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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영화제] '신과함께' 김용화 감독 인터뷰 - 2
코코 | L:29/A: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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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27 | 작성일 2019-12-07 01: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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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영화제] '신과함께' 김용화 감독 인터뷰 - 2

관객을 감정에 몰입시키기 위한 기술

 

Q: 기술적인 이야기로 들어가서, <미녀는 괴로워> 때부터 당시 한국영화에선 드물었던 프리비주얼라이제이션(pre-visualization) 작업을 도입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런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된 건가?

 

내가 좋아하는 감독들을 따라 하는 걸 즐긴다. 지금도 그렇지만, 돈을 벌면 내가 하는 일에 투자하자는 게 내 지론이다. 그러다보니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도 올라갔고, 또 그렇게 많이 준비를 해서 영화를 만들면 관객들도 그걸 알아봐 준다. ‘프로덕션 밸류’라고 하는데 촬영 때 렌즈의 활용, 커팅 등에서 창작자가 고민할수록 관객들의 반응도 좋아지니 사비를 들일 때도 있었다.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구조’라고 한다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감정이 이탈되지 않으려면 대사의 전달이 중요하다. 감독은 캐릭터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지만 그 대사가 배경음 등에 묻혀서 관객이 그걸 캐치하지 못하면 엄청난 실례를 저지르는 거다. 관객을 그들이 느끼는 감정에서 강제로 빼내는 셈이니까. 나는 관객들이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않게끔 하기 위한 기술적 연구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러 반대되는 시도를 해본 적도 있다. 보통 영화에서 과거 장면들이 나올 때 흑백으로 처리하는 건, 채도를 뺐을 때 감정이입이 쉬워진다는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미녀는 괴로워>를 만들 때 화려한 색을 넣어보기도 했다.

 

프리비주얼라이제이션도 그렇고, 여러 가지 기술적 시도들은 내가 만들어낸 감정의 소산물에서 관객이 빠져나올 수 없게끔 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될 거다.

 

Q: <국가대표> 때부터 정성진 본부장과 함께 CG 작업에 관심을 기울인 건가?

 

정확히는 <미녀는 괴로워> 때부터였다. 그 영화도 CG를 상당히 많이 사용했다. 매핑 같은 기술은 지금이야 어렵지 않지만, 그때만 해도 어렵사리 구현했다. 그럼에도 어설프지 않게, 미국영화처럼 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시나리오를 토대로 전체적인 이미지를 담은 키비주얼을 만들어서, 시각효과팀에 이런 느낌을 원한다는 걸 알려준다. 그때부터 CG 작업 준비가 시작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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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시각효과 부분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미스터 고>가 중요한 작품이지만 대중적인 공감을 얻지 못하고 흥행적으로 실패했다. 그때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당시의 소회를 듣고 싶다. 

 

(흥행 결과에 대해) 너무나도 의연한 척을 했지만 (다들 웃음)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어느 배급사마다 지표라는 것이 있다. 영화가 개봉되기 수개월 전부터 대중들의 영화에 대한 선호도 추이를 조사했는데, <미스터 고>는 1년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배급사 쇼박스에서 마케팅 비용만 45억 원을 썼는데 말이다. 보통 대기업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브랜드 마케팅을 하면 우리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지만 그것들이 다 지표로 반영된다. 그런 데이터의 신뢰성이 상당히 높다. <미스터 고>는 개봉 2주전에 이미 지표를 통해 흥행이 안 될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표는 거짓말을 안 하니까.

 

그래서 ‘회사를 접어야 하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서 개봉 첫날 상영관 배정을 봤는데 엄청나게 잡아놨더라.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객석 점유율을 보고 바로 정리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했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반응들을 보는데 가만히 앉아 당하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생각보다는 의연하게 견뎌냈던 것 같다. 반성을 일찍 시작하기도 했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회사에 굉장히 큰돈이 들어왔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실패를 경험한 순간이었는데 갑자기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중국의 완다그룹 같은 데서 ‘이런 회사는 있어야 한다’며 200억 씩 투자를 해오더라. 그래서 아직은 접지 말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잘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그 당시의 사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나와 내 집사람은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난다. 얼마 전 <백두산> 제작 발표회 때 하정우 배우가 마침 그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 (웃음) <미스터 고> 때는 아직 결혼하기 전이었는데, 날 위로하러 집에 손님들이 찾아오면 그 친구가 다과를 내주고, 또 내 감정을 많이 배려해줬다. 그 사람도 겉으로는 굉장히 의연한 모습이었는데, 어느날 혼자 방에 있을 때 잠깐 들여다봤더니 펑펑 울고 있더라. 그 모습에 결혼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나 아플까봐 내색도 못하며 우는 모습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존경스러워 보였다. 참, 집사람이 이 얘긴 하지 말랬는데... (다들 웃음)

