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 알수없음 생일 : 키/몸무게 :
[ 식별 코드: T-05-51 ] / 등급: TETH
슬픔에 차마 담담해지지 못했던 모든 사람들의 아픔을 담고 있는 환상체. 우울한 빛깔의 욕조에는 피가 고여있다. 줄어들지도, 넘치지도 않은 채 안에는 사람들의 절망만이 잠겨 있다. 욕조 안을 바라본다면 당신이 감당 못 할 우울함이 급습해올 것이다. 어느 순간, 근처에 있는 사람을 끌어당겨 욕조 안으로 당긴다. 그것은 결코 강한 힘은 아니지만 걷잡을 수 없는 슬픔에 빠진 직원은 저항하지 않는다. 직원의 손목 외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욕조 안에 떠 있는 손들은 모두 핏기가 없다. 마치 도움을 청하는 것처럼 허공으로 뻗어있다. 손목을 긋는 것은 제정신으로 하기 어렵다. 여러 번 시도해야 하는 만큼 그만큼 강한 의지를 요한다. 고기를 썰어버리는 것처럼 강한 힘으로 그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만큼 죽음에 대한 갈망이 강한 사람들만 성공할 수 있었다.
나는 그녀가 공업용 칼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 그 이유를 물어보지 못한 것을 평생토록 후회한다. 더불어 긴 옷으로 감춰둔 팔목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것도. 대화를 할 때 마다 습관적으로 팔목을 감싸는 것도, 언제나 웃음이 많았던 그녀가 점점 멍한 눈으로 회사를 돌아다니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도. 손목을 긋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나는 짐작할 수 없었다. 겨우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그녀가 손목을 잘라냈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우리는 성공을 거둘 때 마다 와인을 한 병 씩 따곤 했다. 그것은 어느새 하나의 관습들 중 하나로 자리 잡혔다. 그녀는 성공에 무감각해지는 순간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조그만 성공에도 웃으며 기뻐해야 한다고. 그리고 실패가 모여서 성공이 되는 것이니, 우리는 이를 결코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그녀의 잘려버린 손목에서 조각난 상처들을 보았을 때 나는 우리의 와인 수납장을 떠올렸다. 많던 와인들은 어느 순간 한 병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 날 나는 마지막 남은 술을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