다.

 

문화는 통제를 당할 때 가장 위험해진다고 생각한다. (강제적인) 법칙이나 규율을 만들기보다는 자연적으로 생성, 발전하다가 사람들이 흥미를 잃으면 저절로 소멸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금의 한국영화 시장에 대한 우려는 자연스럽게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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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러 영화사들과 작업을 해왔고, 특히 유명했던 박무승 프로듀서, 박곡지 편집감독와도 함께 일했다. 데뷔 이후 십여 년이 흐르면서 잊혀진 사람도 있고 새로운 사람도 등장했는데 김용화 감독은 계속 승승장구해왔다.

 

아니다. 나도 바닥까지 갔었다. (다들 웃음)

 

Q: 어쨌든 그런 부침들을 보면서 본인이 끝까지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박무승 대표님은 나를 키워주신 분이고 지금도 가끔 찾아뵙는다. 박곡지 이사님도 내겐 은인 같은 분이다. 그분들이 내게 ‘언제까지 감독을 할 거냐?’고 묻는데 나는 ‘내가 열심히 했는데 영화가 망하면 그만둘 거다’라고 말했다. 내 재능을 다 썼음에도 관객과 소통을 못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기가 빨리 왔다. <미스터 고>라는 작품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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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다시는 감독 일을 못할 거라 생각했다. 상업적으로 큰 손해를 봤지만 그 결과에 대해 원통해 하거나 억울하게 느끼진 않았다. 그 다음 작품인 <신과함께>를 만들 때는 이게 마지막이라는 각오였다. 영화감독이란 좋은 직업이지만 한편으로는 고통스럽기도 하다.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영혼을 내다 팔아야 하고, 솔직하지 않은 플롯도 구사를 하면서 자존심이 상할 때가 있다. 그래서 그만둔 분들이 행복해 보일 때도 있다. 세상 순리를 누가 거스를 수 있겠나. 언젠가는 나도 (시대의 흐름에) 뒤쳐질 텐데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긴데 박무승 대표님은 내게 편집을 가르쳐주신 분이다. 그분의 지론은 내가 바이블처럼 생각하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편집론과도 유사하다. 영화를 전문적으로 배우시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내게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시는 분이여서 늘 감사드리고 있다. 힘들거나 잘못된 생각을 할 때마다 그분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떠올리면서 적용하려 한다.

 

영화는 사실, 영화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가장 모를 수도 있다. 예전에 영화 아이템을 택시 기사님들에게 던져보고 확인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스키점프 하는 사람에 대해 아느냐?”며 나름의 피칭을 해보는 식이다. 그런 일반인들의 반응을 보면, 그 영화가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를 판단할 수 있다. (웃음)

 

Q: 일반인에게 <오! 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세 작품의 스토리를 피칭했을 때 어떤 영화의 반응이 가장 좋았나?

 

다 좋았는데 그중 <미녀는 괴로워>가 가장 반응이 뜨거웠다. 아무래도 말초적인 설정이라서 그런가. 제작 당시 나는 돌팔매 맞을 각오까지 했다. (웃음) 얼굴이 전부가 아니라면서도 미모가 계급이 되는 이율배반적인 이야기 아닌가. 성형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피칭해봤는데 엄청 재밌어들 하더라.

 

또 10살짜리 조카들에게 피칭을 해보면 바로 반응이 온다. (다들 웃음) 그리고 우리 집에 택배 가지고 오는 배달부, TV 설치하러 온 기사님한테도 “혹시 이런 이야기 들어보셨냐?”고 던져본다. 그러면 분(分)당 보이는 반응이 다르더라. 그래서 내 다음 작품도 빨리 진행해야 하는데. (웃음)

 

고통에서 오는 재미에 이끌려

 

Q: 한국영화 감독들은 보통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쓰다 보니 작품의 텀이 긴 편이다. 상업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는데 2~3년씩 보내는 건 너무 낭비가 아닐까 싶다. 그런 가운데 김용화 감독은 만화나 웹툰 등 원작이 있는 소재를 가지고 본인이 각본을 쓰는 독특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 작업을 선호하는 이유, 그리고 젊은 관객들도 좋아하는 소재를 캐치하는 노하우가 궁금하다.

