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 남성 생일 : 키/몸무게 :
이 곳을 뒤덮고 있는 장막과도 같은 안개를 헤치며 이동하던 중 어떤 형상을 보았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짙은 안개 속에서도 그 찬란한 색이 선명히 보이는 무언가가 이 잊혀진 길을 가로질렀다. 처음 와보는,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드는 곳에 막 도착했을 때, 비로소 그 형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로 보이는 것[1]이 끌고 있던 이 서커스 마차는 구식적이고, 소름 끼쳐 보였다. 나는 나무들 사이에서 현관문의 갈라진 틈새를 통해 건물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이 외딴 건물 안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온화한 황금빛이 의도적으로 내 이목을 끌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때, 서커스 단장의 복장을 한 무언가가 등장했다. 그것의 얼굴은 화장용 기름에 범벅된 악몽과도 같았으며, 축 늘어진 입술엔 캐리커처를 연상케 하는 미소가 담겨있었다. 광대가 주변을 훑던 중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것은 일그러진 미소와 함께 내게 고개를 끄덕이곤 마차로 돌아갔다. 그의 희생자들이 나보다 위험을 덜 인지하고 있기를 바라는 듯 했다. 난 하늘에 떠있는 별들에게 그것에 대해 고맙다고 했다.
─ 저자 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