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그럼 시작하도록 하지, 린.』
『세계를 절망으로 뒤덮을 검은 종언의 동화를.』
어두컴컴한 방 안에 그는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ㅡ
되찾을 수 없는 광채와, 제국에 퍼져버린 저주.
몇 번을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다.
몇 번을 질문해도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른 자신에 대한 절망에,
"재물"이라는 운명조차 그저 조용히 받아들였다.
그것이 《잿빛 기사》 린 슈바르처가 다다른 끝이었다.
ㅡ그리고, 세계는 종말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에레보니아 제국이라는 역사상 최대 군사국가는
《대지의 용》 요르문간드의 이름 아래 세계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세계도 다시, 최악이자 최저의 최선책으로
거대한 용에 맞서, 그 목을 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엄청난 불에 의해 비원을 달성하기 위한 검은 의지와
주인의 계획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뱀들의 노림수를 알았지만
『ㅡ그렇다면 그 사람의 멱살을 잡고
틀렸다고, 그게 아니라고 말해주겠어!』
『그게 우리들밖에 할 수 없는
"역할"이 아닌가요!?』
ㅡ그 말이, 부서졌던 혼에 다시 불을 지폈다.
에레보니아 제국, 토르즈 사관학교 《VII반》.
자신의 문제나 입장, 국경을 초월해 모였고,
후배까지 가세한 의심할 바 없는 "최고"의 클래스.
그들은 일어선다ㅡ 종언에 저항하기 위해.
그들은 앞으로 나아간다ㅡ 빛과 날개를 되찾기 위해.
『자아ㅡ "모두 함께" 지켜보자구.』
『그 최악의, 빌어먹을 동화의 결말을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