 

<미녀는 괴로워> 같은 경우는 내가 원작을 본 게 아니고 다른 분이 먼저 보고 내게 피칭을 해서 채택했다. <국가대표>는 ‘우리나라에 스키점프를 하는 사람이 5명뿐이다’라는 말만 듣고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지만, 집에 가는 도중에 머릿속에서 계속 스토리가 부풀어 오르더라. (웃음) 그 선수들의 사연을 들어 보니 너무나 아픈 이야기였다. 나는 가장 슬픈 이야기가 한편으로 가장 즐겁고 웃기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비애라고 할까. 인간은 남의 고통을 보는 걸 즐기는 존재이고, 기쁨과 고통은 사실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통에서 오는 재미라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는 편이다. <미녀는 괴로워> 경우 ‘주인공이 그렇게까지 성형수술을 하기로 결심한 마음의 고통은 얼마나 클까? 그 고통의 심연은 과연 어디까지일지?’ 궁금해졌다. 물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관객들이 불편해 할 테니 은유적으로 잘 풀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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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는 원작을 읽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들 웃음) 죄를 안 짓고는 살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 놓고서 그 죄를 처벌한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으니까. <신과함께>의 다음 편에서는 그 이야기까지 해보고 싶다.

 

만화나 웹툰에서 좋은 소재를 찾기보다는 고통과 즐거움이 한꺼번에 오는 이야기들을 픽업하는 편이다. 공교롭게도 그런 이야기들이 원작을 갖고 있었을 뿐이다.

 

Q: <국가대표> 초반부에 봉구 역 이재응 배우가 시골에 있는 모습이, 마치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오프닝 장면을 연상시킨다. 혹시 <살인의 추억>을 패러디했던 건가?

 

내가 준호 형을 너무 좋아해서 (무의식적으로) 그랬을 수도 있는데, 촬영할 때 그런 생각을 하고서 찍은 것은 아니다. <살인의 추억>을 처음 봤을 때 정말 놀라웠다. 영화감독이란 과연 어디까지 집념을 가져야 할 것인가 고민하게 만들더라. 이야기도 무척 좋았지만 촬영이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준호 형을 존경하기로 했다.

 

어려운 도전에서 오는 쾌감

 

Q: <신과함께>를 영화화 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미스터 고>의 흥행 참패 후 김용화 감독이 너무 멀리 가버리는구나 싶었다. (웃음) 당시만 해도 <신과함께>는 한국에서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소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관객에게 설득력을 줄 수 있는 판타지의 시각효과 구현이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굉장한 도전이었다고 여겨진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인간은 자기 자신을 가학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나에게 장점이 있다면 바로 그런 부분 같다. 나는 과거에 잘해왔던 것을 더 열심히 하는 식의 이른바 ‘활동적 타성’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다. ‘이게 가능해?’,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은 일을 할 때 흥분되고, 동지들과 함께 뭉쳐서 도전적인 일을 하는 걸 즐긴다. 경제적인 부분이든 작품적인 부분이든 뭔가를 하려고 할 때, 나는 스스로를 절벽 앞에 놔두는 경향이 있다. 아슬아슬한 느낌까지 들어야 열심히 하려는 근성이 생긴다고 할까?

 

덱스터라는 회사는 짧은 역사를 가졌고 그 기간 내에 다른 큰 규모의 회사들이 해왔던 걸 따라잡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터 고>를 만들어봤기 때문에 <신과함께> 같은 작품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확신까진 안 들었지만 ‘이 정도는 도전해 볼만하다’ 싶어서 밀어붙였다. 그랬을 때 내 주변 사람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쾌감을 느낀다. 아티스트들의 통찰력이 느는 것을 보면서 삶의 보람이 느껴지더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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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 브라더스>부터 <국가대표>까지는 제작 텀이 3년씩 걸리다가 <미스터 고>는 4년이 걸렸다. 그랬던 이유가 따로 있나?

 

<미스터 고>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다. <미스터 고>는 원래 친구가 준비하던 기획이었다. 처음에는 그 친구를 금전적으로 도와주기만 하다가 좀처럼 제작이 되지 않는 걸 보고서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는 내가 아주 기고만장하던 때였고 뭘 하든 주위에서 다 믿어주던 때였다. (다들 웃음) 고릴라가 프로야구를 한다는 게 사실 말도 안 되는 얘기잖나. 그런데 배급사 쇼박스에서 오케이를 해줬고 회사를 꾸리고 하다 보니 1년이 더 걸렸다.

