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의 단상 - 박금숙
무심히 흐르다
산봉우리를 넘지 못하고
멈춰버린 구름 한 조각
그 흐린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쩌면 사는 일이
물동이 하나
이고 있는 일이라고
한바탕 쏟아버린대서
후련해질 것도 아닌데
차라리 넘쳐 흘러버리기를
나는 망부석처럼 서서
그것이 어떤 그리움이나
모종의 미련 때문이라고
늦은 오후가 다 되도록
한사코 우겼으나
다시 올려다본 하늘은
이도 저도 아닌
허공을 퍼 올리는
삶의 두레박줄이
매달려 있는 것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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