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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 인피니티 워 2 일본 본토 전 (304)
에단헌트 | L:0/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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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22 | Exp.81%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97 | 작성일 2020-11-18 0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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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 인피니티 워 2 일본 본토 전 (304)

 

 

 

 

 


탁.


낮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자극.


그건 자극이었다.


한동안

그 어떤 자극에도 노출되지 않은

퀴넬라 (최고사제 어드미니스트레이터) 의 마른 눈동자가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누구?'

 

 

 

 

 

 

누구든 상관없다.


제발, 제발.......


거기 있기라도 해 줘.


말을 걸어주지 않아도 돼.


나를 풀어주지 않아도 돼.


그러니까

제발 거기 있어주기라도 해줘.


제발!


퀴넬라는 암흑 속에서 간절히 소리쳤다.

 

목으로는 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지만,

퀴넬라는 태어난 이후로 가장 간절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녀의 몸이 조금이라도 움직여졌다면

지금 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을 것이다.


몰랐다.


세상에 이런 공포가 있다는 걸 말이다.


그녀 역시

200년 동안 험한 꼴을 많이 당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차원이 달랐다.


차라리 손가락이 하나씩 잘려 나가는 꼴을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게

마음이 더 편할 것이다.


어둠.


불빛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이곳은

어둠, 그 자체였다.


소리도 아예 들리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고,


목소리도 낼 수 없다.


눈동자조차 마음대로 돌릴 수 없는 몸을 가지고

어둠밖에 없는 관 비슷한 상자에 처박혀 있는 기분이 상상이나 가는가?


그가

그 리얼월드에서의

자신의 협력자인 야나기의 도움으로

리엘월드의 볼 꼴, 못볼 꼴을 다 보면서 산 경험이 없었다면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미쳐 버렸을 것이다.


아니,


차라리 미쳐 버리고 싶다.


미쳐 버리면

이렇듯 생생하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느끼지는 못할 테니까.

 

 

 

 

 

 


'제발, 제발!'

 

 

 

 

 

 

 

차라리 죽여주기라도 해!


이대로 나를 이렇게 버려두고 나가지 마.


제발!


누구라도 좋다.


누구라도.


그저 누가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키리토의 손에 죽은 뒤에

무슨 영문인지 다시 부활한 퀴넬라는


깨어났지만

몸 전체가 완전히 마비된 상태에서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그녀의 필사적인 의지를 담은 눈동자로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여전히 암흑 뿐.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조금 전,

문이 열린 소리가 착각이었던 것처럼,


마치 환청이었던 것처첨.......

 

 

 

 

 

 

 

'환청?'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지금 센트럴 커시드럴 100층의 자신의 방에 있어야 할 자신이

지금 이 지옥아닌 지옥에서 부활한 것이

과연 현실에서 일어난 일일까?


어쩌면

지금 그녀는 미쳐버린 것이 아닐까?


눈물이 흘러나오지 않는다는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 자신이

살아 있는지 이미 죽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만약 죽었다면

그녀는

가장 끔직하면서도 비참한 지옥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이상의 지옥은 떠올릴 수가 없으니까.


무간지옥중에서도

가장 맨 끝의 지옥에 떨어져

그 곳의 주민이라고 할 수 있는

지옥의 마귀들에게

산 채로 생살이 벗겨지는 고문을 받는다 해도

필사적인 비명

아니

소리는 지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지옥의 마귀들이라고 해도

그 정도의 자유는 허락해주지 않겠는가.


용암이 들끓는 불지옥에 떨어져

전신이 불에 탄다고 해도

발버둥 아니 발악은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살아 있는 채 죽어 있고,


죽어 있는 채 살아 있다.


이 기막한 괴리가 그녀를 괴롭히고 또 괴롭혔다.

 

그 순간

 

 

 

 

 

 

 

"고민이 되는군요."

 

 

 

 

 

 

 

목소리.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환청?


