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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조커 | L:45/A: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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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584 | 작성일 2021-10-23 12: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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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문학사상>(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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