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인형의 이야기-사건part.2
아아 시끄러워. 대체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야…큐어. 좀 흔들지 좀“캬오오오!!!!”마.”
…………캬오오오? 동물원이라도 온건가? 나 참. 칼에 찔린 사람을 데리고 동물원이라니. 그럴 리가 없지.
“크아오오오오!!!!!!!!!!!!!”
아니, 이상하잖아. 왜 호랑이 소리가 들리는 거야?
“으아아아아!!!!!”
“……인형 살려.”
아니, 인형 살려라니…. 그보다 큐어가 소리 지른 거 같은데.
“야, 큐어. 대체 무슨 일이야….”
칼에 찔려서인지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뒤, 뒤!!!”
뒤?
…………어디보자. 저 툭 튀어 나온 호랑이 이름이………샤벨 타이거였나? 분명 빙하시대에 살고 있었다던 고양이과 동물이라던 것 같은데……….
“뭐라고오오!!!!!”
“어, 일어났네?”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저거 뭐야?!”
“……우리도 알고 싶어.”
너희들도 영문을 모르는 거냐?
“대체 갑자기 샤벨…쿨럭!!”
상처 사이에서 피가 나온다. 나… 상당히 위험한 상태였지.
“절체절명이네…….”
“…이시스 님 가게로 가면 어떻게든 될 텐데.”
오케이. 그럼 그 방법으로…
“어디였지? 아까 지도 잃어버렸는데.”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 나도 몰라.”
이 쓸모없는 녀석들이!!
“일단…주변에 폐공장으로 가.”
“에? 폐공장?”
“일단 저 샤벨 타이거는 우릴 쫓아오니까……최대한 피해를 줄여야지.”
“……의외로 착하네.”
그러게. 나 의외로 이런데 세심하네.
“가온아, ……문제가 있어.”
?
“따라잡히기 직전이야.”
어느새 샤벨 타이거 녀석은 우리 바로 뒤까지 따라붙었다.
어디보자. 이럴 때는……
“흐럇챠!!”
큐어의 등을 박차고 뒤꿈치로 샤벨 타이거의 미간을 찍어버렸다.
“……호랑이를 날려버렸다.
“하쿠, 너. 헷갈리니까 뒤에 어미에다 ‘냐’ 붙여?”
“……알겠다. 냐.”
“아니. 그보다 어떻게… 호랑이를 날려버리는 거야?”
“……제레스가 더 무서웠어.”
솔직히 제레스 그 녀석이 훨씬 강했다.
“……이걸로 끝나면 좋을 텐데. 냐.”
“응?”
“…저쪽 봐라. 냐.”
대체 뭐를 보란거……호랑아. 좀 쓰러져주면 안되겠냐?
샤벨 타이거는 ‘넌 반드시 먹어주마’라는 식으로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이런.”
벌써 눈 앞이 캄캄해지고 있는데.
“가온아. 괜찮아?”
“당연히 괜찮….”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은 건 내가 한쪽 무릎을 땅에 대고 있단 사실을 이제야 알았기 때문이다.
‘이거. 상당히 큰일인데.’
“크르아아아아!!!!!”
샤벨 타이거. 빙하시대의 사냥꾼. 검호치라고 불릴정도로 검과 같은 두 개의 앞니를 가진 호랑이는 비정하게 나를 집어삼키려 달려왔다.
“후우~.”
타쿠는 마음 속 깊이 생각한다. 역시 이 바보는 강하다고. 자신과 치쿠, 하쿠는 모두 이시스 님에게 받은 무기가 있다. 일단 자신은 검을 받았고, 하쿠는……눈에 띄지 않고, 치쿠는 귀엽다. 아니, 이게 아니라 치쿠는 무슨 마법진 같은 걸 쓴다. 하지만 우리 인형들은 이시스 님이 없으시면 힘의 대부분을 쓸 수 없어서 보통 어린애나 마찬가지다.
“얌마. 이 검 상당히 좋은데?”
이 남자는 내게서 검을 받은순간 저 거대한 호랑이를 분리시켜버렸다.
“이걸로 이시스 녀석이 하나 빚진 걸로 치지. 어라?”
“저, 저거 뭐야.”
호랑이는 흙으로 변한 다음 다시 호랑이의 형상으로 돌아갔다. 완벽하게 수리가 된 상태로.
“호오, 이상하게 크다 했더니 흙으로 만든 인형이었나? 이런 짓을 할 만한건….”
제레스는 말했다.
“무련이겠군.”
인간을 벗어난 힘을 지닌 무련을 잡는 무련사냥꾼. 그것이 제레스&제네스의 직업이다.
“그럼 어디, 죽을 때까지 잡아볼….”
갑자기 거대한 호랑이의 모습이 기사의 형상으로 변했다. 중세시대의 거대한 창을 들고있는 기사의 모습으로.
『내 이름은 가웨인. 귀공의 이름은 무엇이오.』
기계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오~. 인공지능이라. 꽤 상위의 인형이군.”
“타쿠도, 타쿠도.”
『다시 한 번 묻겠소. 귀공의 이름은 무엇이오.』
“나? 제레스다.”
『그럼 가겠소.』
“오냐.”
자동인형 『가웨인』의 창과 제레스의 검이 맞부딪혔다.
“아아~. 진짜 성가시게 하네.”
제네스는 자신에게 매달린 치쿠와 같이 도망치고 있던 도중. 마트 내의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갔단 걸 눈치챘다.
“쇼 타임인가….”
제네스는 곧 바로 자신의 가방에 있던 오토 형식의 권총 두 개를 꺼내 들었다.
“Let's show time!!"
그 이후 치쿠의 눈에 보인 장면은 그저 무자비한 학살. 거대한 백호는 제네스의 권총 앞에 무자비하게 부서져나갔다.