 

좋은 컨텐츠를 만들기 위한 시스템

 

Q: <미스터 고> 이후 덱스터 스튜디오는 여러 한국영화들의 시각효과 작업에 두드러지게 참여하고 있다.

 

내가 미련하면서도 긍정적인 사람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회사가 나올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설립했다. 회사 내에서 R&D도 직접하고 있어서 아티스트와 공학도를 최대한 같은 비율로 맞추려 노력한다. 예술을 제대로 빠르게 구현하려면 기술도 필요하니까. 그래서 애초부터 다른 회사들과 차별화가 많이 된 것 같다.

 

시각효과 작업을 할 때는 전 세계적으로 ‘셰이더’라고 하는 상용 프로그램을 많이 쓴다. 그걸로 5~30초짜리 광고를 만들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2시간짜리 영화를 만들려고 하면 ‘렌더팜’이 다운된다. 때문에 그 프로그램을 해석해서 우리 영화에 맞게끔 다시 코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컨대 <미스터 고>의 고릴라 털이 80만 개가 움직인다고 한다면, 그걸 그대로 표현하는 건 무리다. 그럴 때 공학도들을 투입해서 실제로는 훨씬 적은 수의 털만 움직이게 하고는 전체가 다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끔 컴퓨터가 인식하게 만든다.

 

또 우리 회사는 ‘파이프라인’이 잘 나눠져 있다. 시각효과의 6~7단계 공정 즉, 매치무브, 애니메이션, 렌더링, 라이팅, 합성 등 각 분야별로 직능화, 전문화가 잘 돼있다.

 

회사를 처음 설립할 때부터 최첨단의 시각효과 회사로 키워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작 백라인이 통합돼야 한다고 여겼다. 백라인이라는 건 기획부터 만들어 나가는 데까지 한곳에서 다 끝나는 것을 의미한다. 고예산 영화일수록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퀄리티를 한 회사에서 다 관리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사운드 작업을 하는 라이브톤이라는 회사를 갖고 있고, 시각효과 작업을 하는 덱스터 디지털이 있고, 색보정을 하는 THE EYE, 촬영하는 WORKSHOP이 있어서, 우리 쪽에 오면 다른 곳으로 갈 필요가 없게끔 한다는 신념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좋은 감독, 아이템만 있으면 순조롭게 작업을 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시각효과가 많이 투입되는 고예산 영화는 그만큼 투자사 등에서 수정해달라는 요구가 많다. 그럴 때 제작 라인이 나뉘어져 있으면 충돌이 많이 생긴다. 디즈니가 ILM, 스카이워커 사운드를 사들여서 라인을 일원화시킨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그런 회사들을 갖고 있으면 적자가 오히려 더 커지지만 좋은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통합이 될 필요가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덱스터 스튜디오는 현재 1기를 마친 정도로 보시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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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무척 순조로웠을 것 같은데 (웃음) 실제로는 시행착오가 많았을 것 같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한국에선 이런 회사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 (다들 웃음) 시장 규모로 봤을 때 지탱할 수가 없다. 중국 정도는 되어야 우리 정도의 회사가 움직일 수 있다. 연간 70~100억짜리 시각효과 영화 3~4편은 작업해야 하는데 한국 시장에선 무리다. 결국 내가 영화를 만들어서 직접 수혈을 하는 수밖에. (웃음) 운영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이런 회사가 100년쯤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각효과는 미래지향적 산업이라서 미국이나 영국에선 세제 지원을 많이 한다. 