 

3D 입체에 대해 연구도 많이 하고 고릴라 털의 물리 요소 같은 어려운 작업을 맨바닥에서부터 시작해서 완성해냈다. 그 경험으로 엄청난 자신감이 생기더라. ‘이런 게 우리도 되네’ 하고.

 

Q: <미스터 고>는 기술적인 부분에 공이 많이 들어간 영화지만 이야기도 무척 감동적이었다. 원래 김용화 감독 영화가 마지막에 울컥하게 만들지 않나. (웃음) 최근에 다시 봐도 영화가 좋던데 왜 흥행이 안 된 건지 의문이다. 지금도 포털 사이트의 평점란에 가보면 김용화 감독 영화들 중에서 <미스터 고>만 유독 점수가 짜더라.

 

나도 그 점을 고민해 봤지만 지금도 잘 모르겠다. 너무 만화적이라서 그런지. 고릴라가 야구를 할 수 있다는 발상만 납득하면 재밌게 볼 수 있을 텐데. <미스터 고>는 의외로 팬들이 꽤 많다. 하지만 호불호가 아주 크게 갈린다. 싫어하는 사람들은 극도로 혐오하더라. ‘병맛이다... 감독이 약 먹었냐’ 등등. (웃음)

 

솔직히 말해서 나는 <미스터 고>라는 영화를 너무나 사랑한다. 결말 장면을 다시 보면... 요새는 잘 안 보지만. (다들 웃음) 울컥해지는 게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영화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Q: 김용화 감독의 영화들은 코미디 혹은 드라마로 시작되다가 마지막에 관객을 세게 울리는 구조를 갖고 있다. 영화를 제작할 때 미리 그 포인트를 잡아놓고 만드는 식인가?

 

많이 계산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웃음) 독립영화나 아트 영화는 작가가 생각한 그대로 시나리오를 쓰면 되지만, 대중 영화는 계산적으로 각본을 쓰고 굉장히 많은 퇴고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시나리오를 쓸 때 2주 이상이 안 걸리는 편인데, 그것이 가능한 건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서 재조립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그만큼 계산을 많이 하고 빌드업을 시켜야 한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전모는 덜 보이게 하면서 한 칸씩 한 칸씩 레이어를 쌓고, 어느 순간에 폭파시키고 빠져나올지 등을 구조적으로 잡아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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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김용화 감독의 영화 중 몇몇 엔딩은 너무 세서 그게 보는 사람에게까지 전이가 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캐릭터들의 행복을 나도 함께 전달받는 기분이랄까. <미스터 고> <국가대표>의 엔딩이 그랬고,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이 무대에서 재능을 터트리는 장면 연출 같은 건 굉장히 탁월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레이어를 쌓는 방법은, 대학교에서도 영화를 배우긴 했지만 모델로 삼는 감독들에 대해 독학으로 공부해가면서 터득해나갔다. 그 감독들은 다층적인 수위로 장면을 만드니까 뻔한 장면임에도 갈등과 유머가 넘쳐난다. 나도 그런 장면을 만들려고 처음부터 작법적으로 습관을 들인 것이 내 영화에 드러나지 않았나 생각된다.

 

Q: 김용화 감독들의 작품들은 데뷔작부터 최근 <신과함께>까지 장르는 바뀌어가지만 결국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소재를 계속해서 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카메론 등, 내가 좋아하는 감독들이 가족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영화는 사실 관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좋은 감독의 영화는 단 한 장면만 봐도 각각의 캐릭터들이 어떤 관계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가족이라는 건 아주 애매한 관계이지 않나. 애증으로 얽혀있기도 하고, 인간의 복잡 미묘함으로 인해 개인적이면서도 공동체적인 엄청난 관계가 그 안에서 파생된다. 때문에 앞으로도 그런 가족 관계를 계속해서 다루고 싶다.

 

Q: <오! 브라더스>가 필름으로 찍은 마지막 영화였나?

 

아니다. <미녀는 괴로워>까지가 필름으로 찍은 영화였고, <국가대표>가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였다.

 

Q: 필름으로 촬영했을 때와 지금의 디지털 촬영의 차이에 대해서 알고 싶다. 

