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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을 보며 - 서정주
대갈맞나 | L:47/A:442
1,064/2,190
LV109 | Exp.48%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342 | 작성일 2018-12-25 19: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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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을 보며 - 서정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山)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靑山)이 그 무릎 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 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오후(午後)의 때가 오거든,

내외(內外)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놓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靑苔)라도 자욱이 끼일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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