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얼서 - 새벽을 얻다
오래토록 앓아온 열병
하얀 밤 지새운 여백(餘白)들
지친 영혼을 부축하며
구도의 길 찾아나선 길손
오월의 임이시여!
벽에 걸린 동양화
가을 화폭 속으로 뛰어들어
하염없는 조각배를 타고
은하수 출렁이는 밤하늘을
표류하는 임이시여!
오뉴월 삭풍을 만나도
엄동설한 성난 파도가 밀려와도
원망 한 점 주워들지 않고
반기시는 임이시여!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창작의 바다
고뇌 한 가운데를 향하여
걸어가는 임이시여!
새벽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슬 물씬 머금은 밤세워 기다려온 당신의 새벽입니다.
시를 사랑하는 당신의 가난한 새벽입니다.
임이시여!
이제 곧 세상을 깨울 시간입니다
당신의 분신 그 우렁찬 탄생소리가
여명을 밟고 새아침 바삐 몰아오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들의 푸른 새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