아니다.


환청이라기에 이건 너무도 생생했다.


한동안

자극다운 자극을 느끼지 못해서

한껏 풀려 있던 세포들이

팽팽히 당겨지는 기분이었다.

 

소리를 지른다.


내가 여기 있다고.


제발 내게 좀 더 말을 걸어달라고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도 새어 나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퀴넬라는 압도적인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누군가가 있다,


누군가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당신에게 뭔가를 묻는 게 맞는지 말이에요.

 어쩌면

 지금 내가 당신께 즐거움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 무심한 말에

퀴넬라는 본능적으로 올라오는 공포심에

온 몸이 식는 느낌이 들고,


그러거나 말거나

목소리는

 

 

 

 

 

 

 

 

"그런데 말이지요.

 최고사제 어드미니스트레이터 아니

 퀴넬라

 당신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 있지요."

 

 

 

 

 

 

 

 


라고 말하던 키리토는


어께를 으쓱하면서

 

 

 

 

 

 

 

 

"그런데 나쁜 소식도 있는데

 혹시 관심이 있으신가요?"

 

 

 

 

 

 

 

 

라고

누워 있는 퀴넬라에게 묻자


퀴넬라는

간신히 입을 열어서

 

 

 

 

 

 

 

 

"...좋..좋은 소식이라면 들어 보고 싶군...요"

 

 

 

 

 

 

 


그 말에


키리토는

쓰고 있던 미 육군 정모를 벗어서

옆구리에 끼운 뒤

 

 

 

 

 

 

 

 

"당신은 이제 완전히 끝장났어.

 그러면 이제 나쁜 소식도 들려드릴까나?"

 

 

 

 

 

 

 

 


라고 하자


퀴넬라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모습으로

 

 

 

 

 

 

 

 

 

"...방...방금 이야기하지 않은 거 아닌가요?

 설..설마 이것보다 더 나쁜 소식도 있다는 건가...요?"

 

 

 

 

 

 

 

 

 

그 말에


키리토는

천천히 퀴넬라가 누워 있는 관(?)을 돌면서

비웃음과 비꼬움이 섞인 공대를 머금은 말투로

무덤덤하게

 

 

 

 

 

 

 

 

 


"이 곳에는 나와 당신 뿐이고

 나는 언제라도 이 곳을 나갈 수 있다는 거지요.

 이게 바로 나쁜 뉴스이자

 당신에게 내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형벌이라는 거지요."

 

 

 

 

 

 

 

 

 

그런

키리토의 무덤덤한 말에


퀴넬라는

자신의 주위를 도는 키리토를 바라보다가

미 육군 1종 동예복 (아미 블루) 차림을 한 키리토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순간!

 

장난꾸러기 소년이

노처녀 선생에게 말하는 듯한

고저없는 차가우면서도 장난기가 섞인 말투가

자신의 귀에 확실하게 들려오면서


그 말투의 주인공을 생각해낸 퀴넬라는

머리가 거의 폭발할 것 같은 충격이

자신의 뇌를 강타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을 쳐다보는

키리토의 모습이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자


지금 자신에게

장난기가 섞인 듯하지만

본질적으로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는

키리토와


센트럴 커시드럴 100층

자신의 침실에서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칼을 박은

그 키리토가

진짜 동일 인물이 맞나 하는 의문으로

자신의 주위를 도는 키리토를 바라보다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미국 육군 1종 동예복 (아미 블루) 차림의 모습에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그를 쳐다보면서


동시에

키리토의 눈을 보는 순간!

 

 

 

 

 

 

 

 

' 뭐지? '

 

 

 

 

 

 

 

 

하는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솟아났다.


아니.