 

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하던 시절에는 보통, 촬영한 필름의 1/20 정도만 완성된 영화에 사용한다고 배웠다. 영화 한편이 필름 1만자라고 했을 때, 20만자를 찍고서 나머지 19만자는 버리는 식이다.

 

나는 그렇게 버려지는 필름들이 아까웠다. 갈등을 기반으로 하는 극이라는 것은 때로는 여러 번 촬영을 해야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데, 필름은 그것을 즉석에서 확인할 수가 없다. 필름 촬영만으로 얻을 수 있는 미학적 요소도 있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현장에서 낭비되는 것이 너무 많았다. 나는 할리우드 영화들을 모범으로 삼아서 공부한 스타일이었고 특히 스필버그의 추종자였다. 그러다 보니 뭔가 불합리하거나 비효율적인 것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필름이 사라져가는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현재 디지털 카메라의 해상도와 기술력은 필름에 근접한 상태이고 그밖에 여러 장점들 때문에 나는 철저한 디지털 카메라 신봉자가 되었다.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표현

 

Q: 김용화 감독의 영화 속 코미디는 어딘지 뒤틀려 있다는 것을 최근에 다시 보면서 느꼈다. 아이러니한 웃음이라고 할까. 글로 풀어서 쓴다면 전혀 웃기지 않은데, 영화 속에서 대사와 연기를 통해서 보면 웃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런 장면들이 많다. 그런 코미디는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궁금하다.

 

어렸을 때 외로운 게 너무 싫어서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그들을 웃기는 걸 좋아했다. 잊히고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그러지 않았나 싶고. 또 남들이 말하길 나는 시나리오 이상으로 영화를 잘 만든다고 하더라. 그건 아마도 서브텍스트(언외의 뜻)를 잘 이용해서가 아닌가 싶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브텍스트를 활용한다고 생각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거짓말을 하는 거고, 좋게 이야기하면 말을 돌려서 대화를 나눈다. 자기가 보고 느낀 감정을 그대로 다 솔직히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쓸 때 그런 뉘앙스 조절을 잘 해놓고서 리허설 때 배우들에게 대사에 담긴 서브텍스트들을 알려준다. 그러면 배우들은 기가 막히게 좋아라 한다. 서브텍스트가 많은 대사들 때문에 아이러니한 웃음을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거짓말들을 하는 게 또 인간다운 행동이고,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표현하는 것이 내겐 중요하다.

 

젊었을 때 사기꾼들을 많이 만나본 것도 나름의 경험이 되었다. ‘사람의 생존 의지가 저 정도로 강하구나, 이런 거짓말까지 다 하는구나’ 싶더라. 그래서 인간을 더욱 사랑하게 된 것 같다.

 

movie_image (18).jpg

 

Q: <미녀는 괴로워>에선 블론디의 ‘Maria’를 번안해 히트시켰고, <미스터 고>에선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Walk of Life’를 삽입하는 등 의외의 곡들을 즐겨 사용한다. 그런 선곡은 본인이 직접 하는 건가?

 

개인적 취향이 많이 반영된 부분이다. 나는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나왔는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 편이었다. 어렸을 때 가난해서 캠코더를 갖고 놀던 처지도 아니어서 다른 학생들보다 많이 뒤떨어진 것 같았다. 고소영, 염정아 같은 미스코리아 출신들이 동기이고, 감독 지망생들은 이미 단편 영화를 몇 편씩 만들던 사람들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학교 밴드에 들어가 2년 동안 음악 활동을 했다. 거기서 만난 사람이 지금의 이재학 음악감독이다.

 

학교 졸업한 뒤 만났을 때는 러브홀릭의 멤버로 활동 중이래서 그 음악을 들어봤더니 무척 좋더라. 그래서 <미녀는 괴로워> 때 이미 섭외된 음악감독님에게 ‘미안하지만 이번엔 제 친구와 해야겠다’고 말씀드렸다. (다들 웃음) 그리고 재학이를 찾아가서 음악감독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는 주구장창 내 선곡을 갖다 줬다. 지금이라면 씨도 안 먹힐 얘기지만. (웃음) <미스터 고> 때까지만 해도 내가 음악에 많이 개입을 했다. 지금은 음악감독님과 상의할 때 남의 곡보다는 오리지널 스코어를 쓰는 편인데, 대신에 원하는 느낌의 가이드는 주고 있다. ‘여기 이 시퀀스는 대니 엘프먼 풍으로... 혹은 존 파월...’ 등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해서 음악감독님이 늘 당혹스러워 한다. (웃음)

