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입문 팬픽] 003. 동행(2)
003. 동행(2)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정확한 사후 파악조차 하기 힘들만큼의 충격.
위가 아래로, 아래는 위로.
그것은 문자그대로 UPSIDE DOWN. 카오스, 내가 싫어하는 억지력 그 자체.
이번 '각성'에서도 마찬가지로 내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그녀'뿐이었다.
내가 지금 도대체 어떤 위협에 처해 있는지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쳇, 놓쳤나.... 뭐, 됐어. 그나저나 꽤나 놀랐어. 이미 오래~전에 교회에 자진해서 붙잡혀 봉인당했던 네가 1/2을 데리고 있다니 말야. 안 그래?』
『그건 너와 전혀 상관 없는 일이지. 안 그래?』
-거기다 그의 이름은 1/2이 아니라고.
『변함없이 쌀쌀 맞구만. 그래서, 지금 어쩌자는 거야? 여기서 한판 붙기라도 원하는 건가? 이제 철없는 방황은 그만 할 때도 됐잖아? 난 네가 '어떻게 하면 인간의 희생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바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때만 해도 신경쓰지 않았어. 내버려 뒀다고. 정말로 교회에 잡혀들어가서 봉인당하는 쪽을 선택할 때도 말야! 그분께서는 아직도 네가 강제적으로 봉인당한 건 줄 아시니까 제발 이제 그만하고 어서 그 자식을 데려와.』
『미안하지만 그런 배려는 더이상 필요 없어. 나는 다시 인간 사냥을 하기 위해서 나온 게 아니니까. 게다가 봉인이 풀린 것도 내 예상 밖이었어.』
-그래, 정말 예상 밖이었어. NNo... 그건 정말이지.. 내겐 저주 같은 기적이었어, 알아?
그녀는 불과 며칠 전의 일을 떠올린다.
그것은 아직 그녀가 교회의 봉인에 의해 작은 숨결만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을 때의 일.
의식조차 희박한 상태로 그 숨결만을 마지막, 영원한 친구로 삼고, 그렇게 모든 것을 끝내려던 영원의 끝에서..
쿵, 하고 들릴 리가 없는, 들려서도 안 되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날뛰고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그 날뛰는 모습은 너무나도 외로워서, 너무나도 불쌍해서..
두근, 현기증마저 나려고 했다.
그런 강한 힘의 파동을 느껴버린 시점에서 나는 이미 봉인이 거의 풀려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본래라면, 감시자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영원히 지속될 봉인.
하지만, 나는 이미 자발적으로 '더 이상 봉인되고 싶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을지도.
그리고 마침내 깨어났을 때, 세상은 지옥이었다.
하지만, 전혀 지옥 같지 않았다.
오로지 인간만이 그대로 없어진 비극, 그렇기에 실로 더 지옥..이었을까.
그리고 만난 그 아이는 실로, 안쓰러웠다. 그렇게 날뛴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처음 그 아이에게는 인간성이라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할지 결정도 내리지 못했을 때, 백익공의 손이 미쳤다.
-그것(우유부단함)이 결과적으로 이런 결과를 만든 걸까.
그를 풀어주고 얘기를 하게 된 후 나는 단호하게 그의 신병을 넘기는 것을 거부했고, 그것이 불과 어제의 일이었기에 방심했던 탓일까.
설마, 그를 마중 보내다니, 아니 정황상 그가 직접 온 것이겠지. 나를 위해?
눈물나는 배려지만, 그는 어째서 이렇게 나를 예전부터 신경써주는 걸까.
아, NNo는 지금쯤 잘 도망쳤을까, 이제 곧 해가 진다. 그 전까지 안전한 곳에 도착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진정으로 더 바랄 게 없을텐데..
웃음에 섞인 것은 회한도 후회도 아닌 회상.
누구보다 차가웠고 또 누구보다 따뜻했던 그 손.
그리고 누구도 그렇게 웃을 수가 없을 것 같던 순수한 얼굴.
