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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칭 + 대명사 (6) - Pony + 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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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576 | 작성일 2013-04-18 19: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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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칭 + 대명사 (6) - Pony + tail

 

2011년 9월 23일 토요일 + 부산 망미구에 있는 산. 해발 357M.

오전 열두시 오십분 + 내려오는 햇볕에 이끼가 마르고 있다.

 

 

 

망원경을 들고 주변을 살핀다. 아파트 단지에는 사람이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다.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있나 봤지만 그런 건 없다.

 

오늘따라 좀 땀이 많이 나는 것 같아 윗옷을 벗고 물티슈로 몸을 닦는다. 바로 옆이 약수터지만 등목을 하기엔 뭔가 귀찮은 탓에.

 

“좋지도 않은 몸 왜 그렇게 벗고 다니셔요, 김연효씨?”

 

바나나를 우적우적 삼키며 선영이가 비아냥댄다. 그러거나 말거나 겨드랑이를 들어 올려 땀을 닦는다.

 

“그거 먹고 또 걸어 다니는 곳에 껍질 버리지 말아주라.”

 

말이 끝나자 무섭게 내 앞으로 바나나 껍질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싫은데.”

 

이 년이. 뒤돌아보자 선영인 바나나를 입에 문 채로 가운뎃손가락을 들고 있다.

 

“너는 근데 안 씻냐? 여태껏 씻는 걸 못 봤어.”

 

“당연하지. 네가 잘 때 씻으니까. 아, 이제 씻지도 못 하겠네. 자는 척 하면서 다 볼 테니까.”

 

아, 바지까지 벗어 버릴까보다. 하지만 선영이가 쿡쿡 웃는 소리가 거슬리진 않는다. 처음의 어색했던 분위기와 침묵에 비교하면 소풍이라도 나와 있는 것 같다.

 

“이런 일 없었으면, 너랑 나랑 이런 시답지 않은 얘기 할 일이 있었을까?”

 

짐에서 새 티셔츠를 꺼내 갈아입는다. 뻣뻣한 천이 감기는 감촉이 상쾌하다. 선영이는 한참 입을 오물거리곤 대답한다.

 

“뭐야, 새삼스럽게. 또 진지 잡수신다야. 진지 귀신아.”

 

“친구들 소식 안 궁금해?”

 

선영이는 야구방망이를 놓아둔 쪽으로 걸어가더니 붕붕 휘두르기 시작한다. 내가 하도 닦달한 탓이다. 위험할 때 쓸 수 있게 뭐라도 좀 손에 익혀 놓으라고.

 

“할 수 없잖아. 핸드폰은 집에 놔두고 왔는데. 네가 위험하다고 가지 말자며.”

 

“여기 있는 거, 안 답답해? 벌써 5일짼데.”

 

“니가 당분간 여기 있어야 된다며.”

 

스윙을 크게 하더니 몸의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 한다.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리자 선영인 나를 죽일 듯이 쏘아본다.

 

“너, 나 무시하고 있었지 않냐. 학교 다닐 때 내내. 근데 왜 이렇게 말을 잘 들어.”

 

“분명히 그랬었지. 만날 혼자 다니고, 밥도 혼자 먹고. 무슨 군대 갔다 온 복학생도 아니고. 패션센스는 꽝이지, 맨날 앞자리에서 혼자 진지

한 표정으로 수업 듣고.”

 

……그렇게 생각했었냐, 너. 선영이는 이제 기합까지 넣으며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얍얍 거리면서. 그 모습에 다시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그 날 있잖아. 월요일……. 장보고 있을 때 까지만 해도 진짜 짜증났었다?”

 

“그런데?”

 

저러고 있는 걸 보니 나도 뭔가 몸이 근질근질 거려서 허공에다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체력단련이라고 해두지.

 

“어라, 너 뭐 권투나 그런 거라도 했었어?”

 

“어, 고등학교 때 킥복싱 좀. 주먹질보단 뭐라도 잡고 휘두르는 게 낫긴 하지만 가진 게 주먹밖에 없을 땐 이거라도 써야지. 너도 기억해 둬.

