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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크 | L:5/A: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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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7 | Exp.42%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471 | 작성일 2013-02-18 21: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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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니까 말야... 내일 약속... 다른 날로 미루면 안될까?"

바(bar)형 휴대폰을 어깨와 귀 사이에 끼워 넣곤 은하는 보이지도 않을 전화상대에게 고개를 숙였다

"진짜진짜 미안해, 근데... 좀 중요한 일이 있어"

[뭐어? 내일 쇼핑은 네가 가자고 해서 가는거였잖아, 게다가 세일이라구, 그것도 '특별'세일]

"미안!"

[에효... 어쩔수 없지, 내가 억지부려도 안갈것 같으니...., 한번 물어보자, 뭔일인데 그렇게 필사적이야?]

"으..으음... 그게..."

변명거리를 찾으려 머릿속을 한바탕 휘집어봤지만, 어설픈 거짓말- 이를테면 할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졌다던가-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옆집의 소꿉친구가 생판 모르는 남과 첫 데이트를 한다고 해서 따라가본다고 말할수는 없을 노릇이였다

'윤지는 입이 가벼우니까...'

친구의 단점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사실을 말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그...그게말이지...."

주위를 둘러본다

천상 여자애답게 분홍색벽지로 예쁘게.도배된 자신의 방안엔 밝은 색 계열의 목재가구들이 있고 그 중 원랜 책장용도였을 가구엔 봉재인형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었다

이 쪽엔 도움될 것이 보이지않는다

고개를 반바퀴 돌리자 잘 정리된 책상위로 한 권의 책이 놓여있었다

그 책의 제목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추리소설이라면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만한 유명작이였다

급한 마음에 사고할 겨를 이 없었나보다

"...타..탐정! 탐정일을 해야해서!"

[타..탐정?]

정말 뜬금없는 소리다
타임머신을 타고 1년전쯤으로 날아가 저 책을 못사게.만들정도로..
왜 그런 소리가.입에서 튀어나왔는지 말한 본인조차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주..죽지않게 조심해..]

"으..으응"

분위기가 드라이아이스로 식힌 듯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화..화이팅, 나중에... 봐]

"으..응, 고마워... 나중에 연락할께...."

수화음이 끊겼다

핸드폰을 쉽사리 손에서 놓지못하고, 은하는 쥐죽은듯... 가만히 한시간을 보냈다

------

사건당일... 이라고 해봤자 바로 다음날 일뿐이지만, 찬영은 잔뜩 긴장했는지 평소라면 '방학이다!!'라며 정오 가까히 까지 늘어지게 잠을 퍼잤겠지만 현재시각 9시, 나갈준비까지 끝마치고 그는 다리를 떨며 탁자앞에 앉아있었다

아무래도 첫 데이트라 그런것 같지만, 문제는 '그들'을 그 첫 데이트부터 뻥- 하고 차버려야 된다는 것이다

그는 작은 수첩에 빽빽하게 밀집된 글씨들을 따라 읽었다

"미..미안해 우리 헤어지자, 나 다른사람이 생겼어.... 이건 좀 아니겠지?"

나쁜 남자가 대세라긴 하다만, 건방지다 오늘 앞으로 할 일들이 전부 '첫'짜가 앞에 붙을지도 모르는 일들인데 그런것치곤 터무늬없이 건방졌다

"그럼... 미안... 그냥 선후배사이로 지내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듯.미소지었다

"이게 제일 좋겠어!"

자, 거절멘트도 골랐겠다, 이제 해야할 일은...

"4시간동안 기다리는 건가..."

막막하게 느껴지는 4란 숫자앞에서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괜스레 pk셔츠의 카라를 매만지며 옷매무새를 정리하거나,
티비를 틀어 날씨도 봐두고,
에어컨 앞에서서 입을 벌리고있고,
평소엔.잘.하지도 않는.스트레칭을 해보기도 하고,
거울앞에.서 억지웃음을 지어보고, 지갑안의 현금도 확인해보고,
살짝.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보고,
핸드폰으로 게임도 잠깐 하다가 시계를.바라보니 10시, 한시간 밖에 지나질 않았다

오늘따라 시곗바늘이 늦게움직여 보이는건 착각이려나?

