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위 <운주사 누운 부처>
운주사 누운 부처
박옥위
구름 기둥 아래서 미륵을 보리라고
어리숙한 지아비가 득도를 꿈꾸면서
천불과 천탑을 짓다 잠시 누운 그 천년
크나 작은 일이라도 서두를 건 아니지만
주술에 잡힌 일은 해법이 없으신가
뜨다 둔 탑의 원반 하나 시무룩이 굳었다
쌓던 탑 내비 두고 설핏 잠든 가시버시
사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제 뜻이 아니어서
누워서 구름도 보고 눈도 맞고 하는 거지
그리운 꽃 한송이 구름 골짝에 피기가지
땅의 뜨거운 입김은 또 몇 해를 흘러갈까
운주사 누운 부처는 누운대로 뉘어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