이상한 걸 무기라고 쓸 바에야 네 가는 다리라도 뻥 차는 게 나을 수 있어. 그보다 무슨 말 하려고 했냐? 짜증났었는데 뭐?” 선영인 방망이 휘두르는 걸 멈추더니 등을 돌린다.

 

“뭐, 왠지……. 상황판단도 빨리빨리 하는 것 같고. 나는 완전 얼어있었는데, 너는 그런 것 같지도 않고, 뭐. 나도 한 번 구해주고……. 뭐 아직까지 그 진지한 말투랑 표정은 싫긴 해.”

 

“안 구해줄 걸 그랬나. 그때 너 닮았던 그게 너보다 훨씬 예뻐 보이던데…….”

 

아차. 뭔가 식은 공기가 느껴져 돌아보니 선영인 입을 다물고 얼굴을 굳히고 있다. 아, 농으로 받아준답시고 실언을 했구나. 아직 정신없을 애한테.

 

“야, 미안해. 헛소리 했어.”

 

“맞아. 그땐 정신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확실히 그런 것 같아.”

 

뭐? 이건 뭐지. 화났다는 소린가. 나를 닮은 그것을 처음 봤을 때보다 지금이 더욱 당황스럽다. 나는 선영이에게 다가가 어깨를 괜히 툭 치고 굽실거린다.

 

“야, 선영아 미안하다. 생각 없이 내가…….”

 

“나보다 머리도 더 윤기 있었던 것 같고, 나보다 날씬했고, 피부는 좀 더 하얘진 것 같고, 가슴도 더 컸어.”

……? 난 분명 지금 한국어를 듣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이 말들은 의미가 조각조각 난 채로 귀에 흘러들어오는 느낌이다. 이거 무슨 소리지, 대체.

 

“어……진정해. 내가 잘못 했어.”

 

선영이는 갑자기 내 어깨를 꽉 잡는다. 아, 이제 뺨을 맞을 차롄가.

 

“아니, 내가 너 외모에 대해서 얘기하려 한 말이 아니고, 그냥 긴장을 좀 풀라고……. 너 못 생긴 거 아냐, 아니아니 너 예뻐. 아, 네가 우리 과에서 제일 예쁘…….”

 

아, 대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 걸까. 여자아이를 달래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다. 횡설수설하고 있을 때 선영이가 갑자기 눈을 부릅뜬다. 하지만 날아올 거라 예상했던 손바닥은 내 어깨에 그대로다?

 

“야, 아까 그거 있잖아. 너 닮은 그거. 그놈도 너보다 잘 생겼었어.”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내가 멍하니 있자 선영이는 고개를 흔든다.

 

“지금 농담하는 거 아냐. 분명히 그랬어. 너보다 키도 3cm 정도 큰 것 같고, 어째 너보다 어깨도 좀 넓은 거 같아.”

 

“무슨…….”

 

뭐?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누군가를 닮은 ‘그것’들은 그 누군가보다 더 잘생기거나 예쁘단 말인가.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아. 날 닮은 그건……평소 때 내 머리랑 달랐어. 한 시간 동안 고데기와 씨름해야 하는 머리였단 말이야. 정말 기분 내킬 때나 중요한 약속 있을 때만 그러는데.”

 

듣고 보니 그랬던 것 같다. 보통 때 선영인 늘 포니테일을 하고 있는데. 분명 그 때 ‘그건’ 선영이를 빼닮았지만, 말을 듣고 보니 다른 점이 있었다.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거 같아. 그 놈들은 대체 뭔지, 어떻게 하면 나타나는 지.”

 

나는 내 어깨에 얹힌 손을 다시 내려놓는다.

 

“네 말 중에 하나 틀린 게 있어.”

 

“뭔데?”

 

헛기침을 한 번 하곤, 툭 내뱉고 만다.

 

“넌 포니테일 하는 게 제일 예뻐.”

 

고개를 돌린다. 안 봐도 저 년 얼굴엔 ‘뭐?’라는 표정이 떠올라 있겠지. 이건 고립된 곳에서 사랑이 싹트는 코미딕 좀비영화가 아니니까, 홍조 띠기를 바라는 건 무릴 거야 아마. 무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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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견식
악플이라도 어떤 반응이 있으면 보고 그렇구나 할 텐데 ㅎ

흐음
2013-04-18 19:48:04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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