 

movie_image (1).jpg

 

Q: 김용화 감독의 영화들에는 의외로 뻔한 배우를 쓰는 사례가 드물다. 또 마동석처럼 지금 잘나가는 배우들을 <국가대표>에서 일찌감치 기용하기도 했고. 그렇게 남들과는 다르게 캐스팅을 하는 이유를 듣고 싶다. 

 

처음에는 오기가 생겨서 배우에 의존하지 않으려 했는데, 지금은 그게 미친 생각이라는 걸 알게 됐다. (웃음) 예산이 큰 영화면 그만큼 신뢰도가 높은 배우와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대한민국의 모든 연기자들은 각자 나름대로 연기를 잘 한다. 그들이 영화에서 이상하게 나온다면 그건 감독의 책임이다. 감독이 올바른 디렉션을 못한 탓이다. 배우가 몸을 그대로 맡길 정도로 감독과 신뢰가 쌓여야 한다. 케미가 잘 맞으면 배우는 그야말로 미친 짓을 한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 말려야 할 정도로, 감독은 배우의 연기를 이끌어내는 산파가 돼야 한다. 그것이 감독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수 있는 준비만 돼 있다면 캐스팅은 사실 영화에서 크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특히 주인공은 그렇다. 조연은 어느 정도 이미지가 있는 유명한 사람들이 필요하다. 주연의 경우는 두 시간 동안 관객이 감정이입을 해야 하는 사람이어서 특정 이미지가 없는 경우가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예산이 200억에 육박하는 영화를 만들다 보면 캐스팅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감독은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징검다리처럼 중간급의 의미 있는 영화들을, 무명의 배우들을 데리고 찍고 싶다. 예전처럼 말이다.

 

Q: 극중 캐릭터가 배우에게 창피함을 안겨주는 장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김용화 감독의 인물들도 얼핏 그런 느낌을 줄 것 같은데 영화에 표현된 걸 보면 그렇지 않다.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연기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연기 톤의 조절은 어떻게 하는 건가?

 

양식적인 연기를 하는 상황이라도 일관성만 있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수위 조절에 있어서는, 노골적으로 희화화할 목적으로 연기를 시킨다면 지탄 받을 일이 될 거다. 하지만 장애인 혹은 모자란 모습이더라도 그것이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연기라면 관객들도 이해할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연기에 관한 책도 많이 사서 보고. 그 수많은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뭐냐면, 감독으로서 절대로 연기 시범을 보이지 말라는 거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내가 그 짓을 너무 많이 한다. (다들 웃음) 그래도 배우들과의 관계가 좋은 편이고, 또 그들도 내가 이상한 연기 장면을 쓰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믿고 잘 따르는 것 같다.

 

Q: <오! 브라더스>에서부터 <국가대표>까지는 주연배우들을 다르게 써왔고 <국가대표>와 <신과함께>에서는 하정우, 이정재 배우와 다시 함께 작업했다. 연출작은 아니지만 <백두산>의 주연도 하정우인데 그와 자주 작업하는 이유는?

 

하정우는 신뢰도가 높은 배우이고 어떤 역할을 맡든지 감정이입을 잘한다. 그리고 엄청 똑똑하다. 나와는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이고 은인 같은 친구다. <국가대표>에 캐스팅할 때 시나리오를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오케이 했을 정도다.

 

<미스터 고>가 흥행 실패했을 때는 커피숍으로 나오라고 하더니 날 보고 갑자기 눈물을 흘리더라. 나는 사실 안 슬펐는데. (다들 웃음) 덕분에 집사람도 생기고 투자도 많이 받았으니까. 그런데 지레짐작을 하고는 울길래 나도 문득 슬퍼해야 하는 건가 싶어서 덩달아서 같이 펑펑 울었다. 그러면서 나보고 앞으론 동물 말고 사람이랑 영화 찍으라고. (다들 웃음) 또 자기가 어떤 역할이든 맡아서 나를 구해내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신과함께>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역할을 골라보라고 했더니 “강림이네요”라고. (다들 웃음)

 

movie_image (22).jpg

 

Q: <미녀는 괴로워> 때 하정우 배우의 부친 김용건 배우와 영화를 찍었다. 그 두 부자와 묘한 인연이 있다. 