 

처음에는 해외 회사를 통해 수혈을 받으려고 애써봤지만 그 누구도 협조해주지 않았다. 결국은 우리가 직접 몸으로 관통해서 나가는 수밖에. 그래도 한 번씩 해보니까 스태프들 입장에서 동기 부여도 많이 되고,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습성들이 생겼다. <미스터 고>를 만들어봤더니 뭘 하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의 다음 목표는 시각효과로 사람을 구현해내는 거다. 사람은 다른 무엇보다도 사람이 이상해 보이는 걸 너무나 잘 알아챈다. 시각효과 기술의 끝은 사람을 창조해내는 거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람을 구현하는 데 블렌드 셰이프 방식을 이용하지만, 우리는 실시간으로 비디오 메트리를 할 수 있게끔 시도하고 있다. 이게 가능해진다면 엄청난 일들을 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이소룡 같은 죽은 배우들을 되살릴 수 있고, 영화를 찍은 뒤에 배우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디지털로 그것을 수정할 수도 있다.

 

범아시아적 한류 컨텐츠를 목표로

 

Q: <미스터 고> 때 중국 투자사와 함께 작업하면서 느낀 성취,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해준다면?

 

공교롭게도 <미스터 고>는 중국에서 인기가 없는 야구를 소재로 했음에도 화이브라더스에서 시나리오를 보고서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그래서 최초로 중국과 동시 개봉도 진행했다. 지금은 한한령 등으로 경색된 상황이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많은 꿈을 꿨다. ‘10억 시장이 생기는 건가?’ 하면서. 중국에 회사도 차리고 장예모, 펑샤오강 같은 감독들과도 만나면서 꿈이 부풀어 오르던 시기였다.

 

지금은 상황이 안 좋아졌지만 다시 잘 풀렸으면 한다. 어쨌든 중국은 우리와 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고 가까운 나라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관, 가족관 같은 게 그들과 많이 유사하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제작에는 많은 자본이 필요한데 그 자본을 늘리려면 시장이 커져야 한다. 당분간은 칼을 잘 갈면서 준비하다가 시장이 다시 우호적으로 열렸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한편으로 남의 나라에 가서 돈을 벌겠다는 사람이 교만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만 생기면 매체들에서 ‘중국을 점령하니 어쩌니, 한류 드라마가 중국을 마비시켰다’는 둥... 내가 중국 사람이라면 그걸 보고 굉장히 기분 나쁠 것 같다. (다들 웃음) 그런 점에서 기자님들이 잘 해야 한다. 마치 문화를 침탈하는 듯한 표현을 쓰니까 그쪽 정부에서 케이블을 싹 끊으라고 지시하는 거지. 아티스트들이 열심히 해서 문화적 지평을 넓힐 때 서로가 하나가 돼서 잘 해나갔으면 한다.

 

Q: 덱스터 스튜디오가 고예산 중국영화의 시각효과도 꽤 맡았던데.

 

앞으로는 중국영화 용역보다도 자체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려고 한다. 초기에는 매출이 필요해서 그 일들을 맡았지만, 결국 우리 회사의 컨텐츠는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마블/디즈니가 ILM을 사서 <어벤져스>를 만든 것처럼, 시스템이 갖춰졌을 때는 자기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부가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우리 아티스트들에게 그것이 돌아가니까. 또 우리가 우리 걸 만들 때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잘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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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터 스튜디오가 제작에 참여한 주요 작품들

 

Q: 중국에도 시각효과를 전문으로 하는 큰 회사들이 있나?

 

몇 군데 있는데 오리지널 중국 회사 중에서 정상급은 없다. 우리와 비교되는 곳이 한두 군데 있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회사의 지점이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 쪽에서 엄청난 시각효과 회사가 나올 거라고 예상한다. 그쪽에서 공부를 엄청나게 시키고 있고 또 미국 사람보다도 더 미국 사람 같은 게 중국 사람이더라. (웃음) 장사 수완들이 대단하고 베팅할만하다 싶으면 말도 안 될 정도로 물량 공세를 한다.