‘부서져? 저건…흙인가’
“그렇단건…진흙인형 인가. 무련이 관계되어 있군.”
원래 이시스가 속해 있던 조직의 구성원은 모두 무련으로 되어있다. 인간을 벗어난 자들의 조직.
“…분명 ‘그 사건’으로 인해 없어졌을 텐데.”
“캬오오오!!!!!”
“으아~. 상당히 화난 것 같아~.”
부셔도 다시 재생하는 진흙인형. 자율 모드로 해놓은 건 술사가 이 근처에 없다는 건데….
『위험도 RED. 적의 처리를 위해 모드 변경』
이거 위험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백호는 하얀 기사로 변했다. 아니, 기사라기보다는 왕처럼 보이는 인형.
『케이다.』
상당히 무뚝뚝한 인상으로 변한 백색의 기사.
『너를 처단하겠다.』
케이라 불린 기사는 곧바로 백색의 대검을 휘둘렀다.
“It's a pinch."
"가온아!!!!”
샤벨 타이거가 두 개의 송곳니로 가온이를 물기 직전. 가온이의 모습은 사라졌다.
“가…온아.”
“……휴우, 위험했다. 냐.”
어느새 내 옆에는 어린애 크기의 하쿠가 가온이를 들고 있었다.
“가온아!!!”
안도, 걱정, 분노 등의 감정이 섞여있다.
“하쿠, 너 싸울 수 있는거야?”
그 정도 움직임이라면….
“…무리다. 냐. 이시스 님이 없어서 힘도 없는 데다, 원래 난 전투 타입이 아니다. 냐.”
“그럼 대체 어떻게….”
『다른 두 형태의 변경을 확인. 원활한 순환을 이해 형태를 'knignt'로 변경합니다』
샤벨 타이거의 모습이 기사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거대한 대검 두 개를 들고 있는 기사의 모습.
『내 이름은 호수의 기사 란슬롯. 너희들의 이름은 무엇이냐.』
“…일났다. 냐.”
“무슨, 일인데.”
힘 없이 물어보는 가온이에게 하쿠는 대답했다.
“인형에다가 역사 속에 있던 인물들의 데이터를 넣었다. 냐. 게다가 원탁의 기사 시리즈. 이건 상당히 위험하다. 냐.”
“길고 짧은 건 대봐, 야 아는, 거야.”
“너, 지금 말하는 것도 힘들잖아.”
“…하쿠. 큐어 데리고 도망쳐.”
뭐?
“……괜찮은거야? 냐.”
“아아. 어떻게든 버텨볼 테니까. 이시스 형네 가게로 가.”
무슨 소리야? 왜 내 의견은 물어보지 않는거야? 너를 내버려두고 가라고? 웃기지마.
"웃기지….”
“어서 가라고!!!”
이길 수 없다. 내가 지금 여기 남겠다는 마음은, 가온이가 우리를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에 이길 수 없다. 가온이의 눈을 본 순간 이해했다.
“반드, 시 돌아갈, 테니까.”
『다친 자는 공격하지 않는다. 허나, 덤빌 경우엔 주저없이 벤다.』
“원하던 바다. 인형.”
가온이가 인형 란슬롯에게 달려든다. 란슬롯이 두 개의 대검을 가온이를 향해 휘두른다.
난 멀여져가는 그 모습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상당히 잘 버텨주었다. 소년.』
뭐라 말하는 거지? 들리지 않아. 내 귀는 어떻게 된 거지?
『내 주인의 명령은 너와 다른 소년을 생포하는 것.』
빨갛다. 앞이 온통 빨간색이다. 왜 이러지.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지?
『허나, 그 명령은 지킬 수 없을 것 같군.』
왼쪽 팔에 감각이 없다. 인형 란슬롯의 밑에 내 왼 팔이 떨어져 있다.
『그 상처론 오래 버티지 못 할 거다. 곧 과다출혈로 죽겠지.』
죽는건가. 아까 칼에 찔린 걸로 기절했던 게 부끄러울 정돈데.
잘은 모르겠지만, 내 몸은 이미 검에 셀 수 없이 베였고, 내 왼 팔은 저기 떨어져 있다. 완벽한 패배. 죽음.
『너를 회수하고, 그 소년을 잡으러 가야 되겠군.』
뭐? 큐어를? 잡는다고?
『걱정마라. 덤벼오지 않을 경우엔 그저 잡기만 하는거니까. 그것이 내 기사의 긍지다.』
“……썩어…빠졌구만.”
기사의 긍지? 웃기지 마. 고작 인형 따위에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주인의 명령을 수행하는 게 기사로서의 도리. 난 그것을 따를 뿐이다.』
“…누가 보내, 준데? …넌 이 자리,에서 나한테 죽어… .”
허세다. 저 인형을 죽이기는 커녕 숨 쉬는 것조차 힘들다. 하지만…
‘큐어를 지켜야 돼’
그것이 내가 사는 이유. 소중한 것을 지키는 삶.
『이름을 다시 묻지.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이, 가온이, 다.”
『내 의식이 비록 만들어진 거라지만. 그 이름 똑똑히 기억하겠다.』
인형 란슬롯의 대검이 나를 일도양단하려 한다. 그 검을 보고 있는 내 표정을 왠지 알것같다. 나는 웃고있다. 곧 죽겠지만, 이 싸움이 너무나 재밌어서. 큐어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 강한 녀석과 싸우는 것이.
만약의 가능성. 희미한 빛이 비추고 있는 미래. 저 녀석을 죽이고 살아서 큐어에게 돌아가는 미래.
대검이 눈 앞에 있다. 유언을 남겨야 되는건가?
“큐어….”
쾅!
소년의 유언은 인형 란슬롯의 검에 의해 사라졌다.
D-Day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