멍 하니 째깍거리며 움직이는 초침을 눈으로 따라갔다

[딩동-]

벨소리가 이리도 달콤하게 들린적은.처음이다

택배는 시킨적이 없고, 그렇다고 해서 음식을 시킨적도 없다. 그럼 이 시간대에 찾아올 사람이라면 어제와 마찬가지로 은하밖에 없을 것이다

"여, 무슨 일이야?"

한치의 의심도 없이 문을 열자, 초면의 인물이 은하가 있을자리를 대신해 그곳에 서있었다

"에...저기..."

"사람착각했습니다!"

냉큼 문을 닫는 찬영..

"잠깐만요!"

소녀의 목소리가 문을 통해 들려왔지만, 그걸 답해줄정도로 그는 여유가 없었다, 아니 사라져버렸다

"그저께 이사온 사람인데요, 아버지께서 떡좀 돌리라고..."

문을 살짝열어 고개만 내밀곤 인사를.받았다

"아..... 날씨도 더운데 고생이 많네..."

"아니에요, 자 여기"

플라스틱 접시에 담겨있는 시루떡은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그런데 어디서 봤던가요? 얼굴이 좀 익숙한데..."

"좀 흔한 얼굴이라서..."

"아뇨, 그런게 아니라... 혹시 저 기억안나시나요?"

불과 1분전의 창피는.어느새 잊은체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쳐다보며 기억속에 있었던 인상들과 비교해본다

오똑한 코에 도톰한 입술, 갸름한 턱라인과 또렷한 이목구비, 살짝 끝에 웨이브를 넣은 단발머리...

전체적으로 귀여운 인상을 가진 그녀...

그저께 이사왔다고 하니 마주친지는 얼마 안됬을것이다

"설마설마 하는데, 그 엘리베이터에서..."

"아! 그때 그 오빠신가요?"

혹여나 해서 던져본 말에 대어가 물었다
아무래도 낚시에 소질이 있는듯하다

한손에 플라스틱 접시를 조심스레 들며, 문턱에 기대 좀 더 편한 자세를 취하곤 말했다

"헤에, 이사온지 얼마 안됬구나, 서로 이름 모르지? 난 기찬영"

"전 류시연이에요, 분명... 선배였죠?"

"아아, 그랬지 내 넥타이는 빨간색 이니까"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부담스럽게도 허리를 90도 씩이나 굽혀 인사하는 시연...

"아하하... 이쪽이야말로"

머쓱해진 찬영은 뒤통수만 벅벅 긁으며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아, 저 그리고 선배... 좀... 말할까 말까 고민하긴 했는데요..."

조심스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작은 쪼가리, 두번 정도 접혀있던 흰색 종이 한장, 그는 그것을 받아 고민하는 기색없이 바로 펼쳐보았다

[목숨을 보전하고 싶다면 그들과 접촉하지 마라]

난데없는 협박문... 어저께 러브레터를 발견했을때 보다 더욱 난감한 기분이 든다

"제가 왔을때 문 앞에 붙여져 있었거든요, 장난이라곤 생각해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그래도 본인한테 알리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살짝 벌어진 입술사이로 신음소리가 흘러나갔다

"으으음..."

"역시... 그냥 버리는 편이 나았던 걸까요?"

진한 골짜기가 만들어진 그의 미간과 심각해진 얼굴을 바라보며, 상태를 살펴보듯, 조심스레 배려하는 투로 그녀는 말을 건넸다

떡이 담긴 접시를 현관의 신발장위에 올려놓곤 그는 손을 자신의 턱으로 가져갔다

옅게 나있는 수염을 손가락 마디로 비비며 콧김을 내쁌었다

"뭐, 깊이 신경쓸 필요는 없겠지, 장난일꺼야"

이내 표정을 풀곤 인상좋은 얼굴로 한껏 웃어보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있는 시연의 머리를 살짝 헝클었다

그러다 순간, 자신이 한 행위를 되짚어보며 황급히 손을 그녀의 머리위에서 떼었다

"앗! 미..미안, 왠지 친한척을 하고 말았네"

차면이긴 하지만, 한번은 스쳐지나간 정도 뿐인 사람에게 함부로 머리를.쓰다듬는.다는것은 폐가 아닌가 라고 생각한것 같다

"괜찮아요, 무척... 따뜻했던걸요?"

"아, 그래? 고마워..."