 

Q: 한 회사 안에서 전문 인력들이 10~20년씩 일하게 되는 경우 위계에 변화를 주기 쉽지 않을 텐데 그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처음 2~3년 동안은 이직이 거의 없었지만 다른 회사들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옮기기도 하고 다시 또 돌아오기도 한다. 나는 직원들에게 솔직하게, 더 좋은 회사라면 가라고 하고, 그렇지 않다면 ‘내가 상담해줄게’라고 말한다. 어차피 다시 돌아올 테니까. (다들 웃음)

 

아티스트들과 이야기할 때 연봉을 올리는 것보다는 복지를 늘리는 게 낫지 않겠냐고 제시한다. 평생직장이 되려면 어느 정도 직급에 맞게끔 연봉에 상한을 두면서 대기업 수준의 복지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녀들의 등록금 같은 것도 지원해줘야 나중에 그들이 부모를 따라서 아티스트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나중에 사옥을 이전하게 되면 탁아시설도 갖출 생각이다.

 

Q: 과거에 감독 일만 했던 것과 지금처럼 제작, 회사 운영을 겸하고 있을 상황을 비교한다면 어떤 때가 가장 즐거운가?

 

영화감독을 할 때다. 시나리오를 쓸 때 너무나 행복하다. 회사에서 제작하는 다음 작품의 각색을 해준 일이 너무나 즐거웠다. (웃음) 처음에는 제작자로서 일주일만 도와준다고 했다가, 결국 3주 동안이나 수정 작업을 했다. 내 작품도 그렇게는 안 하는데 말이다. (웃음) 내 작품이면 막 뜯어 고치지만 다른 사람의 작품은 그 사람의 의도도 있어서 상의해서 고치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면서 계산했던 감정이 터져 나오게 만드는 과정들이 너무나 행복하다.

 

Q: <백두산>의 경우는?

 

<백두산>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 그래도 기대를 너무 높게 잡지는 마시라. 기대가 높으면 만족하는 컨텐츠는 없으니까. 시사회 때 예쁘게 봐주면 좋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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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서 국내 시장의 한계에 대해 언급했는데, 그에 대비한 장기적인 사업의 방향은 어떻게 세우고 있나?

 

결국은 범아시아적인 컨텐츠를 만드는 회사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뭔가를 만들면 아시아 전역에서 동시 개봉이 가능하도록 말이다. 그런 일에 굳이 미국 회사를 거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 쪽 큰 회사의 제안을 받은 적도 있고, 메이저 회사로부터 1억 달러 이상의 일감을 제의받기도 했다. 하지만 용역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앞으로 내 인생에 남은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그걸 어떻게 쓰는 게 값질까, 생각했고, 범아시아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되었다.

 

Q: 그렇게 아시아 전체를 커버하는 컨텐츠가 정말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중국 시장만 풀리면 금방 이루어질 거라고 본다. 한한령 이전에 여러 가지 좋은 제의가 많았는데 갑자기 틀어진 거니까. 장강의 물결을 거스를 수 없다는 중국의 옛 말처럼 결국은 개방이 이루어질 거라고 예상한다. 그럴 때 분명 한국 컨텐츠는 각광받을 거다.

 

세상에 우리 같은 민족이 또 어디 있나. 엄청 근면하면서 노는 거 좋아하고 풍류를 즐기고 다이내믹하고 말이다. 그러니 영화도 잘 만들고 K팝이 세계적으로 흥하는 거지. 이러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무척 행복하고, 영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적 지평을 넓히는 게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대중영화 감독으로서 희망사항

 

Q: <국가대표>가 나왔던 2009년이 한국영화계에서 중요한 시기였던 것 같다. 2006~2008년 침체기 이후 <국가대표>와 더불어 강형철 감독 같은 사람이 등장하면서 대중적인 한국영화들이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그 후로 젊은 감독들이 대중지향적인 영화들을 만들고 있다. 김용화 감독은 <국가대표>로 그때 여러 상들을 수상했다. 당시의 소감을 듣고 싶고, 또 트렌드에 따라가는 영화들과는 다른 작품들을 내놓는 입장에서 지금의 한국영화계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영화감독 일을 하면서 두 가지를 꿈꿨는데 <국가대표>가 그것을 이루게 해줬다. 하나는 경제적으로 잘살았으면 좋겠다는 것. (웃음) 그리고 대중영화를 만들어서 감독상을 받아봤으면 하는 것이었다.