그것은

본능적으로 나온

자신만의 위기감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최고사제가 된지

거의 200년,


그녀는 리월월드 식으로 따지자면

엘리트 사제 코스를 밟아오면서

결국에는

최고사제의 직급에까지 오르고


그 후

여러 사람들과

정합기사와 4제국 황제들에게 명령을 내리면서
 
많은 접촉을 가졌고,

별의별 사람들을 접촉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느낌을 거의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그 사람의 분위기만 보아도

이 사람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지


아니면 적이 될지,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이 이용을 할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존재인지, 아닌지.


대충은 가닥을 잡을 정도의

육감을 가졌다고 생각했고,


그런 그녀의 육감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200년 동안 언더월드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 소년은 도대체 뭔가?


도대체 어떤 일을 했으면

저런 분위기가 나온단 말인가?


언더월드를 주름잡던 암시장 보스라든가,

4황제의 측근이나

4황제 본인들도 여러 번 보아왔지만,


단언컨대

이런 분위기를 가진 사람은 처음이었다.


사람을 하나하나 죽이는 것이 아니라

개미굴을 짓밟듯

리얼월드의 역사 속에 나오는

사진과 영상으로밖에 볼 수 없었던

희대의 학살자들이 눈앞에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아니.

그 이상이었다.

 

자신에게 협조을 하는 자에게는

도움을 주고


자신에게 해를 끼치려는 자에게는

뼈아픈 보복을 가하는


복수심이나 분노같은

감정적인 인간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다시 말해서

창세신 스테이시아나

암흑신 백터를 능가하는

리얼월드의

진정한 심판의 신인

네메시스 앞에 발가벗겨저

속속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낱낱이 관찰당하는 듯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마치 자신을 시험하는 듯한

그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마치 끝없는 심연과 같은 그 두 눈을 바라보던

최고사제 어드미니스트레이터 아니

퀴넬라는


방금 전

자신이 본 믿을 수 없는 모습에 대해서

강하게 따지겠다는 그런 생각이

태양 앞에 나온 드라이아이스마냥

순식간에 증발해버리면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세계 역사상 가장 최고의 성능을 자랑한다는 강인공지능의 능력으로도 깨닫지 못한

자신이 완전히 사람을 잘못 봤다는

강한 예감이 온몸을 강타하고,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이 이마에 배어 나오는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순간적으로

머리 속을 스치는 생각은,

 

 

 

 

 

 

 

 

 

 

 


'맙...맙소사.

 내가 지금까지 저 소년에게 무슨 짓을 했던 거지?

 완전히 나는
 
 굶주린 용이 득실득실한 용굴에 쳐들어간 쥐새끼가
 
 가진거 다 내놓지 않으면

 모두 다 없애버리겠다고 협박한 꼴보다

 더 멍청한 행동을 한 거 아냐? '

 

 

 

 

 

 

 

 

 

 

 

 


라는 생각을 하면서


방금 전과는 다르게
 
떨리는 눈으로 키리토를 바라보다가


그 때

자신의 침실에서

자신을 상대로 싸웠던 그 키리토와는 완전히 틀린 분위기에

자신도 모르게 당황을 하다가

아니

자신이 만든 소드 골렘을 능가하는

수십만 아니 수억명을 죽여야지만 나울 수 있는

진정한 피 냄새를 풍기는

차가운 짐승 아니

단순히

사람 아니 생명이라는 존재를

단순한 일회성 소모품 저리가라급의 취급을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히 말살하는

아무런 감정도 존재하지 않는

슈퍼컴퓨터 저리가라급의

차가우면서도 냉혹한

드라이아이스 저리가라 급의

살 떨리는 분위기를 온몸에 풍기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는

입이 완전히 얼어붙고


그런 그녀를

키리토는

어느 누구에게도

아니

자신을 책임지고 있는

빌더버그 위원회의 올림푸스와 아틀라스에게만

보인 적이 있는

자신의 인격이라고 할 수 있는

키리토

아니 키리가야 카즈토의 본질적인 인격이 아닌

또 다른 인격인 누스의 본질적인 모습인

 

어둠보다도 어둡고


심해보다도 더욱 깊은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초인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존재이자

혼돈의 그 자체에서

혼돈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군주 그 자체의 눈으로


퀴넬라를 바라보면서

 

 

 

 

 

 

 

 

 


"이제부터 당신에게 무슨 일이 닥치게 될지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드리지요.