"그럼 전 이만 가볼께요"

그녀는 두손을 앞으로 모아 목례를 하곤 뒤를.돌아 엘리베이터가 있는 복도중앙으로 향했다

"잘가"

시연의 뒤를 향해 손을 흔들며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도 문을 닫곤 안쪽으로 들어갔다

떡은 그자리에 놔둔체 한손에 종이쪽지만 들고서 그는 쇼파에 몸을 뉘였다

3명은 거뜬히 앉을수 있도록 디자인된 가죽소재의 쇼파 팔걸이한쪽엔 다리를.한쪽엔 팔을 베게삼아 머리를 놓아두곤 찬영은 쪽지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누구냐... 네녀석은..."

들리지 않을 말을 협박범에게 주저리며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


길거리 홍보상에게서 받은 부채로 바람을 만들어내기 보다, 인공적인.그늘을 만들어 적어도 얼굴이나마 자외선에서 보호하고 있던 그는 멀리서 두 소녀가 손을 흔들며 이름을 외치는 걸 보곤, 힘이 빠지는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한숨을 내쉬는 이유는 다름아닌, '시간'이였다

현재시각은 1시 30분... 약속시간이 2시인것을 반영하자면 아직도 한참 기다려야된다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그보다 먼저 나와있는 그녀들을 보고 아연실색을 해버린 것이였다

남자가 여자보다 먼저 나왔는게 예의라고 인터넷에 올라왔던 글을 우연찮게 봤던게 쓸모없어져 버렸다

""선배애! 빨리 와~""

지친 발걸음을 그들이 있는 공원 앞, 느티나무가 있는 벤치쪽으로 옮겼다

몸을 던지듯, 강렬한 태양의 저주에서 빠져나온 그의 몸엔 마치 풀에라도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땀범벅이 되어있었다

"에... 선배? 이러다 탈수걸리는거 아니야?"

"그럴지도?"

팔목으로 땀을 훑어내며 피식웃자, 그녀들도 그의 모습이 꽤나 코믹했는지 누가 먼저랄것 없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자"

그의 볼에 스파크를 튀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읏?!"

갑작스런 신경계의 자극에 몸을 떤 그는 이내 볼이 시원해져감을 느끼며 기분좋은듯 미소를 지었다

페트병에 물을 얼려서 가져온 것 이리라...

10분 남짓한 시간동안 더위를 식히며, 너무 강렬했던 첫만남 속에서 다하지 못한 자기 소개를 했다

그 쌍둥이 소녀들의 옷차림새는 완벽하게 같았고, 유일하게 다른 점 이라면, 머리에 핀을 꽂은 위치였다

그래서, 결론은 오른쪽이 세린, 왼쪽이 세란

이름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름은 예쁘다고 쳐도 마음이 없다 좋아한다는 마음이...

같이 돌아다녀 준다고 해도, 마음이.없는데 그들이 기뻐할까?

그는 개인적으로 No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거절을 할거면 빨리 하는게 낫지 않겠냐고...

괜히 마음주는 척 하다.이별을.통보해.버리면 그들이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하고

"저기, 애들아"

그는 고민끝에 입을 열었다

"응? 왜?"
"뭐,할말있어?"

순수해 보이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래도... 그래도말야... 이런 상황에 그런 말을.하게 되면... 이쪽의 심경도 만만치 않아진다고!!'

아마 일단락 끝내고 나서 그들의 표정을 보면 일주일은 잠들지도 못할것이다

연민인가? 아니 죄책감에 가까울것이다

순수한 소녀의 마음을 짓밟았다는 것만으로 그는 그들이 받은 충격보다도 더 큰 고통을 짊어지게 될것이다

그렇다면 타이밍은 도데체 언제가 되야하는 것인가?
계속 그들이 원하는대로 데이트를 해주다보면 끝나지 않을 여정에 발을 들여놓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것이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너희들, 하고싶은 일 있어?"

아무것도 모르는지 둘이서 동시에.고개를.갸웃거린다, 방향은 서로 반대

"에...또 ...그니까 말야, 영화라던가..."

말이 끝마치기도 전에 세린과 세란은 그의 얼굴에 삿대질을.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그거!""

그렇다면... 최대한 그들이.후회가 나지 않을때까지 신나게 즐기도록 내비두자, 후회가 없다면 이별할때도 망설임이 없어질테니까...


--------

남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뭐 대화중에 익숙한 부분이 있다면 웃고넘어가자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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