 

인센티브로 큰돈을 받고 트로피까지 얻은 날, 잔뜩 술에 취한 채 침대 위에 돈과 트로피를 깔아놓고선 꺼억 꺼억 울었다. (다들 웃음) 그날 왜 울었냐면 너무나 허무해서 그랬다. 내가 이걸 이루려고 그토록 선한 척하며 남에게 잘 보이려 했던 건가 싶어서 말이다. 그 후로 다르게 살고 싶어서 고민 끝에 번 돈을 다 덱스터를 만드는 데 투자했다.

 

그만큼 <국가대표>는 내면에 쌓여있던 것들을 해소해준 작품이다. 또한 그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모두 내 자신을 투영한 존재들이다. <신과함께>의 캐릭터들에도 내 자신이 반영됐지만, 가장 크게 반영된 것이 <국가대표>였다. 연출에 대한 즐거움도 알려준 작품이었고 멀티캐스팅을 하면서 일부러 배우에 크게 기대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린 영화였다. <국가대표> 이후로는 개인적인 삶의 목표보다는 공동체의 가치 실현이 내게는 새로운 화두로 다가왔고 그것이 인생에 있어서 더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 당시에 친한 최동훈 감독과 매년 시상식 때마다 함께 가서는 둘 다 상은 못 받고서 같이 술이나 마시고 그랬는데. (다들 웃음) 혹자는 나와 최동훈 감독처럼 한세대에 대중적인 지지를 받는 감독이 여럿 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 아무튼 우리는 (대중영화 감독으로서) 진실하려고 노력한다. 위로를 주고 동감할 수 있는 영화는, 내가 모르는 얘기나 감정으로 만들 수는 없으니까. 진짜로 잘 만든 영화는 인생을 잘 대변하고 은유한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나 관객에게서 말초적인 감정을 얻어내기 위해 직접적인 묘사를 하는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가 가진 최고의 미덕은 은유에 있다고 본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영화다. 지금도 미국에선 잔인하고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지만 영화만큼은 그렇지가 않으니까.

 

<신과함께>는 시나리오를 쓸 때 일부러 1부는 엄마, 2부는 아빠에게 바치는 이야기로 만들었다. 그 영화의 소임은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와서 전화 한 통화만 하게 만든다면 다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실제로 어느 고등학생이 인스타그램에 올리길, 자기 엄마와 같이 영화를 봤는데, 엄마가 극장 벤치에 앉아서 엄청 울면서 할머니에게 전화를 했다는 거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게 바로 그렇게 위로가 되는 영화였다.

 

내가 굳이 적나라하지 만들지 않더라도 이 세상은 이미 충분히 무서운 곳이다. 그런 점에서 대중영화 감독으로서의 미덕은 은유를 잘해서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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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과함께> 3, 4편은 진행이 어떻게 되고 있나?

 

3, 4편의 판권은 이미 구매를 해놓고 준비 중이었는데, 현재 회사에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는 상황이다. 우선 <더 문>이라는 차기작을 먼저 진행한 뒤 <신과함께> 신작은 내후년에 촬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롱 시놉시스 단계이다. 이번에도 3, 4편을 동시에 찍어야 하는데 (1, 2편을 찍을 때보다) 배우들이 훨씬 유명해져서 스케줄을 미리 고지해야 한다. 시기도 나 혼자서는 결정할 수가 없고 파트너들과 논의하고 잡아야 한다.

 

이미 1, 2부에서 나올 사람들은 다 나왔지만. (다들 웃음) 3, 4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주위에서 듣고는 괜찮다는 반응이다. 또 아시아 사람들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사이즈는 더 키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IMAX 영화에 대한 관심도 있는지?

 

관심이 많다. <신과함께>는 IMAX 카메라로 찍지 않았지만 DMR 컨버팅으로 IMAX 상영을 했는데 극장에서 보고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 (웃음) 블로우업, 한마디로 뻥튀기를 한 건데도 굉장히 훌륭했다. 그래서 다음 영화는 IMAX급으로 촬영하기로 결심했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IMAX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ARRI65 카메라로 찍으면 거의 그 해상도를 얻을 수 있으니까.