 그냥 혼잣말이니까 듣던지 말던지 상관은 없지만 말이에요."


".........."


"반복되는 거에요,

 지금과 같은 시간이 말이지요.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채.......

 억겁 같은 시간 동안 서서히 죽어가겠지요.

 아니 죽어간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군요.

 영원히....

 영원히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는 거에요.

 이 혼돈 (카오스) 의 세계에서 말이지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곳의 또다른 주민이 될 뻔 했지만

 약삭빠르게도 지옥으로 도망가버린 가브리엘 밀러

 아

 당신의 그 잘난 조력자인 야나기를 고용한 친구인데 말이지요.

 못된 친구같으니.

 이곳에 왔다면

 아마 당신과 잘 어울리면서

 이곳과 똑같은 곳에서 잘 지내고 있었을텐데

 그나마

 그 친구와 당신의 그 잘난 조력자는

 저의 예상이지만

 무간지옥 맨 밑바닥에서

 공포라는 감정을 마음껏 즐기면서

 평생동안 목이 터져라 비명과 고함은 지를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최고사제 어드미니스트레이터 당신보다는

 조금은 행복할 거 같네요.

 나는 당신에게 비명이나 고함을 지를

 그럴 자유조차도 허락해 줄 생각이 하나도 없거든요.

 한 번 그 잘나신 머리로 상상을 해 보시지요

 영원히 이 곳에서 살아가는 것을 말이에요.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는 시간 동안 말이에요.

 목마름이나 허기 같은 고통이 차라리 반가울거에요.

 그건 그나마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 말이에요."

 

 

 

 

 

 

 

 

 

 

상상한다.


그러고는 몸서리친다.

 

이대로 방치된다고?


이대로?


공포.


격렬한 공포.


상상하는 것만으로 머리가 타버릴 것 같은 공포가

순식간에 그녀를 전부 지배해 버린다.

 

그리고

미 육군 1종 동예복 차림의 아바타의 모습을 한 키리토는

어둠 속에서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직하게 웃으면서

 

 

 

 

 

 

 

 

 

"생각해 보지요.

 어떻게 해야 당신이 좀 더 고통스러울 수 있는지 말이에요."

 

 

 

 

 

 

 

 


그런 키리토의

장난기가 섞인 그 말투를 듣는 순간!


그제서야

그녀는 본능적으로

저기서 자신을 쳐다보는

저 키리토라는 소년은

인계에서 자신이 보아왔던

그런 평범한 인간

아니 리얼월드에서 있었던 자신의 협력자였던 아나기같은

그런 사이코급의 광기에 물든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고


동시에 자신은


괴물을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악마를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저 괴물 아니 악마의 손에

그녀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으로 비참하게 죽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단 한 번도 이런 식의 고통은 상상하지 못했다.

 

단 하나 머리 속에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그 자신과 맞붙은 그 소년


그리고 지금 짙은 녹색 제복 차림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그 소년


그 때

자신을 거스르면서 싸우겠다고 단언한

그 소년 (키리토) 을

적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지금 이 꼴이 되어 있지는 않을 텐데!


라는

그런 뼈저린 후회 단 하나뿐이었다......

 

 

 

 

 

 

 

 

 

 

"저는 당신을 풀어줄 생각이었어요."

 

 

 

 

 

 

 

 

 

머릿속에 천둥이 친다.


키리토의 말 하나하나가

퀴넬라를 뒤흔들어 놓고 있었다.

 

 

 

 

 

 

 

 

 

"당신에게 들어야 할 말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지금 당신 꼴을 보니 고민이 되네요.