『이제 지쳤어. 그 자식 어딨어?』
『그거 알고 있어?』
『?』
『불사라는 게 얼마나 덧없는 건지 말야. 난 말이지. 그런 건 얼른 놓아버려야 한다고 생각해, 지금 우리(사도)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그에서 오는 무기력함, 그것뿐이야. 불사의 자격, 그걸 달성하기 위한 힘. 그것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를 우리를 썩게(부패) 하고 있는 거라고...』
『너, 정말 후회 않는 거야?』
『너야말로, 이제 그만해. 어차피 그(1/2)에 의해서 세상은 끝나게 되어 있어. 이미 모든 게 끝이라구.』
『이 정도까지 일 줄은 몰랐다. 너를 동포라고 여긴 것 자체가 수치스러워 지려고 해. 지금 그 말 후회하지 않겠다면, 억지로라도 데려가야겠어. 너무 날 원망하지 마라. 그 녀석만 찾고 나서 자유롭게 해줄테니까. 물론 네 자리(조)는 내가 맡지.』
『무슨 자신감이야? 감히 27조에 대항하기라도 할 셈?』
『27조는 무슨. 자발적으로 잡힌 사도는 네가 아마 처음일거다! 거기다가 흡혈을 통한 신체 유지를 거부해? 그러고도 27조의 이름에 자격이 있어? 이제 적당히 해! 넌 사도라고!! 더 이상 그 이름을 더럽히는 건 나도 감당하기가 힘들단 말이야... 응? 우리 얼른 돌아가자. 제발, 응?』
『오빠, 더 이상 난 예전처럼 어린 애가 아니야. 벌써 수 백년이나 지났잖아?』
뿌득, 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아, 그가 정말 화난 것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웃음이 나왔다. 난 정말 나쁜 여동생일지도.
『마지막이야. 그 녀석을 내놔..』
『응. 잘 있어, 오빠. 오랜 시간 동안 27조에 들어가려고 아등바등하는 것도 이제 지겹지? 이젠 끝내줄게.』
『....』
말은 그렇게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그럴만한 힘이 없다.
이제 오빠의 손에 죽는 걸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아, 부족한 그에게 같이 있으면서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뭔가 가르쳐주고 싶었는데.
이미 그는 달려오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살 수는 있지만 힘을 쓰기 시작한다면, 육체는 분명 얼마 버티지 못 하겠지.
최대한 시간이라도 끌기 위해서 그의 제 2격째를 반격해야 할까.
또 다시 우유부단함. 지겹다, 정말. 이대로 그것(우유부단함)을 끝내는 것도 역시 좋을지도.
-내 기원은 아마 자조가 아니었을까. 아니면 우유부단함이라든가.
그렇게 마지막 자조(기원)를 마친다.
그리고...
아, 또다시, 이젠 정말 마지막으로 딱 한 번. NNo의 얼굴이 생각난다.
오빠의 손의 그림자가 내 얼굴 위까지. 이제 0.1초도 남지 않았겠지.
퍽.
유린당하는 것은 내 손이 아니라, 그의 손.
순간 비치는 빛은 아마 근원 그 자체의 힘...
『으으, 으아아악!!!』
『이거 놀랍네. 흡혈귀도 비명을 지를 줄 아나봐?』
『너... 네가 설마 그 자식?』
『정답, 괜히 연약한 사도 건드리지 말고. 우리 이제 2차전에 돌입해보자. 그 편이 너도 속 편하지 않겠어?』
『죽고 싶어 환장한 놈, 가만히 있었으면 조금이라도 오래 살았을텐데 말이지.』
오빠가 뒤로 물러나서 회복하는 사이, 나는 그에게 말한다. 어째서 돌아온 거냐고.
『그냥, 네가 우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말야...』
아, 그런가. 어느새 나는 울고 있었던 건가.
-확실히 얼굴에서 물이 흐른다.
불쌍한 건, 나였던가.
둘 다였던가.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받고, 위로받고(구원하고 위로하고)
아, 그랬던가..
『그런데 말야, 저 자식이 널 죽이려고 했던 거 맞지?』
-이래봬도, 난 평화주의자라서 말이지. 그런 들릴 리가 없는 소리가 또 들렸다, 히어로틱한.
『죽이는 건, 평화를 깨뜨리는 녀석 뿐이거든.』
그런, 히어로 다운 대사를 들은 것을 끝으로. 나는 다시 정신을 잃고 봉인 때로 돌아갔다.
다만, 이제는 확신한다. 깨어날 때에 또 그가 내 곁에, 가까운 곳에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004. 동행(3)에서 계속.
동행은 (3)에서 끝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음 편, 그리고 다음편에는 간단한 인물 설정도 함께 올라갈거에여(물론 타입문 식)
(3)은 좀 길고 전투씬도 제대로 있을 겁니다 ㅋㅋㅋㅋ제발;
일단 모의고사 끝나고 올라갈 겁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아마 올라가는 속도가 엄청 느릴거에요. 아니면 그대로 연중일지도 모르고...
자세한 건 6/10날에 제랄님 연구소를 참조하시길.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ㅂㅂ
P.S : 추천 자꾸 1씩 해주시는 분은 누구신가요 ㅋ
감사드리지만 필요 없습니다. 대신 달게에 놀러와주세요 끠잉 뀨잉 ㅋ 저는 그거면 족하답니다.
애당초 글을 잘 쓰는 편도 아니니까; 소재도 신선한 게 아니라 갖다 쓰는 주제잖아요? ㅋ
우리는 모든 것을 개방적으로, 또 모든 취향을 존중해주는 완.벽.한. 게시판!
은 개뿔, 위태위태함;
재밌다니 감사하무니다 ㅋ
추천0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