 

마카오에서 만난 뜻밖의 팬

 

Q: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마카오국제영화제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주 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작년에 초청을 받아서 마카오에 갔더니 무척 좋았다. 라스베이거스 같은 느낌도 들면서 호텔들이 좋고 유명 셰프들의 음식점들도 많고. 영화제 사람들이 무척 열정적인데다가 작품 셀렉션도 아주 좋다.

 

그밖에 이번에 다시 또 찾아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작년에 홍콩에서 페리를 타고 마카오로 들어갔는데 영화제 측에서 내 짐을 운반해줄 일꾼을 한 명 보내줬다. 그분이 내 짐을 캐리어에 싣고 가면서 계속 나를 쳐다보더라. 나보고 <신과함께> 감독이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리면서 자기 지갑을 꺼냈다. 거기에 <신과함께>를 본 극장표 10장이 들어있었다. 그 영화가 자기 인생의 영화였다고 고백하는 걸 듣고서 온몸에 짜르륵 전기가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또 캐나다에 사는 자기 친척이 2부를 봤다는 얘기를 하면서 3부도 기대한다는 얘길 해줬다.

 

Q: 그 지역 사람이 말인가?

 

그렇다. 짐 옮겨주는 일을 하는 분이 극장에서 10번을 봤다는 거다. 그 일을 겪고서 내가 하고 있는 영화감독이라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니구나, 누군가에게 이런 큰 영향을 준다면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영화인들이 모이는 특정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어떤 순간에 만난 어떤 사람에게 내 영화가 어떤 의미가 되었다는 걸 피부로 느낀 일이니까. 그 뒤로 마카오 영화제에 계속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마카오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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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익스트림무비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과함께>를 좋아하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양쪽에게 솔직하게 이야기 해 달라. 립서비스 말고. (웃음)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나는 내가 가진 재능보다도 무척 많은 운이 따르고 있는 사람이고 나를 돕는 패밀리 덕분에 아직까지 성장하고 있는 감독이다. 그래서 일정 부분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고, 어떤 분은 내 영화와 잘 맞아서 좋아할 분도 있을 텐데, 나는 그저 내가 아는 감정에 진실하게 만들려 할 뿐이다.

 

대중영화를 만들면서 내가 가진 좌우명은, 예상은 깨되 기대는 꺾지 말라는 것이다. 뻔한 이야기일지라도 거기에는 뻔하지만은 않은 디테일들이 있다. 그런 부분들을 잘 봐준다면 발전해가는 모습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영화를 많이 보는 분들을 위주로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마니악하게 만든다면 지금과는 다른 만듦새가 될 텐데 아직 나는 그럴 자신이 없다. 오늘 구두를 닦는 분들이나 칠판 앞에서 열변을 토하는 선생님, 왕따 당하는 딸도 볼 수 있을 영화로 접근을 하는 감독이라서 영화를 많이 보는 분들하고는 코드가 안 맞을 수도 있다.

요즘 회의 때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플롯은 뻔해도 되지만 인물은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이다. 삶이 복잡한데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을 간단히 규정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래서 내 영화를 볼 때는 사람을 눈여겨봐줬으면 한다. 필사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가느냐가 내 영화의 화두이다.

 

나도 익스트림무비 팬인데... (웃음) 반응들을 자주 지켜본다. 그런데 잘못된 정보도 있더라. (웃음) 모 감독님은 실명을 까고 직접 설명도 하셨는데 그럴 용기는 없어서 눈팅만 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가 올라오면 측근을 통해서라도 앞으로 알리겠다.

 

Q: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 알려오면 적극 반영하겠다. 아직도 질문은 남았지만 (웃음)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하다. 마카오 마스터클래스 때 다시 뵙겠다. 

 

아 그러면 마카오에서 내가 쏘도록 하겠다. 마카오에 맛집들이 많다.

 

우리는 그런 이야긴 절대 잊지 않는다. 하하하. 

 

 

https://extmovie.com/movietalk/51955976

 

김용화 감독...국내 영화 기술 발전에 기여 많이한 사람이죠

 

좋은 인터뷰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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