 당신이

 이 언더월드에 한 짓까지 생각하면

 당신에게 그런 자유를 주는 것은

 너무도 큰 상인 것 같아서 말이에요."

 

 

 

 

 

 

 

 

 

 


사람이 다른 이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

심장이 멎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퀴넬라였다.


키리토의 말이

한 음절, 한 음절 뱉어질 때마다

그녀의 육체 내부가 악다구니를 쓴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느긋한 목소리.


결코 급하지 않은 목소리.


지금 퀴넬라가 겪고 있는

최악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그 고통을 즐기는 듯한 목소리.

 

악마


아니

악 그 자체를 지배하는 마왕이거나


아니면

그 위의 마존급의 존재이던지


그렇게 떠오른

그 생각과 동시에

자신의 머리 속을 순간적으로 스친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 (어둠의 왕자) 조차도

자신의 휘하에 둘 수 있는

로드 오브 나이트메어 (악몽의 군주)가 아니고서는

낼 수 없는 목소리였다.

 

퀴넬라는 안다.

 

이 아이는

악마나 지옥의 마귀를 능가하는

그들을 아니

이 어둠과 혼돈을 지배하는 존재다.


지금까지 그녀가 보아온,

더럽고 잔인하던 그놈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무언가였다.


자신의 조력자였던

그 야나기처럼

신사의 껍질을 썼지만

그런 껍질의 안에

사이코패스급의 잔인함과 사악함을 숨기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여서

상대를 위협하거나 억압하는 이들과는 달랐다.


이 아이의 현재 모습은

악이자 어두움 그 자체였다.


아니

이 아이는

뼛속까지 악이자 진정한 의미의 어두움으로 물들어 있는 것이다.

 

아니

그 이상이다.

 

바다보다도 더욱 깊은 곳


어둠보다 더 어두운 곳


혼돈의 바다 안에서

그 혼돈 그 자체를 지배하는 존재

 

바로

악몽을 지배하는 악몽의 군주 (로드 오브 나이트메어)

그 자체였던 것이었다!

 

낮은 웃음.

 

목소리가 흘러나올 때마다

언뜻언뜻 배어 나오는 낮은 웃음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자신의 고통을 지켜보며

이렇게 웃는다는 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이 아니다.

 

그리고

더욱 지랄 맞은 것은.......


지금 그녀의 귀에는

그 악마를 능가하는 어둠을 지배하는

저 존재의 목소리가

천상의 하모니보다

더욱 감미롭게 들린다는 것이다.


악마든 누구든

말을 걸어주니까.


적어도

무언가를 들을 수 있으니까.


진짜로

기막힌 일이지만 사실이다.

 

그때,

그녀의 귀에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시지요."

 

 

 

 

 

 

 

 


그 말에


퀴넬라의 몸이 들썩였다.

 

움직인다.


움직이고 있었다.

 

부활을 하고 나서

하루가 넘도록 마치 돌처럼 굳어 있던 그녀의 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퀴넬라는 홀린 듯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 어떤 기쁨이나 공포의 표현 하나 없이

그녀의 몸이 바로 서는 순간

전신이 비명을 질렀다.


그 짧은 시간 만에

그녀의 근육이 올올이 풀려 버린 느낌이 들고

풀려 버린 근육에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비명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지만,

퀴넬라는

그 고통마저 기쁘게 받아들였다.

 

일어선다.

 

하지만

퀴넬라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저 지금 몸을 바로 세우는 것만이

그의 지상명령이라는 듯이

최선을 다해 몸을 일으킬 뿐이었다.

 

알고 있다.


지금 그녀의 앞에 있는 키리토는

그에게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가 숨 쉬는 것을 멈추라 하면 멈춰야 한다.


살아 있는 것을 멈추라 하면 죽어야 한다.


한 줌의 영혼조차 그녀의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


키리토는 퀴넬라의 모든 것을,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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