 

<미녀는 괴로워> 때까지만 해도 하정우 배우에 대해 잘 몰랐는데, 아버님인 김용건 배우님이 정말로 좋은 분이셨다. 예의가 몸에 배여 있고 겸손하시고. 그분을 보면서 나도 더욱 더 겸손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정우와 함께 너무나 좋아하는 분이다.

 

대중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

 

Q: 주인공들을 평범한 캐릭터들로 삼은 것도 관객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것 같다.

 

특정 세대들 사이에서 붐이 일어나는 영화들에 대해 잘 아는 편이고, 그 세대가 과거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뭘 보고 싶은지 알기 때문에 그들을 위로하는 영화를 만들려 한다. 내가 어렸을 때 영화로 크나큰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지금의 관객들에게 위로를 주되, 재미도 함께 주는 것이 목표다.

 

Q: 최근 영화계에선 정치적 올바름, 페미니즘이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에서는 <은교> <추격자> 같은 영화가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김용화 감독의 과거 영화들에도 장애인, 비만 여성 등이 주인공으로 나왔는데, 만약 지금 만든다면 과거처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창작자 입장에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지금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는 거니까. 한편으로 <미녀는 괴로워>가 지금 나왔다면 더 환영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웃음) 세상을 바꿀 게 아니라 나를 바꾸자는 얘기니까.

 

어쨌든 지금의 현상은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로선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 안에 잘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현상으로 받아들이면서, 그 안에서 스스로 중재를 잘 한다면 나름의 화두는 던질 수 있지 않을지.

 

Q: 앞서 언급한 스필버그 감독 얘기를 비롯해서, 본인의 작품들 속에 여러 영화들의 오마주 요소를 집어넣는 편이다. 평소 즐겨보는 영화들을 이야기해 달라.

 

스필버그 감독과 더불어 로버트 저메키스의 영화들을 좋아한다. 그들의 작품들을 보면 똑같은 드라마를 하는데도 내공과 통찰력이 어마어마하다. 기쁨과 즐거움, 희망을 이야기하면서도 한편으로 눈물, 슬픔, 애절함을 함께 보여준다. 인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감독들이라고 생각한다.

 

movie_image (20).jpg

 

Q: 최근에 김용화 감독의 작품들을 <오! 브라더스>(2003)부터 쭉 다시 봤는데, 그때와 비교해서 현재 많이 변한 것 같다. (웃음) 감독으로 데뷔할 당시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때 당시에 지금과 같은 감독/제작자가 되는 걸 상상했을지 궁금하다.

 

과거에 내가 생각했던 정의(正義)와 지금 내가 생각하는 정의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감독으로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피해도 받지 말고 올곧이 하자, 였는데 지금 내가 생각하는 정의는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굶기지 말자, 이다. 회사의 전체 식구가 400명 가까이 되는데 그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게 무척 행복하다. 과거에는 가난이 너무나 싫었다. 나는 사실 영화감독이 아닌 CF 감독이 되려고 했다. 1990년대에 영화감독을 해서는 도저히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선배인 강제규 감독님이 <쉬리>로 대박을 터트리는 걸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 뒤로 영화감독으로 연출 일을 하면서 밥을 먹고 사는 게 희망이 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나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식구들이 점점 늘어났다. 내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주위에서 나를 보고 효자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그 기대에 맞춰서 잘 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웃음) 내 삶의 방향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아이러니하게 흘러갔다. 그런 가운데 이 회사는 나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주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그들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모습들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https://extmovie.com/index.php?_filter=search&mid=movietalk&category=21915420&search_target=title_content&search_keyword=%EA%B9%80%EC%9A%A9%ED%99%94&document_srl=51955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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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신파 스크린 독점빨 감독이..
2019-12-07 14:52:59
추천0
[L:29/A:317]
코코
김용화 정도면 상업영화 만드는 감독 중에선 잘 만드는 편임

독과점이랑 너무 신파위주인 건 고쳐야할 문제지만
2019-12-07 15:01:09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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